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잃어버린 이야기 - 오츠 이치

2003년 가도카와쇼텐
2006년 문고판

[오츠 이치] 일본 위키피디아 부분 번역

잔혹함과 비참함을 기조로한 '흑 오츠이치'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기조로한 '백 오츠이치'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전자의 예는 슈에이사(집영사)에서 간행된 작품들이나 'GOTH-리스트컷 사건' 후자의 예는 가도카와(각천) 스니커 문고에서 간행된 작품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쪽으로 치우친 작품은 없어졌다. 또한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유머가 풍부하기로도 유명하다.

학생시절에는 '슬레이어즈'등의 '라이트 노벨'을 애독했지만 후에는 '별 내용없이 화려한 삽화로 얼렁뚱땅 넘기는 작품이 너무 많다'라고 느낀 이후로, 라이트 노벨에서 멀어졌다고 한다. 작가로 데뷔는 라이트 노벨 작가로서이지만 '라이트노벨의 존재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독서가지만 라이트노벨은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때문에 '실종 홀리데이' '너밖에 들리지 않아-CALLING YOU' '쓸쓸함의 주파수' (전부 가도카와 스니커 문고)의 수록작에서 5작품을 선별하고, 새롭게 쓴 작품을 더해서 양장본으로 간행된 것이 '잃어버린 이야기'(가도카와 쇼텐)이다.



<잃어버린 이야기> 수록작품
1. Calling You
-출처 : [너밖에 들이지 않아]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너밖에 들리지 않아> 26, 27페이지
<잃어버린 이야기> 24, 25페이지
(둘다 CALLING YOU 단편)

두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선데이 만화지'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후자는 '소년 에이스라는 만화 잡지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특히 후자에서 소년 에이스 안의 모 만화의 소년과 소녀중에 소녀에 대한 묘사 - 긴머리에 눈가에 점 - 는 다분히 'GOTH'의 여주인공 '모리노 요루'를 의식하고 있다. 원래 스토리와는 하등의 관계없는 차이지만 를 읽은 사람들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장치이다.

2. 잃어버린 이야기
-[쓸쓸함의 주파수]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3. 상처
-[너밖에 들이지 않아]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4. 손을 잡은 도둑 이야기
-[쓸쓸함의 주파수]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5. 행복은 아기 고양이의 모습
-[실종 홀리데이]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6. 나의 똘똘한 팬티 군

7. 마리아의 손가락
-[잃어버린 이야기] - 오리지널 스토리

8. 가짜 여친 - 문고판용 후기 대신에 수록된 단편

1번에서 5번까지는 이미 기존 책에 수록되었던 것을 발췌한 것이라 여기서는 생략하고 오리지널만 뽑아서 얘기해보겠다.

6. 나의 똘똘한 팬티 군
3페이지 정도의 장난끼어린 단편이다. ZOO의 문고판 2번째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과 같은 스타일
자 신감 없는 주인공에게 어느날 입고 있던 팬티가 말을 건다. 똑똑한 팬티 덕에 하루 하루가 즐거운 주인공. 하지만 매일 같은 팬티를 입다가 팬티에 구멍이 나자 어머니가 팬티를 버리고, 주인공은 팬티를 되찾기 위해 나서는 등, 읽고 있으면 멍한 느낌이 들정도로 약간 황당했던 단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똘똘한 팬티 군 없이도 자신감을 찾기 시작한 주인공의 앞날에는 아마 행복이 깃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7. 마리아의 손가락
미스터리 중편이다. 누나 친구인 '나루미 마리아'가 선로에 투신해서 자살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급행열차에 치어서 산산조각난 시체 중에 수거하고 남은 손가락을 주인공이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포르말린 병에 넣어 손가락을 보관하는 주인공, 죽은 마리아의 남자친구는 없어진 손가락을 찾아 밤이면 밤마다 선로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그 손가락이 발견될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같이 동참하기도 하는 등...오츠 이치 다운 설정의 소설이다.

여기까지는 머리가 돌아버린 두 남자의 손가락 찾아 삼만리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어떤 것을 계기로 '나루미 마리아'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프롤로그에서 심어놓은 함정과 마지막 범인을 밝혀내고 에필로그의 결말까지, 오츠 이치가 자주 써먹는 '서술 트릭'을 여기서도 사용하고 있다. 범인의 정체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 초반부터 나오는 세세한 설정등이 전부 복선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 역시 재밌는 소설이라고 새삼 느끼게 된다.

8. 가짜 여친
흔히 공감가는, 인기 없는 남자 소재를 갖다가 코믹하면서 감동(?)적으로 다룬 짤막한 단편이다.
어쩌다가 애인이 있다고 뻥을 친 주인공은, 그 거짓말을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로 거짓말을 포장하는 일을 반복한다. 여기에 동병상련의 녀석이 한 명 더 등장하면서 주인공과 둘이서, 서로 상대방의 가짜 여친에 관한 설정 다듬기 작업을 한다. 서로 여친을 봤다고 증언도 해주기도 하고, 설정의 모순을 서로 지적해가면서 상상속의 완벽한 여친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친구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마는데......

오츠 이치의 유머가 담긴 단편소설이라, 읽는 내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가짜 여친이 테니스를 했다는 설정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테니스를 배우는 친구, 이번에는 가짜 여친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설정에 맞춰서 죽어라 기타를 배우는 주인공이나....웃을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이래서 오츠 이치의 소설을 읽는 것을 그만 둘 수가 없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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