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4일 화요일

비밀(Top Secret) 시미즈 레이코 (2008)

<비밀>은 2008년도 총 26 화로, 시미즈 레이코가 그린 동명의 원작을 TV애니메이션로 만든 것입니다. 원작은 연작 단편식의 부정기 연재로, 초반 단행본 발간기간이 매우 길었습니다만, 권수가 거듭날수록 - 인기가 좋아서 연재 속도가 늘었는지 - 후속권 발간은 초반보다는 빨라졌지만, 그래봤자 겨우 6권까지 발간됐습니다.

애니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원작의 미려한 그림이 비 맞은 닭처럼 후줄근하게 변해버렸다는 점을 제일 먼저 들 수 있겠죠. 저질 작화는 원작이 순정만화 계열 (비밀도 내용은 서스펜스물에 속하긴 하지만 초광의의 의미로 봤을 때는 순정만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음)이 저예산 TV 애니오 만났을 때 항상(?) 보여주는 고질병입니다. 인물 얼굴만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 특히 주인공 마키 - 가끔 이쁜 화면을 볼 수 있는 케이스도 있지만, 모션, 고른 작화 등은 탁 까놓고 말해서 '꽝'입니다. 이런 허접한 그림을 오로지 '스토리'로 커버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비밀>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MR.I 스캔으로 죽은 사람의 뇌를 조사해 '영상화'하고, 그걸 바탕으로 범죄 수사를 한다는 것이 <비밀>의 주내용입니다. 도덕적 문제, 인권 시비가 일어날 만한 일을 맡은 곳의 실장=주인공이 마키 츠요시입니다. 미소년 이미지의 주인공이지만 같이 근무했던 스즈키가 폭주해서 친구를 쏴죽인 아픈 과거를 소유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아오키라는, 스즈키를 닮은 청년이 새로 부임해 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초반에는 썰렁합니다. 미스터리만 보자면 탈락입니다. 피해자의 뇌를 조사해서 죽기 직전 장면 - 라스트 컷 - 을 보면 '범인'이 누군지 잘 알 수 있죠. (멍청한 범인들은 피해자의 뇌를 그대로 두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재밌는 플롯을 만들 수 있다는 건 '키누코 전,후편' 에피소드를 보면 명백합니다. 범인은 누구인지 뻔한데 이걸 어찌 요리해서 잡아넣어야 고민하는 내용이 볼만했던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자' 편도 괜찮았습니다. 죽기 직전 피해자의 눈에 비친 빨간 하이일을 단서로 용의자가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SEARCH MY BODY'편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에피소드였을지는 모르지만 점점 지루해지는 내용에 좋은 자극제가 되는 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아직 완결나지 않은 원작을 바탕으로 나름 깔끔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음모의 실체가 너무나 뻔하고 썰렁한 내용이라 김이 팍 샙니다만......

중간중간 좀 짜증나고 지루한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만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약간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 제 기준에서는 별로 잔혹하고 무서운 장면은 전혀 없었습니다만 - 스토리가 그걸 다 커버합니다.

비밀을 아는 것과, 비밀을 숨기는 것,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느쪽을 택하시겠나요? 아무리 죽어마땅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는 명탐정과, 진범인을 밝히지만 동기와 제반 사정을 고려해서 그냥 눈감아버리는 명탐정............

여담) 오프닝 노래는 좀 에러. 엔딩 노래가 분위기에 잘 맞더군요.

평점 5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