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살 여름 - 미쓰하라 유리

2002년 후타바샤
2004년 문고판 (사진)
우리말 출간중

'미쓰하라 유리'라는 작가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도교소겐추리문고'로 나온 모 소설책 뒤에 들어있던 광고였다. 거기 나온 것을 보고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작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열여덟살 여름>이 보이는 순간 덥석 집어들 수 있었다.

<열 여덟살의 여름>은 표제작 [18살의 여름] 이외에 [작은 기적] [형의 순정] [이노센트 데이즈] 3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표제작 '열 여덟살의 여름'은 '제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분 수상작'으로 단순한 Boy meets Girl이라고 생각했던 초반 전개가 중후반부에 180도 뒤집히는 플롯으로 제법 재밌는 단편이다.
작은 기적은 아내를 여의고 아들과 같이 살아가는 홀애비의 새로운 사랑 찾기가 주내용이었고,
형의 순정은 연극 마니아인 형의 사랑과 자폭을 동생의 시점에서 그리고 있는 약간 유머스런 내용이고,
이노센트 데이즈는 '동시사망 추정'이라는 것을 이용한 본서에서 가장 추리다운 단편이다.

간단하게 4개의 단편에 대해 설명해봤지만 이것만 봐서는 이 소설이 어째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003년도 제6위에 랭크되었는지 설득력이 부족한 감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본서는 흔히들 말하는 추리소설(협의의 의미)과는 어울리지 않는게 사실이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도 있지만, 이쪽 장르의 첨병인 '기타무라 가오루' '가노 도모코' 등의 일상 미스터리 소설을 보면 소재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짜임새 있는 논리가 존재한다. 사건만 살인사건이 아닐뿐이지 그외에는 '본격'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논리전개를 보여준다. 그런데 본서 <18살의>은 그런 논리적 전개와도 동떨어져있다.

표제작은 사실 180도 바뀌는 구조의 변화가 포인트였다. 단순히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주인공이 연상의 여인을 연모해서 따라다니는 내용이었다면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스 디렉션과 뚯하지 않은 반전을 중시했다고 봐도 좋다.

작은 기적은 기본 내용은 러브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는 새엄마에 대한 소감을 아들이 말하는 '그 아줌마 집은 화장실 같은 냄새가 나' 라는 한 마디가 포인트로 작용한다. 아들의 말 한마디에 고민에 고민을 하는 아버지가 나온다. 이건 특별히 추리소설은 아닌데?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연결짓자면 '다잉 메시지'와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아들이 뱉은 한 마디에 숨은 진의를 규명해가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형의 순정도 작은 기적과 마찬가지로 말 한마디로 인한 오해에 관한 내용이다. 호칭과 관련된 것과 약간의 초보적인 서술트릭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쪽은 너무 뻔해서 아마 속을 독자들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단지 형이라는 캐릭터의 호방함이 상당히 맘에 든다.

마지막에 수록된 이노벤트 데이지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등장하는 가장 추리소설 다운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지만 범인의 정체보다는 오히려 관계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가 주 포인트라는 점만 언급하고 싶다.

흠집내기로 말하자면 본서는 추리소설로 읽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다. 하지만 추리 문법을 약간 활용한 서정성 있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픈 책이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 6위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한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