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6일 일요일
'문학소녀'와 더렵혀진 천사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1. 크리스틴, 라울, 팬텀에 해당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2. 고딕체 독백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3. 천사의 정체는? 남자 친구의 정체는?
4권의 미스터리 포인트는 대충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1번은 시리즈 4번째 이야기 <문학소녀와 더렵혀진 천사>의 모티브인, 가스통 르루 作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오는 주동인물이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팬텀의 도움으로 일개 코러스에서 주역자리를 꿰차는 캐릭터이다. 팬텀은 그런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크리스틴이 사랑한 사람은 라울이다. 크리스틴이란 경계선을 두고 팬텀은 夜을, 라울은 晝를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자세한 건 원작을 읽어보시길......여기서는 그냥 구분하기 쉽게 나누었을 뿐이다.)
일단 미토 유우카라는 음대 부속 고등학교에서 오페라를 전공하는 여학생이 크리스틴이란 사실은 초반에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실제 고딕체 독백 형식의 글 내용은 미토 유우카의 자기고백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천사를 만나 새롭게 노래에 눈을 뜨게 되었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족과 관계된 어떤 이유 때문에, ' 안좋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유만 가지고도 장편 하나가 가능은 하겠지만, 작금 여고생 매춘 정도는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연계되는 것이 4권의 '천사'와 유우코의 '남자친구'의 정체이다. <오페라의 유령> 공식에 대입하자면 천사=팬텀, 남자친구=라울이 된다.
하지만 4권의 진실이 공식 그대로였다면 무척 밋밋한, 재미없는 소설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선과 악을 일도양단 딱잘라 이건 선! 그건 악!이라고 구분할 수 없듯이 소설-픽션- 안에서 숨쉬고 희비하는 캐릭터들이지만 그렇게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실례. 4권의 핵심은 크리스틴,팬팀,라울의 삼각형의 꼭지점이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60도 꺾이면서 크리스틴이 팬텀이 되고, 팬텀이 라울이 되고, 라울이 팬텀이 되는 것에 있다.
2번의 경우는 2명을 말해야 정답이다. 미토 유우카, 라고만 하면 반쪽짜리 답이다. 3장까지의 고딕체 독백은 확실히 미토 유우카의 고백이 맞다. 추가로 그 독백은 2가지 서술트릭을 내포하고 있다. 실은 소설 초반에 이미 미토 유우카는 죽었다는 것을 고딕체 독백으로 숨기고 있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4장부터 나오는 고딕체 독백도 미토 유우카가 뱉는 말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4장에서 처음 나오는 독백을 보면 '분위기'과 확연히 차이나는 걸 알 수 있다. 눈치가 빠른 독자 - 또는 문학소녀가 즐겨쓰는 수법을 아는 독자라면 뭔가 이상하다 싶으니 한 번 더 의심을 했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묻어갔을 것이다. 위에서 미토 유우카는 이미 죽었다고 했는데, 그럼 1장부터 3장사이에 끼어있는 고딕체 독백은 대체 무엇인가? 그냥 낚시?라는 의문을 갖고 있을 독자도 있겠지만, 이건 사실 죽기전의 주마등 처럼 하나의 고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인데, 라이트노벨 특징상 분량문제도 있겠고, 과도한 주마등식 표현은 오히려 독서방해를 할 수 있을 여지도 있어서 편집단계에서 삭제됐거나, 아니면 작가 노무라 미즈키=작자 연출력 한계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저너머에, 그저 '상상'할 뿐이지만말이다. 따라서 미토 유우카의 행방은 자연스레 드러난다. 사실 이미 중반부 '크리스틴은 찬미가를 들으며 죽었어' 라고 알려준다.
3번, 천사의 정체로 넘어가 보자. 시리즈 특징상 나오는 등장인물은 한정되있다보니 대충 때려잡아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리 어렵지는 않다.
용의자1 : 음악선생. 오페라를 한적이 있고, 현재는 음악선생. 천사와 남자친구 둘 다 가능하다.
용의자2 : 도서부원 오미. 코노하 주변에서 그를 비아냥거리는 장면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남자친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중반부 반지씬은 노골적이며 전형적인 미스 디렉션. 낚이지 말자.)
용의자3 : 여자선생. 유우카가 다니는 학교의 음악교사로 미모의 여선생이다. 설마 '동성애'는 아닐 것이고(나는 나름대로 그런 가능성까지 전부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너무 앞서갔다.) 그녀가 천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별에 관한 착각을 유발하는 트릭도 꽤 많으니까.
어쨌든 여기서 남자친구에 관한 단서는 소설 중반부에 나온다. (물론 초반에 유우카가 직접 말한 3가지 단서도 있지만 그것만 보고 바로 맞춘 독자가 있다면 그저 땅에 넙죽 업드려 감복할 따름이다.)
정삼각형 바퀴같은 캐릭터 구도는 이렇게 해서 서로 위치를 바꿔간다. 크리스틴은 팬텀으로. 팬텀은 라울로, 라울은 크리스틴으로. 그리고 4권의 부제목인 '더렵혀진 천사'가 그위에 오버랩된다. 4권의 재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줄무늬 팬티가 아니다! (.....) 사실 4권은 5권의 전초전이다. 갑작스레 라스트 보스를 등장시켜서 주인공 일행을 짖밟으면 재미없으니까, 예행연습을 시켰다고 해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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