2011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최근에 읽은 소설들이 대부분, 정말 하나같이 대부분 지뢰 같은 녀석들이어서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하나같이 내용이 다 그따윈지 내가 써도 그것보단 잘 쓰겠다-이게 얼마나 오만스런 생각인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집은 것이 <소녀 지옥>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은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의 단편집이라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상승했기에 사실 위험한 독서였기도 했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기대에 그대로 부응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일단은 총 여섯 편이 수록됐는데 앞선 세 편은 소녀 지옥이라는 것으로 묶여 있고, 뒤의 세 편은 아마 페이지 수를 맞추기 위해서 비슷한 작품특성의 녀석을 골라서 넣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각 단편의 방향성입니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화자를 떠나서) 여성입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성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단편들 배경은 전부 1930년대 일본입니다.)에 비추어 보았을 적에 우리식으로 보자면 '신여성'에 가까운 그런 캐릭터들입니다.
여기에 전부 서간문 형식의 고백체를 이용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진실을 알리려고 고백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 자체도 하나의 흥미진진한 요소가 됩니다. 뭐 지금이야 '편지'라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지만 예전에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중 하나였죠. 편지와 이메일(휴대전화) 변화를 동시대에 살면서 겪어본 사람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정말 설렜는데, 이제는 편지가 오면 설렙니다.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는 완전 쓰레기통 천국이 돼버렸으니까요. 스팸만 보면 넌덜머리가 납니다. 아무튼 일단 소녀지옥 파트 단편 세편(그 중 하나는 중편입니다만)은 전부 추천작입니다. (물론 후삼편도 재밌는(?) 녀석들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보자. 맞는 말입니다. 최근에 읽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하였다가 1930년대 나온 단편집을 보고 개안한 기분입니다. 아, 이런 느낌의 소설을 찾고 있었다고 말이죠.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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