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겐토샤
우리말 출간중
살인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 '오오이시 아키히로'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사고로 시력을 잃어버려 앞을 볼 수 없게 된 '혼마 미치루'의 집에 숨어든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에게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카즈에'뿐이다. 맹인이 된 이후로는 밖으로는 결코 나가지 않으려 하고 오직 집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하루종일 지낸다. 한편 인쇄소에 취칙한 아키히로는 타인과의 관계가 서투른 남자다. 상사와 동료의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묵묵하게 고독을 감내하지만 그 속내는 사람과 어울리기를 원한다.
고독한 두 남녀의, 어찌보면 악취미같은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서서히 접촉해가는 과정이 대단히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대화도 없이 사소한 행동만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걱정과 안도의 양면을 같이 갖는 두 사람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물론 그냥 이렇게 흘러가다가 끝나는 얘기는 아니다. 오츠 이치니까. 아주 살짝 미스터리 양념이 뿌려져 있다. 본격 미스터리 팬이라면 사건의 진상과 진법까지 일사천리로 맞출 수 있을정도로 간단하지만, 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차분히 진행되는 서반부터 중반까지의 느긋한 전개를 보자면 과도한 미스터리 요소는 오히려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짝 맛배기로 들어간 미스터리가 전체의 재미를 높여준다.
문고판 250페이지 정도의 약간은 짧은 듯한 장편이면서 별다른 사건의 기복이 없으면서도 순식간에 읽힐 정도로 재밌다. 분류는 로맨스쪽으로 하긴 했지만 바람둥이에 여성불신 남자 주인공과 당당한 처녀 여주인공 사이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같은 그런 공식같은 내용은 결코 아니니 안심을... 굳이 장르를 구별해보자면 '기묘한(미스터리어스한)' 로맨스 정도로 하면 적당하려나?
고독했지만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두 남녀의 내일에 행복이 함께 하기를.....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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