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절애의 관 - 사사키 마루미



1977년 고단샤
1988년 문고판
2006년 동경창원추리문고 (사진)

<절애의 관>은 사사키 마루미가 쓴 <관 시리즈 3부작>중 제1부에 해당한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작중화자인 나는 여고생 '료코'다. 료코에게는 사촌이 있는데, 사촌오빠는 켄, 신이치, 테츠후미 이렇게 3명, 사촌언니는 사오코, 유리해서 2명, 해서 전부 5명이다. 2년전에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치나미'까지 포함하면 총6명.이들은 매년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절벽 근처에 저택(관)을 세우고 은둔하디시피 살고 있는 고모(이모인지 고모인지 불명)댁에 놀어온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치나미가 죽은지 2년이 지난 시점. 사촌들은 각자 치나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치마니가 없는 저택에 다시 모인 사촌 5명. 그리고 저택 안에서 불가사의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절벽에 가까이 위치한 서양식 저택.
눈보라로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저택
2년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미소녀
밀실, 소실 등의 불사가의한 사건의 연속
의심, 갈등, 반목, 화해
그리고 범인의 정체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초판이 1977년이란 사실을 몰랐다. 대충 줄거리를 훑어보니 '오호~ 라이트노블 풍의 관 시리즈인가 보다' 라는 가벼운 마음에 흥미가 동했는데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이건 '예상밖의 대어(?)'였다.

<관 시리즈>하면 역시 일본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그(!) 시리즈 들이 떠오르겠지만, <십각관의 살인>보다 거의 10년 앞서 이런 스타일의 <관 시리즈>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일단 신선했다. 게다가 작중화자는 여고생이다. 사춘기를 갓 지난 듯한 - 요즘 새태에서 보자면 좀 늦은 감이 업지 않아 있지만 - 주인공의 눈높이는 스토리 내내 사건의 발단, 전개, 절정, 결말까지 (물론 과거 사건의 회상까지도) 따라다닌다. 여기에 주인공과 일행을 알게 모르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2년전에 죽은 치나미라는 소녀는 소설 안의 캐릭터를 지배하는 보스격 캐릭터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치나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따라서 주인공의 생각과 독백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독자가 이 눈높이를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위기 좋은 양질의 추리소설을 한 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주인공 료코의 사색이 거슬린다면 본서는 그냥 선선히 포기하는 편이 좋다.)

요즘 책들에 비해서 행 변환이 거의 없어서 작은 글씨가 한 페이지, 아니 몇 페이지 연달아 빽빽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활자량은 페이지 수에 비해 많다. 요즘 하도 읽기 쉬운 것들만 골라서 읽다보니, 절애의 관을 읽는데 상당한 공(?)을 드려야 했다. 뭐 공을 드린 만큼 만족스런 내용이었기에 시리즈 2부와 3부도 반드시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여담이지만 해설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맡았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1975년 데뷔해서 1977년 본서 <절애의 관>을 발표했고, 약 10년간 활동하다가 작가 생활을 접은 듯 하다. 2005년 사망. 본서가 나왔을 당시에는 아마도 이 채도 큰 주목은 못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일본 미스터리 풍토로 본서를 보자면 아마 '이단아'가 아니었을까? 그 후 10여년이 지나서 <십각관의 살인>이란 신본격 무브번트가 태어날 줄은 그 누구도 몰랐겠지만 말이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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