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말(들녘)
국산 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범인은 누구인가와 범인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 후던잇과 하우던잇 두 가지를 맛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초반은 주인공 고진이 한 여성의 의외로 집안에 찾아가면서 그 집안에 얽힌 과거사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는데, 본격적인 사건은 100여 페이지가 지나간 뒤에나 시작된다. 초반 스타트가 좀 느린 감이 있지만(전체는 약 400 페이지 정도) 전체 분량을 감안하면 페이스 조절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해서 진짜 뜀박질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꽤 진행이 빨라진다. 과거의 사건은 게속 불거져 나오고, 현재의 사건 역시 알리바이 때문에 애를 먹는다. 그러면서 피해자 집안의 숨겨졌던 이력이 야금야금 드러난다. 그러면서 마지막 '봉인' 페이지에 도달하게 되는데.......서점에서 그냥 서서 읽는 사람들한테는 '천인공노'힐 짓이다. 결말을 봉인해놓다니!! 후던잇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봉인하다니!! 라고 하지만 마지막 부분 전부를 봉인해놓은 게 아니라서 사실 봉인부분을 건너띄더라도 전체 구성을 아는 데 지장은 없다. 그게 좀 아쉽다. 아예 다 봉인하는 편이 더 낫지 싶다. 반전의 반전을 넘다드는 구성은 분명 볼만하지만, 시종일관 등장하는 '유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좀 불편하다. 뭐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올테니 그러녀니 넘어간다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꽤 좋은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막장 중의 막장'같은 결말이 아니라서 상당히 '의외'였긴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가가 일부러 그런 막장을 피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불공정한 면도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이 공정하다고 재밌는 건 아니니까 크게 문제 삼을 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국산 본격미스터리에 목말라한 독자에게는 단비 같은 녀석이다. 현직 판사가 썼다고 해서법률용어가 난무한다거나 현장감 넘치는 그런 녀석이 나오나 싶었지만 의외로 평범한(?) 추리소설이라서 관련 지식이전혀 없는 독자도 손쉽게 집어들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그런 게 아마 배려가 아닌가 싶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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