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신데렐라 티쓰 - 사카키 츠카사
2006년 고분샤
제목은 바로 'Cinderella Teeth' 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신데렐라의 이빨'이 되버리네요. 어째서 이런 제목을 갖게 됐는지는 본 연작단편집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책임한 말이네요^^)
이 야기의 배경은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이란 개인 치과병원입니다. 이곳에서 대학교 2학년생이자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가노 사키'가 여름방학 단기 계약직으로 환자 상대로 접수를 맡습니다. 병원장 시나가와 원장의 지론은 '상냥한 치과 병원'입니다. 치과를 두려워하는 환자를 위해 성심성의껏 설명하고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환자가 아닌 고객을 대하는 심정으로 접대를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접수 안내원으로 '어릴적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치과에 가기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여대생 주인공'이 채용됩니다. 물론 주인공 사키는 어머니의 소개로 일을 맡습니다만, 그건 엄마한테 속고 분위기가 채용 확정으로 흘러가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맡게 됩니다.
호쾌한 병원장 시나가와,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가노(주인공 사키의 외삼촌)와 나가세 의사. 그리고 미인 간호사 우타코와 동안에 애니메이션 성우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귀여운 간호사 가스가 유리. 사무 담당 가사이. 마지막으로 치아 조형 제작을 담당하는 기술의 요츠야라는 청년까지, 재밌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총 5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거의 연작 형식이기에 연작 단편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장 르는 짐작하겠지만 '일상 미스터리'에 속합니다. 치과 지식이 전혀없는 주인공 사키가 좌충우돌하면서 다양한 환자를 접하면서 일어나는 의문점(호기심)을 요츠야라는 청년이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전화상으로는 몹시 친절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불쾌한 표정을 짓고 말을 걸어도 씹기 일쑤인 어느 환자의 이야기. 예약해놓고 항상 늦고 미안하다며 케익을 사오는 환자. 어느날 갑자기 환자의 애인이 찾아와 이런 저런 불평을 해댄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의 핵심은 필수로 '치과 지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쪽 지식이 있다면 쉽게 맞출 수 있고, 아니라면 어떤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지겠죠.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강도는 상중하로 순위를 매기자면 下정도 밖에 안될겁니다. 하지만 스토리라는 전체 흐름 속에 미스터리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미스터리의 부족함을 드라마로 채우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위해 미스터리를 희생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미스터리를 위해 드라마를 희생했다면 오히려 점수가 깎였을겁니다. 둘다 양립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말로는 쉽지 실제로는 어렵죠. 특히 일상 미스터리라면 말이죠.
작가 사카키 쓰카사의 데뷔작은 <청공의 알>이란 은둔형 외톨이를 탐정으로 한 연작 단편집입니다. (후속편 2권을 더해서 완결이 났씁니다.) 데뷔작과 그 후속편을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긍정적'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탐정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단순히 일상 미스터리 재미를 위해 등장한 캐릭터들이 아니라 한 번 등장한 인물은 계속해서 주인공과 관계를 갖고 서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그 단편집은 미래를 향한 희망찬 또는 두렵지만 내일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내용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신데렐라 티쓰>에서도 바뀌지 않습니다. 주인공 여대생 사키의 캐릭터 조형부터가 그렇습니다. 사키는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귀여운 스타일 (일본은 귀엽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귀엽다와 예쁘다는 다릅니다^^)에 소극적인 성격입니다. 거기다가 치과 가는걸 두려워합니다. 과거에는 남자한테 2번 고백을 받고 사귀지만 2번 다 남자한테 차인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심하면서 수동적인 캐릭터라고 봐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착실하게 성장해갑니다. 거기엔 로맨스라는 양념까지 들어갑니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참 '밝은' 내용이구나 라고 느낍니다. 소설 속에서는 악역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없습니다. 다들 착한 캐릭터며 처음엔 오해였지만 알고보면 속내음은 다들 착한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죠. (물론 소설에서 악역이라고 하기 그런 악역 캐릭터가 딱 1명 나오기는 합니다.) (오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인간의 말을 하는 설치류가 현실에 있지만 설치류가 말하는 오해라는 단어는 그렇게 자기편의대로 마구 사용해서는 안되는 단어입니다.)
이런 계통의 소설은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왜 이런 스타일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괜히 따듯해지는지는 아마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입니다만 마음속에서는 그래도 성선설을 믿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미스터리만으로 접근하면 재미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란 양념을 곁들인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맛깔스런 한 끼 식사가 될거라 믿습니다.
(여담)
사키는 과연 치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제목은 <신데렐라의 이빨>일까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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