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문예춘추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즈)
2006년 문고판
문예춘추에서 발간했던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스는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기획물로 당시 문예춘추 창간 80주년 기념이네 어쩌네 하면서 다양한 인기 작가들이 참여했던(하기로 했던) 기획물이다. 국내에는 일본 미스터리 팬이라면 익숙한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바로 그 중의 하나다. 그 밖에도 시마다 소지의 <마신 유희>, 아비코 다케마루의 <미륵의 손바닥>, 아시베 다쿠의 <홍루몽 살인사건>, 온다 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가노 도모코의 <무지개 집의 앨리스> 등이 있다. 당시에는 이 밖에도 아리스가와 아리스, 노리즈키 린타로등 본격 미스터리 쪽에서 유명했던 사람들은 대거 참여하기로 해서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 기획 시리지는 전 18권으로 완결 났고 참여하기로 했던 작가 중에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가는 결국 미지참으로 끝내 볼 수 없었기도 해서 유달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여기서 위에 소개한 작품을 전부 읽어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얼레? 본격 미스터리? 뭔가 좀 이상한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본격 미스터리와는 좀 다르지 않나? 싶은 작품들이 섞여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이 기획시리즈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던 <벚꽃……. 하네>조차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여름의 마지막 장미>만 봐도 이게 본격 미스터리?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당시 편집자는 작가한테 의뢰할 적에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본격 미스터리를 써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해서 나온 게 저런 내용이니 뭐 해당 작가의 성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해서 니카이도 레이토의 <이나와시로 매직>은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스 16번째 작품이자 '미즈노 사토루'가 여행회사 사원이자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3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시리즈 물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내용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이런 기획물에 들어가도 무방하다. (가노 도코모의 앨리스 시리즈와 시마다 소지의 화장실 군 시리즈도 있으니까 뭐…….)
간략한 스토리는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아니 일하러 갔다가 결국 연쇄살인사건을 접하고 그쪽으로 눈이 돌아간 사토루가 결국 사건을 무사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니까 정말 간단하다. 다만 10년전 해결된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재등장. 밀실상태에서 벌어진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 명탐정의 존재. 처음부터 깔아놓은 복선과 그것을 해결편에서 얼마나 무사히 회수하느냐? 등을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로 본다면 <이나와시로 매직>은 본격 미스터리로 충분히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일단 10년전 처형마 사건으로 불리던 사건은 범인이 사형을 당해서 이미 없지만, 그와 똑같은 사건이 두 건이나 벌어진다. 그중에 두 번째 살인사건은 밀실상황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우연히 말려들게 된 미즈노 사토루라는 명탐정이 등장한다. 첫 장부터 꼼꼼하게 풀어놓은 복선을 마지막에 가서 전부 회수하니까 뭐 이렇게만 보면 꽤 훌륭한 미스터리인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직접 읽고 나면 그리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일단 진행이 너무 느리다. 일본 문고판 기준 46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제법 되는데 초반부터 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실제 쓰인 트릭이나 플롯 자체도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그리 주목할만한 녀석도 아니다. 또한 트릭 자체는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 미스터리 팬이라면 그냥 시큰둥할 수도 있는 녀석이다. 뭐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한방'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그건 본격이라는 공정한 경쟁과는 별 관계가 없는 그냥 이스터 에그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다. 해서 그런 깜짝 상자 같은 구석을 제외하고 전체를 조망해보면 뜻밖에 단순무식한 내용이다. 뭐 본격이란 녀석이 까놓고 보면 별 볼 일이 없어 보이기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나와시로 매직>은 그걸 고려해도 좀 앙상하다. 차라리 분량이라도 확 줄었다면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의 콘셉트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와 맞물려서 훨씬 재밌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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