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The Book - jojo's bizarre adventure 4th another day - 오츠 이치

2007년 슈에이사

아라키 히로히코의 원작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를 베이스로 만든 소설이다.

1,2 부는 평범한 내용이었다가 3부부터 능력자 배클 이란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탠드'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 미국 히어로 물 만화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연상하면 유사하다. 마블 코믹스 같은 - 3부는 독자들의 가장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4부는 3부와는 달리 모리오쵸 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스탠드사(使) 들의 '기묘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구죠 죠타로,히가시카타 죠스케,히로세 고이치,기시베 로한 등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마을에 숨어있는 살인마 키라 요시카게 - 독특한 개성을 풍기는 악역으로 마음에 든 여성의 손목을 잘라 가지고 다닌다 - 를 쫓는 죠타로 일행이 기본 근간을 이루는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오 츠 이치가 만든 죠죠의 세계는 4부의 뒷 이야기이자 또 다른 '기묘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 세계를 놓고 자웅을 다투는 내용도 아니고 원작 4부에서 다뤘던 내용처럼 도 히로세 고이치와 로한이 피묻은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 두 사람은 한 집을 방문하지만 그 안에는 '기묘하게' 죽은 시체가 있었다. 밀실 안에서 죽었건만 죽음은 차량에 치인 후에 실혈사. (완전한 미스터리였다면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었겠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

로한의 스탠드 '헤븐즈 도어'를 이용하여 고양이의 기억을 읽은 두 사람은 단서를 포착한다. 찾은 단서를 바탕으로 팔뚝에 상처가 있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을 찾아나서는데....

하 지만 스토리 라인은 '탐정역' 입장인 기존 원작의 캐릭터들 시점과 소설 오리지널 캐릭터이자 '범인역'의 입장의 시점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여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1년여간 살았던 한 여성의 '처절한 생존기' 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오리지널 캐릭터와 그 좁은 공간에서 살아간 여성에 관한 묘사는 '역시' 오츠 이치 구나 라고 감탄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남성에게 살해당할 뻔한 한 여성의 절망 그리고 그 남성의 아이를 벤 나머지 결국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에서 보여줬던 '깔끔함'은 여기서도 묻어난다. 동정표를 몰표로 받을 만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이지만 실로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내용이다.

범인역 - 사실상 본서의 실제 주인공은 어릴적 절 앞에 버려진채 발견되어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다. 그런 그에게는 특출난 능력이 있는데,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먹은 빵의 갯수'를 아는 능력. 어머니 뱃속의 태아 시절부터 현재 살아온 그의 인생은 하나의 책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그의 '스탠드'이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이다. 복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던 그를 기다리는 결말은 어떤 내용일지는 소설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미 스터리 장르로 넣기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존재하고, 범인을 쫓는 탐정이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미스터리로 보기는 여러울 수도 있다. 범인의 정체는 소설 초반에는 두리뭉실하게 보여주지만 중반만 가도 바로 정체를 독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존재한다. 서장의 내용과 범인과 관련된 곳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 존재한다. 미스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의 후반부에 도달해서 뜻하지 않은 트릭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작가 오츠 이치는 서술트릭을 즐겨 사용한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독자의 예측을 교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이끈 점이 단순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소설판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느낌이 든다.

어찌보면 작가의 '장난기'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미스 디렉션을 제외하고는 원작 만화 4부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거기다가 소설만이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캐릭터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마 지막으로 스탠드 vs 스탠드의 대결이 있다. 만화는 그림을 바로 보여줄 수 있기에 그림을 보는 순간 바로 이해가 가지만, 소설은 활자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원작 만화를 아는 사람은 적당한 묘사만으로도 머릿속에서 만화 캐릭터 들이 서로 치고박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바로 몰입할 수 있지만, 원작을 모르는 독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오츠 이치는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한 소설이 갖는 한계점을 잘 극복했다. 원작과의 관련을 위해 거추장스럽게 이것저것 설명하려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면 재미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적합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이 점은 배틀신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거의 80여 페이지는 범인과 탐정역(?) 간의 각자의 스탠드를 활용한 싸움을 묘사하고 있는데, 서로간의 심리전을 바탕으로 전투상황을 십분 활용해 스탠드를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책의 장정과 범인의 능력 The Book 간의 절묘한 조화까지 가세해서 흥미진진한 배틀을 보여준다. (문고판이 나온다면 문고판으로는 그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설정한 복선이나 마지막 결말처리 까지 전체적으로 명작은 힘들더라도 수작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소설이다.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원작 만화를 모르더라도 오츠 이치라는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고 만족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읽어봐야 한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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