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신초사
2011년 우리말(시공사)
검은숲이라는 브랜드로 나와서 처음에는 신생 출판사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시공사였습니다. 미스터리 위주로 나오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품은 1990년도에 나왔습니다. 거의 20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작품이라고 봐야겠죠.19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도 있지만, 미스터리는 1,2년 만 지나도 고전(?)소리 듣는 참 힘든 업계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로 20년 전이라면
고전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시간입니다. 걸림돌은 내용도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이냐겠죠. 그리고 저 또한 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미스터리에서 시간은 양날의 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이 책은 대놓고 출판사에서 '대반전'을 선전문구로 사용했습니다. 책 표지 안 쪽에 검은숲 함량표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의 대반전 항목(독자기만점수)은 측정불가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나)는 당연히 엄청난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할 겁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책 마지막에는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결말이 자리잡고
있죠. 매복입니다. 그것도 아주 대담한 매복입니다. 작가가 독자를 죽이기 위해 장치를 설치했는데, 이게 참 뻔하다면 뻔한
것이면서, 미스터리에서 흔히 들어본 '보이지 않는 범인'이란 트릭을 비꼬아 만들어놓은 구성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결말까지 읽은 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 작가가 정말 깨알같이 박아놓은 단서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아마 번역한 사람이나 편집부 측도 골머리 좀 싸맸을 것 같습니다. 번역을 정말 아주 약간만 잘못해도 작가의 의도를 훼손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책의 분량은 꽤 적은 편입니다. 양장본이지만 종이 재질 때문에 두꺼워 보일 뿐이고 실제는 정말 볼품없을 정도로
얇습니다. 페이지 당 활자량도 적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납득이 갑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려면 <철서의
우리>같아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테니까요.
독자에 따라서는 기가 찰 노릇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스터리의 재미는 바로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배신(기만) 당해야만 즐거운 문학이라니. 참 재밌는 장르죠. 그런 의미에서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충분히 즐거운
작품입니다. 다만 소개 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미 이런 류의 트릭에 익숙해진 미스터리 독자라면 그리
놀라운 녀석은 아닐테니까요. 당시 이 책을 실시간으로 읽었을 독자의 반응을 상상하며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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