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3일 월요일

미농우 - 슈노 마사유키



2000년 고단샤 노블즈
2003년 문고판

<미농우>는 <가위남>으로 데뷔해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슈노 마사유키'의 두 번째 미스터리입니다. 문고판 기준 750 페이지 정도로 꽤 두꺼운 볼륨으로 나와서 <가위남>을 재밌게 읽은 독자들을 설레게 했습니다만, <미농우>를 읽고난 독자 소감은 아마 두가지로 나뉘었을 겁니다. 좋은 의미로 뿅가서 나 죽어죽어~라고 외쳤을 독자와 나쁜 의미로 에라이! 욕을 한바가지로 퍼부었을 독자입니다. 이렇게 평이 갈리는 이유는 평이 갈릴 수 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내용 자체는 '평범한(?)' 본격 미스터리 물입니다.(무대와 등장인물의 모티브를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로스에서 가져왔습니다.) 구레다 마을이란 곳의 기온동이란 동굴 앞에서 머리가 잘린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마지막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고 끝납니다. 너무 간략하게 요약한게 아닌가 싶지만, 대강의 줄거리를 말하자면 그냥 그런 내용입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그런데 평이 갈리는 이유라면 대부분의 독자는 미스터리 완성도가 별로였나 보다라고 지레짐작을 할 겁니다.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당연히 평이 갈리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을 수 밖에 없고, 거기서 찾아야 하는게 지극히 정상적인 평가입니다. 암, 당연하죠. 저도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평가하니까요. (물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요) 하지만 <미농우>를 평가함에 빠트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제목부터, 소재, 진행, 인용, 참고문헌, 분량,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패러디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미농우>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오마쥬이자 패러디로 점철된 소설입니다. 게다가 <미농우>의 패러디는 단순히 상황이나 소재 설정 등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전부 비꼬아놓았습니다. 그래서 사건부터 해결과 탐정과 범인 전부 본격 미스터리의 공식 아닌 공식을 교묘하게 비꼬아놓았죠. 그래서 일견 사건은 평범해보이지만 실은 결코 평범한 사건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은 압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히 교묘하게 엮어놓은 것이란 걸 말이죠. 그래서 <미농우>가 대단합니다. 참고문헌만 100권이 넘는데, 이 참고문헌 수 자체가 페이크(?)입니다. 미스터리 독자라면-특히 잔뼈가 굵은- 참고문헌만 봐도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내공을 쌓은 분들이 계실겁니다. 그런데 <미농우>의 참고문헌은 정확히 104권인가 그런데, 그 내용도 본격 미스터리부터 신화, 역사,고전, 음악, 미술 등등 매우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죠. 그래서 참고문헌을 힌트로 본내용 추측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면 이게 전부 페이크일까요? 아닙니다. 소설 안에서 인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하. 대단하죠. 다 좋은데 <미농우>의 단점은 분량입니다. 물론 분량자체도 일종의 카모라쥬에 가깝지만, 그래도 분량이 너무 많았고, 초반이 지루합니다. 물론 알고 나서 초반을 다시 보면 '후후, 작가 이 녀석!! 귀엽군' 정도의 평이 나오겠지만, 그걸 모르고 읽는 초반에는 그저 지루합니다. 캐릭터들의 대화는 재밌지만 상황이 지루하죠. 좀 더 깔끔하고 귀엽게(?) 다듬을 수는 없었을까? 이것이 최선인가? 라는 고민을, 작가가 아닌 일개 독자인 제가 해봤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보이지는 않네요. 가지를 쳐버리자니 그럼 볼품이 없어질 거고 그대로 두자니 너무 무성하고 말이죠. 또 하나 단점을 들자면 사건 자체를 비꼬아놓은 것은 좋지만 그것 빼고는 의외성이 별로 없습니다. 두 가지 토끼를 전부 잡았다면 아마 평가가 훨씬 좋아졌겠죠.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무튼 <미농우>는 '좋은' 의미로 미스터리 독자의 기대를 배판하면서 만족시켜준 추리 소설입니다. 사실 <미농우>는 작가 슈노 마사유키의 다음 작품 <검은 부처>에 비하자면 매우 양호한 '정상적인' 미스터리입니다. <검은 부처>는 그야말로 '깨는' 미스터리거든요. <미농우> 정도에 실신당했다면 <검은 부처>읽을 자격이 없습니다. 호호.

여담) <가위남>을 아직도 읽어보지 않은 분 계시면, 추천작이니 읽어보세요~ 선뜻 사기 어려운 분이라면 부담없이 가까운 도서관에 가보세요. 아마 있을 겁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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