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패미통 문고
우리말 출간중
<문학소녀> 시리즈 6번째 내용이자, 시리즈 첫 번외편입니다.
이번작의 모티브는 '이즈미 교카'의 <야차연못>이며 추가로 <풀의 미궁>과 <외과실>도 등장합니다. 잠시 이즈미 교카 이야기를 하자면 1873년 출생한 일본인(당연한 얘기군요....)으로 주로 '환상문학' 이야기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국내에는 그렇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아마 우리말로 나온 일본 소설 소개 문구에 '이즈미 교카 상 수상작!' 어쩌구 하는 광고를 본 기억이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유미리, 요시모토 바나나가 바로 그 상을 수상한 작가인데요, 이즈미 교카 상 수상작 대부분은 기괴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데, 바로 이즈미 교카 작품 원래 분위기가 그래서일 듯 합니다. (참고로 이름만 보면 여자일 듯 하지만 이즈미 교카는 '남자'에요.)
<야차 연못>은 아키라와 유리 부부 그리고 시라유키라는 요괴에 얽힌 이야기인데, 문학소녀 6권 내용도 그와 비스무리하게 흘러갑니다. 히메쿠라 차기당주인 '히메쿠라 마키'가 여름방학을 맞아 별장에 놀러가는데, 그 별장에서는 80년전 기괴한 살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80년전 히메쿠라 가문의 딸인 '유리', 그리고 어느날 별장에 찾아온 청년 '아키라'.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지지만, 아키라는 떠나고 유리는 연못에 뛰어들어 자살합니다. 그리고 별장에서 일하던 6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죠. 여기에 마키의 꼬임으로 문학(염소)소녀 '토오코'와 찌질이 '코노하'가 가세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얽힌 '문학소녀판 야차 연못'의 이야기의 막이 오릅니다.
이번작의 시간 배경은 본편 2권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한 달 뒤라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2권의 헤로인(?)이었던 아메미야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데, 6권을 처음 집은 독자라면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나올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1권부터 차근차근 읽을 것을 권합니다. 그럼 2권 뒷 이야기인데 왜 6권으로 나왔느냐 하면, 사실 6권은 5권 말미에서 등장한 대형 떡밥 플러스 완결편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첫 번외편이자 토오코를 위한 찬송가인 6권의 가장 큰 특징은 밸런스의 확립입니다. 이야기와 이야기 간의 비틀린 구조를 이용한 미스터리적 플롯, 인물의 심리묘사, 캐릭터들의 갈등, 이 3박자가 <문학소녀> 시리즈가 재미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6권은 이 세가지 꼭지점이 균형있게 잘 잡혀있어서 정삼각형에 가까운 완성도를 그립니다. 막판에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맛은 전작에 비해 부족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주인공이나 다른 캐릭터들 특유의 처절하게 질질싸는 모습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밸런스 조율이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모티브인 작품의 애잔함과 쓸쓸함을 잘 살린 내용도 그런 부분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군요. 특히 결말의 '잊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찡해졌습니다. 토오코 선배!! T.T
여기까지는 문학소녀 시리즈 빠순이로서의 평가였고 다음부터는 미스터리 관점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단서와 복선의 배분. 일단 제 미스터리 관점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떡밥 배분과 회수입니다. 복선 없는 반전은 앙금빠진 팥빵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라서요^^
6권의 복선은 문학작품의 인용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아무래도 불리하죠. 또한 미스터리에서 익숙한 '일기장' 역시 전체가 하나의 단서로 작용합니다. 소설 속의 서브 캐릭터가 가져다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있는데, 그런 '비밀'을 어디에서 그렇게 잘 가져왔나 싶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죠. 소설 안에서 토오코에게만 속닥속닥 들려줬다면 '언페어'겠지만, 독자도 똑같이 단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 단서와 복선으로 독자도 문학소녀와 똑같이 '상상'을 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고 급작스럽습니다. 30-40페이지 정도 (6권은 총 300페이지 정도) 늘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절정 부분의 연결 처리를 더 매끄럽게 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점수 +1점 더 줬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인상을 받았던 이유는 일단 6권에서 비중 있어야 할 캐릭터가 생각보다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결말을 위한 징검다리 외전이다보니 포커스가 '토오코'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나타난 딜레마입니다. 이 부분의 조화를 좀 더 잘 이끌었다면 미스터리 완성도는 한층 더 올라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플롯의 완성도가 허접하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허접한 레벨이었다면 제가 빠순이가 됐을리가 없지요. ^^ 아니, 허접한데 제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끼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헤대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라이트노벨 역사에 한획(?)을 그을 <문학소녀 시리즈>도 이어지는 7,8권에서 끝입니다. (9권 외전이 또 있긴 합니다만)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반 근심반,기대반,두근반(?).....복잡한 심경이군요. 그저 제대로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문학(염소)소녀 정체가 정말 '염소'였다거나 하진 않겠죠? 에이 설마~~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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