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문예춘추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즈)
2005년 문고판 (사진)
우리말 출간중
<무지개 집의 앨리스>는 문예춘추 사에서 발간했던 <본격 미스터리 마스터즈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된 가노 도모코의 연작 단편집이자, 같은 출판사에서 이미 나왔던 <나선계단의 앨리스>의 후속편입니다. <본격MM 시리즈>라는 브랜드를 걸고 나왔지만 실제는 잡지 연재분을 모아서 그냥 내놓은 소설이더군요. 작가가 브랜드를 위해 새로 집필한 완전 신작이 아니라서 '본격'에 눈을 크게 뜨고 기대했던 독자라면 좀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전편 <나선계단의 앨리스>는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간되었는데 솔직히 <코마코 시리즈 3부작>이 국내에 먼저 소개되지 않을까 내심 예상했었는데 의외였다고 해야할까요? <앨리스 시리즈>도 재밌는 미스터리지만 <코마코 시리즈>가 취향에 더 맞았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전작 <나선계단의 앨리스>는 그냥 읽을만한 괜찮은 미스터리였다면 후속편인 <무지개 집의 앨리스>는 전작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재미를 겸하고 있습니다. 총 6 편의 단편을 수록했습니다. 사립탐정 니키 준페이와 그의 조수 이치무라 아리사의 활약은 이번에도 여전하더군요. 장미를 훔쳐간 도둑, ABC 고양이 살해사건, 젊은 엄마들의 모임에서 벌어진 안좋은 일, 니키의 아들과 니키의 며느리가 될 여자 이야기 등 일반 미스터리 치고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 아닌 사건과 주인공 니키와 아리사를 축으로 한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가 동시진행합니다. 제일 즐겁게 읽은 단편은 '고양이 집의 앨리스', '거울 집의 앨리스' 이렇게 2편입니다. (물론 다른 단편도 괜찮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거울 집의 앨리스'가 흥미로웠는데,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하고 - 사실상 뻔해 보이는 그런 트릭 - 지레짐작했다가 막판의 진실을 알게 되고 스스로 머리를 탁 치고 만 단편이었습니다. 가노 도모코란 작가를 너무 쉽게 생각했더군요. (<손바닥 안의 작은 새>를 먼저 읽었다면 안 당했을텐데 말이죠.)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런 묘미를 잘 살렸습니다.
더불어 아리사의 성장 부분이 상당히 눈에 띕니다. 전작에선 단순히 '천사' 같은 이미지의 '미소녀'였다면 이번에는 소녀를 탈피해서 오히려 장난스런 악동 같은 이미지까지 풍기는 '여성'입니다. 그런 변화가 재미의 포인트이기도 하죠. 마지막에 결심을 하는 아리사의 모습은 후속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올 것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현재 후속 단행본은 일본에서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구성, 캐릭터, 미스터리 3박자 전부 전작을 능가합니다. 전작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후속편도 읽어야 할 것이고, 전작이 좀 실망스러웠다면 후속편은 기대하고 봐도 좋습니다. 대신 이것도 별 재미가 없다면 가노 도모코와는 코드가 맞질 않으니 그냥 머릿속에서 작가 이름을 지우는 편이 좋겠죠.
평점 6 / 1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