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도쿄소겐샤 (왼)
2001년 문고판 (오른)
<손바닥 안의 작은 새(이하 작은새)>는 93년부터 94년까지 <창원추리>(현 <미스터리즈!>의 전신격>에 연재된 단편에 새롭게 추가한 단편을 한 데 묶어 낸 연작 단편집 형식이지만 사실상 '장편소설'입니다.
표제작이자 첫 단편인 '손바닥 안의 작은 새'는 scene1,2=남,녀 시점으로 나뉘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렇게 만든 이유는 남녀 주인공의 소개격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선배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선배로부터 들은 대학시절 미술을 하던 그녀에 관한 소식. 그리고 그녀로 부터 받은 의문의 부재중 전화. 그리고 중학생 시절 학교의 교칙 떄문에 등교거부 한 적이 있던 여자. 여름방학을 맞이해 쫓기듯이 할머니 집으로 내려간 소녀. 방학이 끝날 무렵 할머니와 어느 내기를 하지만 그 내기는 그녀가 결코 이길 수 없었던 내기였다. 이런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그냥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라면 별로 쓸 말은 없을 겁니다.
여자에 이끌린 남자가 대시해서 여자가 어릴적 할머니와 했던 내기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첫 단편 '손바닥 안의 작은새'입니다. 여자를 꼬시는데(?) 성공한 남자는 이름을 밝히지만 여자는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과거에 있던 이야기 한토막을 들려주죠.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이름을 맞추는 것이 2번째 단편 '앵월야'입니다. 이름을 맞춘 남자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지만 여자는 지각상습범. 그런데 여자의 지각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습니다.(하하). 이번에는 여자의 자전거가 도단당했다고 하네요. 자전거 도난 사건을 다룬 것이 3번째 단편 '자전거 도둑'입니다. 여자가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가 얽힌 '인간소실' 미스터리와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남자가 소실을 해결하는 것이 4번째 단편 '불가능한 상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이 사라진 약혼반지를 둘러싼 女心의 미스터리!를 그린 '에그 스탠드'입니다.
살인사건이 없는 미스터리를 그리는 작가의 테크닉은 이런데서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복선과 결말의 이중구조가 절묘한 맛을 자아냅니다. 에그 스탠드라는 칵테일 바가 주 배경무대가 되는데, 매혹적인 '칵테일' 한 잔을 음미한 기분이 들 정도로 좋은 느낌을 주는 소설입니다. 겉을 포장하고 있는 로맨스와 안을 장식하고 있는 일상 미스터리의 경계가 잘 융합되아서 그래서 미스터리!!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들고 그냥 로맨스!! 라고 규정하기도 애매합니다. 뭐 그냥 합쳐서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하면 되겠지만........ 미스터리도 따지고 보면 소설이라는 커다른 우물 안의 개구리인데, 역시 미스터리 이전에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런데서 공감합니다. 이 책도 우리말로 나오길 바랍니다.
여담) 특히 소설의 여주인공의 쾌활한 언행이 꽤 맘에 들었는데요. 작가 후기에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 캐릭터'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히더군요. 남자에게는 아마 여심이야말로 '진정한' 미스터리일겁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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