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9일 수요일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2007년 문예춘추
우리말 출간중 (학산문화사)

<인사이트 밀>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주로 청춘(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발표하던 요네자와 호노부가 '마음 먹고' 나도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쓸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내용의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인게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암귀관이란 닫힌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7일간의 실험 아르바이트. 여기에 고액(시간당 112,000엔. 지금 환률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거액이죠.) 시급에 혹해서 반장난 삼아 지원한 12명의 참가자들이 있습니다. 단 일주일간 암귀관 생활 규칙안에는 이런게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죽이면 보너스 2배 누적가능
범인을 맞추면 보너스 2배 누적가능
살해당하면 보너스 1.2배 누적불가 (자세한 배율 수치는 실제 소설 내용과 틀릴지도 모릅니다.)
이건 대체?? 진짜? 아니면 가짜?

12 명의 참가자 에게는 '호신무기(?)' 로 한 개씩 독특한 무기가 지급되는데, 그 무기들에는 출전이 있습니다. 물론 그 출전은 유명한 고전 추리소설입니다. 가령 '니코틴'의 출전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까요? 미스터리 팬이라면 백이면 백 을 떠올릴텐데요, 맞습니다. 그런식으로 12개의 무기에는 12개의 출전이 있죠.

하지만 이런다고 '게임 스타트!' 외치자마자 서로 혈안이 되어 죽고 죽이는 데스 서바이벌이 발생할리는 만무하죠. 참자가는 암귀관의 규칙을 주최측으로부터 전해듣지만 반신반의 합니다. 하지만 3일째 밤 참가자 중 한 명이 권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급진전을 보이는데..............

<인사이트 밀>은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부자연스러움을 어찌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냥 우연히 동아리에서 섬으로 놀러갔는데 폭풍우 때문에 갇혀버렸다! 같은 우연에 기대기 보다는 그런 설정자체를 처음부터 의도적(작위적)으로 설정해 버립니다.
암귀관의 규칙이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닫힌 공간에 12명을 집어넣고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굵직굵직한 규칙이 정해져있는 거죠.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는 자시 방에 있어야만 한다거나, 야간에 돌아다니다가 '가드'에게 3회이상 적발되면 살해당한다거나, 개인실의 문은 전부 잠글 수 없다는 설정이거나 등등 말이죠. 그래서 이런 규칙을 감안한 상태에서 지내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누가 범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대처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사실적입니다. 3명 1조 행동이 좋은 예겠죠.

440페이지(우리말은 대략 550페이지 정도) 정도로 분량이 꽤 두꺼운데 정말 단숨에 읽힙니다. 발단이 되는 사건, 내분, 동요,초초, 탐색, 추리, 살인, 자살, 자백 등 미스터리에서 등장할만한 요소는 다채롭게 등장해서 진행해 나갑니다. 지금까지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입니다. 그것도 '본격' 미스터리로서 말이죠.

단 지 등장한 캐릭터중 주인공 유키 리쿠히코의 상대역(억지감이 있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인 '아가씨' 캐릭터(스와나 쇼코)가 있는데, 이 캐릭터의 말투나 행동은 작가의 다른 미스터리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치탄다 에루라는 여고생 캐릭터와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스와나 쪽이 훨씬 '무섭'습니다만, 처음에 딱 보고 '치탄다 에루의 숙녀판인가?'싶을 정도로 비슷한 캐릭터 유형입니다. <개는 어디로?>에서 나온 여자 캐릭터와 <소시민 시리즈>의 여자 캐릭터가 비슷하다거나,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이나 다른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소시민적인 면모를 갖춘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요네자와 호노부가 만든 캐릭터의 한계를 보는 듯 합니다.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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