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 - 요네자와 호노부
2007년 가도카와쇼텐
이 놈의 가도카와쇼텐 띠지는 대체 개나 소나 '걸작'이란 수식어를 달고 나오네요. 이러면 진짜 걸작이 묻혀버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너무 남발합니다. 아무튼 결론부터 가자면 본서는 걸작은 아니고 '수작'정도는 충분히 되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아무튼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빙과> <바보의 엔딩롤> <십문자 사건>에 이은 <고전부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이자 첫 단편집입니다. 앞의 세권은 장편이고(<빙과>는 중편 정도 분량이지만 그냥 장편으로 넣었습니다.)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이 단편집입니다.
총 7 개의 단편이 들어갔는데 이 중에 5개는 일반 잡지 <야성시대>란 곳에 연재되었고 1편은 <더 스니커>라는 라이트노벨 잡지에 연재되었고. 마지막 1편은 단행본 발간에 맞춰 새롭게 들어갔습니다.
원래 <고전부 시리즈>는 가도카와 스니커라는 라이트노벨의 자매 브랜드인 '스니커 미스터리 클럽'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인 <빙과>는 해당 브랜드에서 신설한 상의 장려상을 수상했었죠. 그리고 두 번째 <바보의 엔딩롤>까지는 스니커즈 미스터리 클럽으로 나왔다가 한 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빙과>가 2001년, <어리석은 자의 엔딩롤>이 2002년이었는데, 3번째는 무려 시리즈 세번째는 3년후 2005년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일반 단행본으로 말이죠. 그래서 단편이 연재된 잡지가 서로 다릅니다.
2005년은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에게도 남다른 해였을 겁니다. 고전부 초기작 덕분에 도쿄소겐샤에서 <사요나라 요정>이 2004년에 나왔고 이듬해 <소시민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가 나왔죠. 그리고 <개는 어디로?>로 독자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고전부 시리즈>의 속편을 가도카와쇼텐에서 발매했고 이듬 해에는 신초사에서 <보틀넥> 그리고 2007년에는 <인사이트 밀>(우리말로도 나왔습니다. 개념작이자 추천작입니다.)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책 수는 많지 않지만 전부 보통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그 중에서 저는 특별히 <고전부 시리즈>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단독으로는 <인사이트 밀>이 최고겠습니다만..... 캐릭터 면으로는 <소시민 시리즈>를 사랑합니다만.....)
잡설이 좀 길었네요. 이쯤에서 때려치고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전작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등장인물은 호타로, 치탄다, 사토시, 마야카 이렇게 4명으로 한정되어있죠. 그리고 이들이 겪는 사건(?)도 전부 별개입니다. 단, 몇몇 단편의 경우, 앞서 나온 단편에서 두리뭉실 처리했던 사실을 다른 단편에서 '복선'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100% 완전 별개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치탄다의 호기심을 다른 호기심으로 제압한다(이독제독)는 첫단편, 7가지 대죄를 논하는 두 번째 단편,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는 세번째 단편, 그리고 단 한문장을 가지고 추리의 추리를 하는 네번째 단편(제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분상 후보작), 하츠모데에 갔다가 광에 갇힌 치탄다와 호타로의 탈출기를 그린 다섯 번째 단편, 발렌타인 날 마야아의 초콜릿을 훔쳐간 범인을 찾는 여섯 번쨰 단편 그리고 마지막은 책 제목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을 그렸습니다. 기존의 고전부 시리즈 처럼 특별히 살인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사건은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열은 '일상 미스터리'쪽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수수께끼를 겪은 치탄다는 언제나 '신경 쓰이네요'라는 말로 호타로를 사건의 해결사로 만들죠. 그런 7개의 단편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는 사람은' 이란 단편입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분 후보작으로 선정(수상은 실패)되기도 했는데, 단 한 문장을 갖고 추리하는 호타로와 치탄다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레키의 추리에 감탄하는 치탄다. 그런 치탄다의 반응이 결코 탐탁찮은 오레키. 결국 때마침 교실 스피커에서 들리는 한 문장을 갖고 오레키는 말도 안되는(?) 추리의 추리를 피로합니다. 그런데.........
[10월 31일, 역앞의 교문당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학생은 당장 교무실 시로자키 선생님 앞으로 오도록] 문장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거 하나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를 하는 장면이 꽤 재밌습니다. 중간에 이런 추리는 좀 아닌데 싶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밌는 단편입니다. (언제 한번 번역해보고 싶은 단편입니다.)
그리고 7가지 대죄중에서 '분노'를 그린 단편 역시 재밌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이 진도를 헷갈린 이유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내용이죠. 이밖에도 전체적으로 양질의 단편입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단편집은 한번에 몰아서 읽으면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은 오히려 한 번에 읽어서 더 재밌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단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일은 최대한 빠르게'를 삶의 모토(개인적으로 저도 이런 스타일입니다.)로 삼고 있는 호타로와 언제나 호기심 많은 눈초리를 번득이는 치탄다, 그리고 사토시와 마야카 커플(?)이 겪는 다음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다가올지....궁금합니다. <고전부>와 <소시민>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만약 나온다면, 이건 이것대로 꽤 재밌을 듯 합니다만......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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