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말 (시공사)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것도 1인칭 시점이다.
규중처녀인 주인공 오토네가 백억 엔이란 놀라운 유산 상속을 둘러쌓고 겪게 되는 서스펜스와 모험을 그리고 있는 <삼수탑>. 설정 자체는 지극히 요코미조 세이시 다울 법하지만 그걸 진행하는 방식은 기존의 작풍과는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있다. 라고 보기에는 이미 <팔묘촌>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그걸 좀 더 깔끔하고 가볍게 다듬은 것이 <삼수탑>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 특히 후반부 장면은 팔묘촌과 그대로 겹칠 정도다. 해서 이 작품은 호오가 부부싸움 이혼 도장 찍 듯이 갈라진다. 작중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물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우연의 일치도 존재하니까요.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원문과는 뉘앙스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제대로 옮겼다고 생각한다. <삼수탑>의 주제는 저기에 함축되어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 안타까운 점이라면 일본+요코미조 세이시라는 특수성으로 여주인공의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모험소설이 정말 교과서 같다.
같은 소재로 현대 미스터리 작가가 '트릭'을 가미하고 캐릭터 특징도 가다듬으면 더 재밌는 녀석으로 탈바꿈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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