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호텔 주시 - 사카키 츠카사

2007년 가도카와쇼텐

<호텔 주시>는 2006년 다른 출판사(고분샤)에서 나온 <신데렐라 티쓰>의 자매편입니다. <신데렐라의 이빨>에서 주인공이었던 가노 사키는 여름방학을 맞아 치과에서 접수 알바를 합니다. 한편 사키의 친구인 히로미는 오키나와 여관에서 알바를 하게 되죠. 그래서 두 소설을 같이 읽으면 중간 중간 사키와 히로미가 전화로 문자 메시지(일본에서는 휴대폰 메일)를 주고 받는 장면이 간혹 나옵니다. 실제 각각의 여주인공이 알바하러 가서 한 명은 놈팽이와 눈맞아서 헤롱헤롱하면서 치과 공포증을 공포하는 얘기고, 하나는 여관으로 가서 열심히 일했더니, 이상한데로 '발탁'되어서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과 더불어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드라마를 그린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두 소설이 자매편이라고는 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소설을 전부 읽어야 하나의 그림이 완성! 이란 도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호텔 주시>는 총 6 개의 단편으로 이우어진 단편집입니다. 미스터리로 분류하자면 '일상' 미스터리 계열에 속하게 되겠습니다. 주인공 가키오 히로미는 대가족의 장녀로, 어릴적 부터 동생들 돌보랴, 집안일 대신하느랴 나이에 비해 '아줌마' 같은 성격의 참견하기 좋아하는 '상식인'입니다. (아줌마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 그래서 오키나와 여관에서 알바를 하면서 평소 하던 일(.....)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알바를 합니다만, 일하던 곳과는 다른 지역의 '호텔 주시'라는 곳에 발탁이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말이 호텔이지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호텔 주시'에 도착한 히로미는 그곳에서 개성있는 서브 캐릭터들과 만나게 되죠. 콜라와 햄을 좋아하는 쌍둥이 할머니, 밤과 낮이 바뀐 오너 대리(이름은 나오지만 통칭 오너 대리로 불리웁니다.)그리고 각각의 단편마다 특색있는 손님들을 맞아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위에서 '일상' 미스터리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호텔 주시>를 미스터리에 넣어야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많이 망설이게 될 겁니다. 저는 일단 '광의'의 미스터리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만, <호텔 주시>는 그런 제 미스터리 개념으로 봤을때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냥 6편짜리 연속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더 강하기 때문이죠. 미스터리가 아예 없느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합니다만, 대단히 미약합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 왜 저러지? 라고 궁금증이 생기는데, 그거? 이래 저래 그래서 그런거야. 아! 그런거야? 오호. 끝. 이런 식입니다. 자매편인 <신데렐라 티쓰>도 미스터리보다는 드라마가 강했지만, 미스터리만 놓고 두 소설을 비교하자면 <호텔 주시>는 <신데렐라 티쓰>보다도 강도가 약합니다. 사카키 츠카사의 데뷔작부터 꾸준히 읽어오고는 있습니다만, 갈수록 미스터리 강도가 약해지더군요.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인물들과 부대끼면서 느끼는 감상이나, 장래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면면 등은 작금의 대학생활과 비교해보자면 어느정도 '대리만족'을 느끼게는 해줄 겁니다. 또한 오키나와의 풍물 소개가 솔솔하게 나오다보니, 언젠가 한 번쯤 '오키나와'로 가보고 싶게 만들더군요. 환율만 지랄맞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은데 말이죠. (호호)

아무튼 지금까지 읽은 사카키 츠카사의 책은 전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합니다. 문제는 미스터리에만 중점을 두고 봤을 때 과연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느냐가 겠습니다만.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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