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개는 어디로? - 요네자와 호노부


2005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사진)
2008년 문고판

요네자와 호노부는 우리나라에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통칭 <소시민 시리즈>)로 처음 소개된 작가입니다. 노블마인이란 출판사에서 우리말로 내놨는데 표지가 완전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 0.2MB와 쌍벽을 이루는 경악스런 책 표지를 보고 관심을 바로 껐을 독자들도 많았을겁니다. (이 노블마인이 나중에 사쿠라바 가즈키의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우리말 표지로 다시 한번 히트를 치더군요. 요즘 책 디자인은 개나 소나 아무나 막하나 봅니다.) 이후에 현재 우리말로도 나온 <인사이트 밀>이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본서는 <사요나라 요정>에 이은 미스터리 프론티어(동경창원사에서 나온 신세대를 위한 미스터리 개념의 단행본 브랜드) 두번째 작입니다. 전작보다 나은 완성도를 이룬 덕분에 <이 미스터리가대단해!> 해당년도 8위에 랭크인 했더군요. 그에 비해 <사요나라 요정>은 전년도 20위 였죠. 이런 순위 매기기란것이 개인의 취향을 100% 반영할 수도 없는 것이고 순위가 높다고 전부 '재밌는' 미스터리는 아니죠. 그러나 대강의 평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전작 <사요나라 요정>은 -작가의 데뷔작 <빙과>나 그 후의 후속작 처럼-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소녀와의 이야기를 일상 미스터리 계열로 묘사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소재로 삼은 미스터리를 담은 일상은 자연스러움보다는 좀 억지스런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 보다는 청춘소설 입장에서 읽어야 더 재밌던 내용입니다. 이런 독자 평 - 극찬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번에는 '하드 보일드(?)' 풍의 '탐정(?)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게 바로 <개는 어디로?>입니다.

고향마을을 떠나 도쿄에서 취직해서 사회인이 됐던 주인공 코야는 갑작스런 '아토피 피부염'을 갖게 되어 결국 회사도 때려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사귀던 여자와도 헤어지고 몸은 병들고 회사도 그만두고 여러모로 실의에 빠져 고향에 내려와서 '은둔형 외톨이' 비스무리한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도쿄에 있을 때 아토피로 개고생했었는데 고향으로 내려오니 씻은 듯이 나아버립니다. (T.T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캐공감합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데 가서 생활하면 증상이 싹 가라앉습니다. OTL ) 그래서 뭐해 먹고 살까 하다가 생각한게 '코야 S&R' 입니다. 뒤의 영문 이니셜은 서치 앤드 레스큐. 주요 타겟은 잃어버린 애완동물. 그중에서도 '개'입니다. 어릴적 난폭한 유기견한테서 여동생의 위기를 구했던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개찾기'를 업종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개업하자마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옵니다. 의뢰는 '행방불명된 손녀를 찾아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름은 사쿠라 도코.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작스레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다고 하고 그 후에 실종. 미혼이라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날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한 상태.

주인공 코야는 '개 찾기' 전문이고 '사람 찾기'는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의뢰인의 얘기에 마지못해 의뢰를 받아들이고 맙니다. 여기에 또 다른 의뢰인이 찾아와 '고문서'의 유래를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던 차에 예전 고등학교 시절 후배이자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녀석이 등장합니다. 순식간에 일거리가 2건이나 들어와 실종사건은 코야가 고문서 조사는 후배에게 맡깁니다. 물론 뻔한 얘기이지만 두 건의 의뢰는 '어떤 부분'에서 서로 겹칩니다. 당연한 얘기죠!

개 찾기를 하려다가 뜻하지 않게 사람 찾기가 되버린,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의뢰를 받아들인 주인공 코야. 어쨌든 맡은 일이라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면서 사쿠라 도코에 관한 비밀을 하나 하나 밝혀냅니다. (비밀이라고 하니까 뉘앙스가 좀 이상하긴 하네요.) 고문서를 조사하던 후배의 보고서와 코야가 조사한 사쿠라 도코에 관한 사항이 하나로 겹쳐지고, 사쿠라 도코와 약간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코야는 그녀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고 그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코야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진실 아닌 진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요나라 요정>보다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사이트 밀>을 읽은 관계로 그쪽에 비하면 역시 한 수 모자라긴 합니다. 그래도 보통 이상은 합니다. 마지막의 반전과 그동안에 뿌려놓은 복선과 맞물리는 구성은 졀묘하지는 않지만 매우 준수한 수준입니다. 마지막에 몇 문장 추가하면 '호러' 물이 될 수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주인공 코야는 20대 중반입니다. <개는 어디로?>에서 처음으로 20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전까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사요나라 요정>은 전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령대만 다르고 캐릭터 성향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에 말려들고 결국 해결하게 되는 캐릭터는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과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고전부 시리즈> 두 번째 작인 <바보의 엔딩롤>에서 등장한 컴퓨터 채팅을 이용한 구성은 이번에도 비슷하게 쓰였습니다. 전작에서는 미스터리 요소와 밀접한 관련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단순한 역할이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사쿠라 도코라는 캐릭터는 극후반부 결말에나 가서야 잠깐 등장하는데 책을 처음부터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마지막 결말을 확인하는 순간 <소시민 시리즈>의 여주인공이 떠오릅니다. 두 캐릭터를 섞으면 <인사이트 밀> 쪽의 모 캐릭터로 연결되는 느낌이더군요. 여담이지만 <인사이트 밀>의 여주인공(?)은 <고전부 시리즈>의 여주인공과 비슷하죠. 그래서 소설의 내용은 다르지만 캐릭터는 이리저리 연결된 구석이 많습니다. 아직은 많은 작품이 나오질 않아서 괜찮겠지만 작품수가 늘어나면 작가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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