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고단샤
1988년 문고판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물에 그려진 관>은 <절애의 관>에서 이어지는 속편이자 사사키 마루미 스타일 <관 시리즈> 삼부작 중 2부에 해당합니다. 전작과 동일한 무대, 절애의 관에 전작의 인물들이 다시 모입니다. 역시 주인공은 '료코'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조카들을 위한 상속을 위해 저택 안에 있는 골동품 감정을 위해 4명이 파견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관에 찾아온 인물은 다섯명. 그 중에는 '불청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저택은 고립되고 한 소녀가 해변가에서 발견되죠. 그리고 그 소녀는 다시 흔적도 없이 저택에서 모습을 감추고 다섯명의 감정인 중에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간략한 줄거리만 훑어 보면 역시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물에 그려진 관>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면 전작 <절애의 관>이 료코라는 어린 소녀의 입장에서 그려진 '달콤한 로직'이라면 후속작 <물에 그려진 관>은 소녀와 여인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료코가, 사랑을 자각하는 입장에서 그려진 '마법에 걸린 로직'이기 때문입니다.
전작은 소녀취향의 몽환적 분위기 속에 선연한 논리가 숨은 '본격' 미스터리라고 서슴없이 불러도 관계없는 그런 미스터리였습니다. 하지만 후속작은 사랑의 달콤함에 취한 달콤 쌉싸름한 시점으로 진행되고 이건 다시 의식과 무의식, 심리, 최면과 꿈, 몽유, 밀실, 소실 등과 합쳐져서 시종일관 신비주의 분위기를 짙게 풍깁니다. 료코의 시점과 벌어지는 사건, 사건 때문에 독자는 당혹합니다. 정말 '매직'이 '로직'을 넘어선 그런 소설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러나 결말의 해결편을 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로직이란 말을 제가 사용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범인을 찾기 위한 심리테스트 (에도가와 란포의 모 단편을 연상케 합니다.)와 마지막에 논리적으로 범인을 한정하는 면은 충분히 로직을 담은 미스터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법에 걸린 로직이란 표현을 써 봤습니다. 3부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비교가 더 극명해지는데요, 1부는 로직, 2부는 매직+로직, 3부는 매직에 가깝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리로 이루어진 관안에서 바깥이 훤히 보이는, 이건 역으로 바깥에서도 저택 안이 전부 보인다는 것이죠. 깨지기 쉬운 유리관은 소녀의 마음을 보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사사키 마루미 표 관 삼부작은 소녀소설로 접근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래서 독자취향을 좀 타겠죠. (전 순정만화를 무척 좋아하다보니 매우 재밌게 읽었습니다. 호호.)
단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심리 테스트에서 독자에서 내보인 단서 중에 누락된 부분이 있습니다. 해결편에서 결정적 단서로 쓰여야할 부분중 하나가 빠진 것이죠. 작가가 살아있었다면 가필수정이 가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2005년도에 작고했습니다. 옥의 티는 그대로 티로 남았습니다. 몇 단어만 추가하면 되는 건데 아쉬워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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