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다나카 요시키' 하면 국내에는 가상의 은하를 배경으로 전제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을 그린 <은하영웅전설>,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시니컬한 분위기의 포 드래곤 브라더즈의 활약(?)을 그린 <창룡전>, 가상 역사 전쟁물을 라이트노벨 분위기로 그린 <아루스란 전기> 등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밖에도 가벼운 분위기로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수첩 시리즈>도 있습니다.
원래 다나카 요시키는 1978년 <녹색 평원에서.....>라는 작품으로 잡지 <환영성>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은하영웅전설>이 대히트 치면서 많은 독자를 얻기도 했습니다만, 이 작가의 특징은 시작은 장대하고 마무리는 개눈 감추듯 한다는 점입니다. 소설의 결말이 개판(?)이란 말이 아니라 아예 결말을 못내고 흐지부지 시리즈가 중단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네버엔딩 스토리 식으로 계속 후속작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초반에는 잘 나오다가 어느 때 부터 다음 권 발매 텀이 길어지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잊혀져버리죠. 그러다가 다시 부활하곤 합니다.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창룡전>은 아직도 끝을 내지 못하고 있고, 전4권으로 끝난 <고딕 로망 시리즈 >는 무려 14년에 걸쳐서 겨우 완결이 났습니다. <아루스란 전기>도 비슷한 길을 걸었던 시리즈물입니다.
그런 다나카 요시키의 신작이라고 하면 '단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의심부터 갑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월식섬의 마물>은 총3부작 예정의 1편에 해당합니다. 1857년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미스터리 보다는 모험담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크리미아 전쟁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주인공 에드먼드 니담과 그의 조카 메이플 콘웨이가 주인공인데, 일자리를 찾다가 런던을 소재지로한 회원제 대여점에 취직을 합니다. 두 사람은 사장 명령으로 어느 작가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 작가가 찰스 디킨즈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작품을 꺼낼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알만한 작가죠. 여기에 감초 캐릭터로 찰스 크리스찬 안데르센까지 등장합니다. 이렇게 실제 역사상 인물과 배경을 이용한 팩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이미 고단샤의 어른과 아이를 위한 미스터리 랜드 <라인의 포로>에서 보여준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실제 작가는 중국역사소설도 집필했습니다. <악비전> <방류> 등등.....)
더불어 월식섬 근처에는 스페인 무적함대 중 한 척이 언채로 빙하가 떠내려와서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주인공 니담도 긴가민가 괴담식으로 치부합니다만, 마크밀란이란 기자를 만나서 월식섬의 빙하를 조사하러 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월식섬은 고든 대령이란 폭군이 지배하는 곳으로 고리대금으로 귀족 중산층 할 것없이 착취를 하는 사악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니담 일행은 사유지 무단침입이라는 미명하에 고든 대령에게 사로잡히고 맙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월식섬으로 떠내려온 빙하에 얽힌 미스터리(?)가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는 미스터리 요소는 대단히 희박합니다. 고든 대령에게는 5년전 가출한 장남이 있다는 얘기, 사실 장남은 신분이 낮은 메이드와 결혼을 하려고 해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건 아닌가 하는 추측 등도 나오는 등 미스터리 요소는 있습니다만, 구조가 대단히 간단해서 쉽게 추리할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이리저리 뒤틀린 플롯이 바로 떠올랐지만, 작가가 일부러 간략하게 플롯을 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쉽게 결말이 납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야! 라는 브랜드가 정통 미스터리 보다는 어린이 , 어른 할 것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엔터테인먼트)이 주요 콘셉트다 보니 미스터리만 기대하면 별 재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책은 400 페이지 정도 분량인데 월식섬에 상륙하는 내용은 250페이지 넘어서야 나올 정도죠. 또한 3부작중 1부에 해당해서 초반에는 주인공 니담과 메이플의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2부, 3부 제목은 다 정했다고 하는데, 작가 특성상 과연 제때에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실제 미스터리 야! 전용 홈페이지 발간예정표에는 2부 <해골성의 신부>는 2009년 내에 발매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영 믿을 수가 없습니다. (.....)
이밖에 고든 대령과 그의 아들 크리스톨 설정은 다나카 요시키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전형적인 악당입니다. 권력과 재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악한 짓을 일삼죠. 그들은 주인공 일행의 야유와 비아냥 대상이며 당연하게도 비참한 결말을 맞습니다. 권력+재력+미친 캐릭터는 <은하영웅전설>(전쟁 하자고 큰 소리로 외쳐대던 정치인이 막상 전쟁나면 제일 먼저 도망친다거나, 그런 정치인은 정당한 선거로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의원이라는 아이러니함..etc) <창룡전>(정경 유착 비꼬기, 공무원 비꼬기 등등)<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정경유착+헛된 욕망 공무원 비아냥 거리기)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대신 <월식섬의 마물>은 주인공 일행의 신랄한 비아냥이 별로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랄까요? 대신에 180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한 소설이라 당시 고증을 위해 이런 저런 자료를 많이 찾아보긴 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초반에 이런 저런 설명이 들어가서 실제 본 사건까지 들어가는데 페이지 수를 좀 잡아먹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2부에서는 좀 더 화끈하게 한 판(?) 벌이는 내용으로 나왔으면 싶습니다.
평점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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