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3일 월요일

라인의 포로 - 다나카 요시키

2005년 고단샤 (미스터리 랜드)

처음 제목 라인에서 '라인 강'을 떠올렸고, 포로하면 문자 그대로 포로를 의미하는 것일테니, 합쳐서 라인강 근처에 사로잡힌 포로들을 구출하는 세계대전(1차든 2차든)을 배경으로 한 전쟁 이야기가 아닌가 멋대로 추리(망상)을 한 적이 있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내용이더군요.

일단 소설의 시간은 1830년 11월부터 12월까지이고, 공간은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입니다. 캐나다(영국령시절)에서 태어나서 자란 주인공 '콜린느'는 아빠가 죽고 나서 아빠의 한을 풀기위해 열 여섯 어린 나이에 단신으로 프랑스로 건너 옵니다. 아빠는 사실 프랑스 귀족 출신인데 아버지(콜린느에게는 할아버지)와 싸우고 캐나다로 건너와서 캐나다의 원주민 여성(콜린느의 엄마)과 결혼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병으로 죽기 전에 '파리를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말때문에 아빠의 명예 회복을 위해 콜린느 혼자서 프랑스로 오게 된 것이죠.

그런 경위를 거쳐서 만난 할어버지 브리클 백작은 콜린느에게 엉뚱한 명령을 내립니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내 손녀가 되길 원한다면 라인강 근처 '쌍두각 탑'이란 곳에 사로잡힌 포로의 정체를 알아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포로는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9년전에 죽은 나폴레옹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16살 소녀 콜린느는 단신(?)으로 '라인의 포로' 정체를 밝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때마침 알렉산더 듀마, 쟝 라피트, 몬트라세 라는 3명의 어른(?)을 동료로 삼아 라인강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콜린느 일행 앞을 파리의 흉악안 4인조 범죄일당이 가로막지요. 그런 방해공작을 뚫고 쌍두각의 탑에 도착하는 콜린느.......하지만.........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런식으로 진행됩니다. 소녀와 3인방, 음모가 곁들여진 모험물이란 설정은 알렉산더 듀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삼총사>를 연상케합니다. 소설 자체도 콜린느의 모험에 알렉산더 듀마가 참가해서 이걸 소재로 <삼총사>를 쓴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죠. 또한 쟝 라피트는 실제 해적왕으로 불리던 실존인물입니다. 이런식으로 실존인물간의 가공의 만남을 소소하게 잘 그린 양질의 모험 미스터리입니다.

좀 독특하다면 독특한 요소로, <라인의 포로>는 분명 일본에서 나온 소설이지만 '일본인'의 '일'자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건 보편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물론 프랑스, 영국, 독일, 캐니다,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역사적 배경이 나오기 때문에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입장에서는 이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이긴 합니다만......노예 이야기도 나오니 아프리카도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군요.) 작가후기에서 해외에 번역되는 걸 '상상'하는 다나카 요시키의 멘트처럼,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 소개되어도 그다지 이상할 것 없는, 아니 딱 알맞은 스토리이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저만해도 어릴 적에 정신없이 읽었던 동화를 찾아보니 전부 외국산이더군요. (이건 이것대로 씁쓸합니다만....) 어쨌든 소설의 내용, 삽화와 장정 세가지 요소가 잘 어울려서 뿌듯한 만족감을 줍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스케일이 작습니다. 그냥 파리에서 라인강 근처 갔다가 되돌아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음모와 반전이 함께 들어가서 재미를 해치지는 않습니다만, 이쪽 역시 임팩트가 부족하죠. 주인공과 대치되는 악역이 비중있게 그려져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더군요.그럼에도 재밌는 이유는 주인공 4명의 밸런스입니다. 소녀와 어른3인방이란 설정과 많지 않은 분량에도 각각의 캐릭터는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속에는 유머도 있어서 맛깔나게 합니다.

또 하나나 꼬투리를 잡자면, 이런 방식(실존인물+역사배경+픽션)은 흔한 요소이고, 다나카 요시키는 이미 <발트해의 복수>라는 제목의 소설로 보여준 스타일입니다. 뭐 재탕이죠. 또한 나중에 비슷한 콘셉트의 <미스터리 야!>에서 나온 <월식섬의 마물>이라는 삼탕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라인의 포로>와 <월식섬의 마물>은 모험물이라는 입장에서는 같지만 완성도와 재미면에서는 전자의 손을 번쩍 들어줄 정도로 차이가 있습니다. <라인의 포로> 하나만 읽어본 독자라면 저와 같은 감상은 느끼지 못할테니, 꼬투리 부분은 뭐 저만의 푸념 정도로 여기셔도 괜찮습니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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