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2일 수요일

'문학소녀'와 얽매인 바보 - 노무라 미즈키


2008년 학산문화사

이제는 시리즈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고딕체 문장. 이번에는 편지문 형식으로 등장했습니다. 이걸 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체는 매우 쉽고, 엉뚱한 사람이 쓴 그런 결말이 막바지에 등장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편지라면 받는 사람이 있을텐데, 여기서는 받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가 더 중요한 요소겠죠. (물론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인 경우도 있지만.....)

(이하는 변함없이 치명적인 헤살 덩어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헤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사전 찾아보세요~)

1. 편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
2. 중층적 삼각관계

1번 부터 가보죠. 편지글을 쓴 주체는 아쿠타가와 카즈시입니다. 초반부터 정체를 암시하고 후반부까지 그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마지막에 바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을 '찍었다면' 오답을 선택한 것입니다.어쨌든 편지글 주체 자체는 별달리 말할 요소는 없습니다. 받는이의 정체는 3권 결말에서 밝혀지는데, 그 전까지는 카즈시가 얽힌 과거의 한 인물이 아닐까? 또는 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가 아닐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이중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편지글의 전부가 한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는 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 이외의 대상입니다. 과거의 인물이냐 아니면 또 다른 제 삼자냐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정체는 소설 마지막 한 문장에서 밝혀집니다. 아사쿠라 미우. 그전까지 계속해서 문장으로만 등장했지만 이제서야 실체를 갖기 시작한 진짜 boss 캐릭터의 등장이죠. 하지만 2권까지 읽은 독자라면 독자는 지금까지 미우라면 자살한 거 아니었나? 죽은거 아니었어? 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1권과 2권을 자세히 보면, 미우가 죽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말은 나오지만 확실히 죽어서 장례식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은 없죠. 단지, 2권에서 '이 세상에는 없다'라는 표현때문에 거의 죽은 게 확실시 되지 않을까 싶지만, 코노하의 내면을 생각하면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서는 없어졌다라는 표현이 그리 틀지지는 않을 겁니다만, 어쨌든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3권의 핵심은 2번입니다.
1-아쿠타가와 카즈시 - 카노마타 에미 - 코니시 마유리
2-아쿠타가와 카즈시 - 사라시나 - 이가라시
3-아쿠타가와 카즈시 - 아사쿠라 미우 - 이오누에 코노하
4-이오누에 코노하 - 아사쿠라 미우 - 고토부키 나나세
5-노지마 - 스기코 - 오오미야
3권의 모티브인 <우정>까지 포함해서 총 5가지 삼각관계가 등장합니다. 이중에서 2개는 암시정도로 끝납니다만 - 거의 확정적이죠. 특히 소설 마지막 한 이름이 나오면서 새로운 <우정>이 탄생하게 되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비록 작위적이라고 해도 말이죠.

일단 기본적인 삼각관계는 2번째부터 시작합니다. 책을 찢고, 토끼를 베고 하는 인물은 사라시나라는 건 명백합니다. 설마 사라시나였어!! 라고 외친 독자가 있다면 베란다에 메달려 반성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why? 가 되죠. 왜 카즈시는 사라시나를 감싸는 걸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첫번째 관계입니다. 카즈시에게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면서 현재 일어나는 일의 근원이 여기에 있죠. 그리고 등장인물은 연극을 하면서 5번째와 나머지 1-4번째 관계가 겹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라시나의 정체는 카노마타가 아닌가 독자에게 수상한 내음을 풍기게 합니다. 카즈시를 원망할 사람이라면 카노마타가 제격인 듯 하니까요. 그러나 사라시나는 코니시였고, 연극 막바지에 카즈시가 사실은 카모마타가 아니라 코니시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기나긴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코니시가 카즈시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토끼인형, 쌀쌀맞은 태도(고토부키랑 붕어빵이죠)에서 백이면 백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카즈시도 사실은 코니시를 좋아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생일선물, 이름을 이용한 시간배경으로 단서는 이미 주어져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굴 좋아하건 알게 뭐야! 같은 심정이 될지 모르지만 막바지 실제 연극 도중에 사실이 밝혀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정>을 연기하는 도중에 실제 <우정>을 파헤치는 중측적 구조가 마음에 드는 거죠. 그리고 하나의 <우정>이 해결되는 동시에 그건 또 다른 <우정>으로 이어지는 열린 구조 역시, 소설은 끝났어도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물론 새로운 <우정>은 나중에 자세히 나옵니다만.) 따라서 3권의 미스터리는 WHY? WHO? 의 재미보다는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 겹치고 겹치는 중측적 구조에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제목의 부제는 그대로 캐릭터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1권과 2권을 읽은 독자라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3권은 '바보들의 대행진'입니다.^^

3권의 불만이라면 '다케다가 본색을 슬쩍슬쩍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은 삭제했으면 싶었는데 말이죠. 하긴 문학소녀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독립된 것이 아니다보니 - 순서대로 읽어야 합니다. -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반대로 처음부터 읽은 독자에게는 다케다가 본성을 슬쩍 드러내는 장면은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겠죠.일장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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