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패미통 문고
우리말 출간중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의 <우정>이 이번작의 모티브입니다. 뭐 소설 내용은 사랑이냐 우정이냐 갈등하는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형 청춘소설입니다. 무샤노코지 사네아츠는 일본에선 '시라카바' 파의 한 사람으로 작가이자 화가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정규 일본 교육과정을 마친 일본인이라면 이 작가 이름과 작품은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문학소녀 3권을 읽기에는 핸디캡을 갖겠죠.) 우리나라엔 따로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있는지는 모르겠고, 검색해보니 예전에 '시사일한대역문고'로 이 <우정>이 소개된 적이 있었더군요. 물론 지금은 절판입니다. 간단한 스토리는 남자A가 한 여자를 보고 한 눈에 뻑 가서 내 마누라가 되줘~~ 구애를 펼치는데, 그 여자는 남자의 친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도 여자를 좋아하지만 친구를 생각해서 해외로 유학을 떠나지만 결국 친구와 여자는 이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나=코노하와 같은 반 친구인 '아쿠타가와 카즈시'가 이번엔 메인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구성이죠.) 도서관에 비치된 책중에 커터 나이프로 책장을 도려낸 부분을 밝견한 토오코는 범인 색출 작업에 나섭니다. 그러다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데, 범인은 놀랍게도 아쿠타가와였습니다. 토오코는 그 일을 빌미로 자신이 구상한 문예부 연극에 아쿠타가와가 출연할 것을 요청하고 아쿠타가와는 토오코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사육부의 토끼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과 또 다시 도서관의 책장이 칼로 찢겨지는 등 사건이 속출하고, 아쿠타가와는 그럴때마다 한 여자애(범인?)를 감싸는 행동을 취합니다. 결국 코노하와 토오코는 초등학교 시절 아쿠타가와에게 일어났던 일을 알게 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여기에 모티브로 삼은 작품 <우정>이 끼어들어 이리저리 얽히고 섥힌 내용이 됩니다.
참 뻔한 내용인 듯 한데 그걸 살짝 비틀어서 먹음직스럽게 만든 면이 돋보입니다. 아쿠타가와에게 일어났던 사건이나 그가 감싸는 여자애는 누가나 예측하기 쉬울 정도로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그게 다 였다면 제가 이렇게 좋아할리도 없거든요. (....) 아무튼 소설 막바지에 무대에서 연극을 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상상'(추리가 아니라 상상)하는 토오코의 고백은, 연극 내용 -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의 <우정> - 과 맞물려 절묘한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도움이 되려고 했던 일이 역으로 남을 헤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깊은 상터를 입었던 아쿠타가와. 눈 앞에서 투신한 여자친구를 못잊은채 관계를 거부하는 주인공 코노하. 문학소녀 토오코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상처입은 두 영혼의 치유제 역할을 합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상처를 극복하고 내일을 향한 한 걸음의 용기가 되어준 토오코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쿠타가와와 코노하의 우정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건 또 다른 <우정>이기도 하죠. <우정>이란 모티브를 여러겹으로 잘 포장한 라이트노벨 미스터리입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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