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9일 목요일

반상(盤上)의 적 - 기타무라 가오루

1999년 고단샤
2002년 문고판 (사진)

<하늘을 나는 말>로 데뷔한 기타무라 가오루의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하는 <반상의 적>은 독자에 따라서는 재밌지만 달갑지 않은 미스터리일 수도 있습니다.

엽총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집에 침입해 아내 유키코를 인질로 삼습니다. 주인공=남편 준이치로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인질범과 협상을 시작하지만.............

기본 스토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인질로 잡힌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의 분투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의 반은 아내의 과거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릴적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중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까지 인질극이 벌어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의 내용이 반이나 차지하고 있죠. 또한 이 내용은 남편과 아내 파트(편의상)로 나뉘어서 번갈아가면서 등장합니다. 독자는 긴박감 넘치는 인질극이 벌어지는 현재가 어떡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읽는내내 긴박과 암흑 속을 왔다 갔다 해야하는 수고를 해야합니다.

하지마 이 모든 건 저자가 의도한 부분입니다. 종반전의 반전을 위해서 파트 전체가 하나의 복선이라서 작가의 의도(속임수)를 전부 파악하는 일은 아마 힘들 겁니다. 또한 이 모든 내용은 마지막 결말을 보고 나면 찜찜하게 남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남길 원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아마 다뤄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추리해보자면 그런 해피엔딩은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책 앞머리에 저자의 경고문구(?)가 들어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뿌듯한 기분에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맞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있는데, 맞습니다. 딱 그런 내용의 소설입니다. <하늘을 나는 말> 시리즈에서 희미하게 보여준 인간의 '악의'를 이번에는 피해자 입장에서 아예 내놓고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읽으면서도 속이 불편하고, 읽고 나서도 불편합니다. <반상의 적>을 읽고 나서 기분이 나빴다는 평을 보내준 독자 중에 여성분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해가 갑니다. (.....) 하지만 기분 나쁘지만 재밌는 소설이기 때문에 국내에 번역되면 좋겠습니다.

여담) 어째서 이 책을 <선상의 적>이라고 인식해서 '배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멋대로 추측하고 있었는지 참 신기합니다. 소설 자체가 체스를 약간 본 딴 - 표지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죠 - 내용입니다. 검정 킹은 인질범, 하얀 킹은 남편이죠.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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