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사요나라 요정 - 요네자와 호노부


2004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2006년 문고판

< 사요나라 요정>은 가도카와 쇼텐에서 발매된 <고전부> 시리즈에 주목한 도쿄소겐샤가 아마도 그네들의 신감각 미스터리 브랜드로 소설을 내고자 한 의도가 엳보입니다. 따라서 정통적 의미의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 '미스터리 프론티어'로 나온 다른 작가의 다른 미스터리 면면을 봐도 제 생각을 뒷받침 해주더군요. 미스터리 프론티어로 나온 초기작인 이사카 고타로의 <들오리와 집오리의 코인로커>(우리말로 나왔습니다.)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때는 주인공은 고등학생입니다. 우연히 비를 피하고 있던 한 외국인 소녀와 만납니다. 그녀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왔다고 합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91년 4월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약간의 '밑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는 달리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유고에서 온 소녀의 이름은 '마야'
마야는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공부를 하러 왔다고 합니다. (학교 공부를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처음 일본에 온 마야에게 일본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는 전부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말끝마다 '철학적 의미가 있는건가요?' 라며 펜과 메모지를 꺼내들고 주인공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여주인공 치탄다 에루의 '신경쓰이네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런 마야의 의문에 답해주는 형식의 내용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자, 미스터리 요소가 됩니다.

어째서 죽은 이의 무덤앞에 '좋은' 의미를 가진 '홍백'을 놓았는가?
왜 비가 오는데 한 손에 든 우산을 펴지 않고 그냥 뛰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등의 '일상 미스터리' 계보에 넣을 만한 소재를 담고 있죠.
하지만 소설 후반부에는 '마야'가 유고슬라비아의 어느 지역에서 왔는가? 가 추리의 핵심으로 바뀝니다. 2개월의 체류기간을 마친 마야는 예정대로 유고로 돌아가지만, 유고는 독립분열이라는 내전의 포화에 휩사인 상태입니다. (1991년이란 시간 배경을 일부러 택한 이유가 되겠죠.) 마야의 안위를 걱정하는 주인공은 그녀의 고향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에 있었던 마야의 언행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추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답을 얻은 주인공은 마야를 만나러 유고행을 결심하지만 그런 주인공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를 말할 때는 흔히들 '청춘' 미스터리란 말을 사용합니다. 학생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미스터리 소재도 일상적인 것이 많다보니 그런 평가가 내리지 않았나 싶긴 한데, 그런 의미에서 <사요나라 요정>도 청춘미스터리라고 부를만한 내용입니다. 다만,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미스터리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언어유희'를 이용한 것들이라,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재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작가도 외국에 번역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집필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말이죠. 아무튼 언어유희하는 것은 번역을 거치게 되면 그 맛이 떨어지리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끔 미친 번역가가 있어서 그런 언어유희 조차 완벽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또한 후반부 미스터리 핵심인 마야의 고향찾기, 역시 난이도가 쉽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편지 내용은 약간 의외였습니다, 아니 예상밖이었다고 해야할까요. 편지와 함께 동봉된 '그것'의 존재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청춘 미스터리 + 보이 미츠 걸 같은 일상 미스터리라고만 생각하면, 마지막 책을 덮고 약간은 씁쓸할지도 모릅니다. 청춘이란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미스터리가 아니라 청춘이란 시점에서 <사요나라 요정>을 평가하자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요소는 후에 나온 <보틀넥>으로도 이어집니다.

어느 의미에서 메이저 데뷔작인 <사요나라 요정>만 봤을 때는 아직은 덜 완성된, 풋사과 같은 그런 내음이 납니다. 이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개는 어디로?> 쪽이 더 재밌게 읽은 걸 감안하면, 또한 <소시민 시리즈>쪽의 완성도와 비교해보자면 요네자와 호노부는 꾸준히 발전하는 작가임에 분명합니다.

평점 5 / 10

여담) 2005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0 위에 랭크인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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