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동경창원사
2006년 문고판 (사진)
[18살 여름]을 읽고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였기에 꽤 기대감에 부풀어 읽었는데, 예상대로의 '아름다운 미스터리'여서 만족감은 급상승, 작가의 다른 책에도 많은 관심이 갑니다.
작중화자 '와카스기 미도리'는 여고생으로, 아버지의 일때문에 도쿄에서 기요미라는 시골로 이사왔다는 설정으로 그곳에서 '미모리 마모루'라는 숲지킴이 (레인저)를 만난다. (미도리, 미모리 등 이름 자체에서 숲 향내를 물씬 풍깁니다.) 시크(SEEK)협회 소속의 마모루는 삼림합숙 진행을 포함해 여러가지 삼림보호 관련 활동을 하는 청년이다. 이 두사람이 겪는 3가지 단편을 한 데 묶은 것이 <시계를 잊고 숲으로 가자>이다.
1화는 단편 분량으로 미도리의 같은 반 친구 에리와 사에코의 이야기.
2, 3화는 중편 분량으로 전자는 미도리 아버지의 제자였던 소헤이의 약혼자인 가나미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녀가 숨겼던 비밀을 미도리와 마모루와 같은 일을 하는 신참 여자 직원 고즈에가 조사한다는 이야기, 후자는 삼림과 함께 직접 써보는 동화라는 합숙에 참가한 미도리와 같이 참석했던 야요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키워드는 '숲' '상처' '죽음' '삶' 그리고 '치유'다.
' 죽음'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일반적인 미스터리의 '살인' '자살' 그런 죽음이 등장하는건 아니다. 2화의 가나미라는 젊은 여성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약혼자를 속이고 홀로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불행하게 죽는다. 1화의 에리의 아버지는 단신부임으로 가족과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다가 주말을 이용해 가족 곁으로 돌아오던 도중 교통사고로 죽는다. 3화의 야요이의 언니는 야요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는 설정이고, 야요이의 어머니 역시 갑작스런 병으로 죽는다.
<시계.......... 숲>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온다. 죽은 이와 남겨진 이. 이 양자간에 오해가 있다면 그 오해는 풀래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숲'과 '미모리 마모루'라는 청년이다. 미도리와 마모루는 그런 상처입은 영혼을 달래주고 풀어주는 역할이다. 이런 점은 '노마 미유키'의 미스터리 만화와 통하는 면이 꽤 많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읽는내내 머릿속에서 노마 미유키 풍의 미도리와 마모루가 움직이는 장면이 저절로 그려졌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재밌는 사항으로 작가의 도쿄소겐샤에서 나온 두번째 작품의 표지를 담당한 사람이 노마 미유키였다. (두번쨰 출간작인 <옛 약속>이 사실상 데뷔작이다.)
장르는 아름다운 '치유계' 미스터리라고 내 맘대로 같다 붙여보긴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미스터리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굳이 미스터리로 봐야 할까? 라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재밌는 것은 이 책이 출판된 98년도에는 해당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5위에 올랐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구성의 02년도 작 <18살의>은 같은해 6위에 올랐다.(표제작 18살의 여름은 그 해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마저 수상했다.)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순위가 아닌가싶다. 독자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스터리 기준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본에서는 미스터리를 광의로 해석하는 여지는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나도 이런 광의의 미스터리에 동조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미쓰하라 유리가 그리는 미스터리는 아릅답고 슬픈, 때로는 기쁨에 찬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그린 미스터리 같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이 죽은 다음에 기계(논리)적으로 범인을 지적하는 명탐정.
그런 스타일의 미스터리에 싫증이 난 독자라면, <시계..숲>같은 경계가 모호한 미스터리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몹시 아릅다운 스토리 속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간 나머지 숲 속에서 양 팔을 벌리고 바닥에 눕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잎새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따스함.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울리는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풀벌레 소리. 그런 편안함과 동시에 슬픔과 기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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