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학산문화사
전편에 비해 페이지 수가 대폭 늘어나서 우리말 기준으로 310페이지 정도로 대략 50페이지 이상 내용이 풍부해진 문학소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만든 달콤 쌉싸름한 학원 로맨스(...)입니다.
(이하는 전부 치명적인 헤살-내용누설-이 들어있습니다. )
책에서 <폭풍의 언덕>의 존재가 드러나는 시점은 거의 후반부에 다가서 나옵니다만, 이 부분에서 '놀란' 독자가 있다면 스스로 머리 잡고 반성을 해야 할겁니다. 척 보면 딱 이라고, 초반의 캐릭터 구도와 내용을 보고 있으면 바로 <폭풍의 언덕>이 떠올라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2권의 미스터리 포인트가 어디에 있냐고 한다면
1. 호타루의 진짜 목적?
2. 시한부 인생인 사람은 누구?
3. 암호 내용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일단 2번부터 가보면, 초반의 고딕체로 나오는 독백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캐릭터는 '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여겨지게끔 만들죠. 예, 전형적인 서술트릭입니다. 잘 먹지 못하고 구토를 하고 이런 정황으로 독자는 더욱 '그' 가 시한부 인생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타루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건 다시 1번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3번. 암호 자체는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졌지만 일본어 오십음도를 모르면 나중에 암호 해독을 했다고 해도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처음 간식거리 우체통에 들어온 암호문을 보면 43 31로 시작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해독하면 'いや(이야)'가 됩니다. '싫어!' '아니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해석만 하자면 '사랑따위 하고 있지 않아!' '나는 누구?' '천국에 가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부분은 뭐 굳이 알지 못한다고 해도 지장은 없지만 후반부에 암호 시스템을 아는 순간, 페이지 처음으로 돌아와서 해석을 해보면 귀중한 힌트를 알 수 있습니다. 아메미야가 이미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있는 단서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1번의 호타루의 진짜 목적과 연관있는 Mssing Link 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에 나오는 사건의 진상을 전부 깨달을 수가 있게 되는거죠.
1번은 사실 2권의 미스터리 최대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2번과 3번이 밝혀지면서 피해자인줄만 알았던 호타루가 사실은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독자도 깨닫습니다.책 제목의 부제인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은 히스클리프 역할인 '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호타루(캐서린)'에게도 해당하는 타이틀인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아빠'라는 한마디는 정말 절묘한 마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
또 하나 이 모든걸 '획책'한 이야기 밖의 주인공이 존재합니다. 히메쿠라 마키. 호타루의 사정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여기에 염소소녀와 과거에 사로잡힌 찌질군이 얽혀든 것이죠. 카야노를 보고 미우를 떠올리는 코노하, 나나세가 심술 부리는 장면등은 뒷편과 이어지는 면면이긴 합니다만, 2권은 사실상 철저하게 호타루와 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문학소녀가 끼어들지만 방관자적 입장일 뿐이죠. 이야기는 언제나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갈 뿐, 독자는 거기에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는 겁니다. 문학소녀의 개입으로 이야기가 과연 원래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더 멋진 이야기가 나왔을지는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야기는 끝나도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 것 처럼 말이죠.
사실 2권은 문학소녀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평가가 제일 안좋았었는데, 재독, 삼독하면서 이상하게 평가가 점점 좋아진(맘에 든) 내용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점수 준다면 최소한 7점 정도는 주고 싶군요.
여담이지만 이때만 해도 나나세는 그냥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로 별다른 활약은 없을, 감초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설마 나중에 '팬티 신공'으로 헤로인 자리를 꿰어찰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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