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슈에이사
2004년 문고판 (사진)
우리말 출간중
주로 단편 또는 가끔 중편 정도 분량의 소설만 발표하던 오츠 이치의 회심(?)의 장편이다. 단편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과연 장편에서도 그럴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답장과 같은 소설이 <암흑동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실종 홀리데이>라는 중편보다는 약간 긴 듯하고 장편에는 모자라는 소설을 이미 발표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장편은 <암흑동화>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좌측 눈과 기억을 잃어버린 여고생인 '나=시라키 나미'
장기이식수술로 왼쪽 눈을 이식받지만 나미의 앞에는 본 적없는 이상한 영상이 눈 앞에 영화를 보듯이 재생된다. 그것은 좌측 눈이 기억해 온 '기억'. 왼쪽 눈이 재생하는 기억들의 조각 조각을 기록해가면서 나미는 기억 속의 소년을 또 하나의 자신인 마냥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기억속의 주인공이 사는 마을에 찾아가는 나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악몽같은 엽기적인 진실이었다........
사고로 한 쪽 눈과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기억상실 전에는 쾌활명랑, 성적우수, 운동만능, 인기소녀 등등 매사에 자신감과 활기가 넘치는 그런 소녀였던 주인공이 기억을 잃어버린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버린다. 학교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말하는 '나미'라는 존재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기억에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을 이식받은 좌측 눈의 기억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단 기본 구조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면서 엽기기발한 잔혹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 일종의 '호러'에 가까운 내용이다. 초반부터 범인 측 입장의 내용이 나오는 등, 분량을 늘인 약간은 잔혹한 그런 소설이 아닐까 내심 추측을 했을 정도로 약간 맥이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작가가 노린 트릭이이었다. 교묘하게 범인을 한 쪽 캐릭터로 몰아가다가 막판에가서 반전을 뽑아내는 실력이 감탄스럽다. 뻔한 트릭을 재밌게 포장하는 재주가 오츠 이치의 장점이다. 범인 측 입장이 왜 나왔는지는 마지막에 가면 다 밝혀진다. 거기에 그대로 당해버린 본인이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
암흑동화는, 기본 노선은 호러지향이지만 작가가 심어놓은 지뢰와 반전도 들어있기 때문에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도 즐겁게 읽을 만한 소설이다. 사지절단, 내장과 뼈가 분리되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등 문자폭력에 가까울 정도로 잔혹한 묘사들도 가끔 나와서, 비위 약한 독자에게 맞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내장을 질질 흘리면서 도망가는 여고생 주인공과 나중에 그 내장을 다시 뱃속으로 집어넣는 그녀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본 소설에는 초반과 중반에 '아이의 메모리' 라는 작중작이 들어있다. 전편 후편으로 나뉘어 짤막한 분량인데, 암흑동화집이라는 곳에 수록된 내용으로 저자는 소설 속에 나오는 '사건'의 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동화의 내용이 상당히 잔혹(?)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내용이다. 추천!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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