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실종 홀리데이 - 오츠 이치

2001년 가도카와 스니커 문고

오츠 이치의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로 나온 첫번재 단편집이다. 후에 삽화를 삭제하고 장정을 달리해서 일단 단행본으로 출간한 <잃어버린 이야기>에는 '행복...고양이'가 들어갔다. <실종 홀리데이>는 재수록되지 못했지만 작년 봄에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또한 만화판도 있는데, 만화 이야기는 다른 스레드에서 하기로 하겠다.


'행복은 새끼 고양이의 모습'
표제작 이외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 채, 대학입학을 핑계로 고향을 떠나온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고 조그만 행복의 조각을 거머쥔다는 이야기다.

숙부 소개로 얻은 거처에 이사를 온 주인공. 하지만 그곳은 얼마전까지 어느 여성이 살던 집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강도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한다. 삶에 대한 뚜렷한 의욕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주인공은, 어느날 학생식당에서 어느 선배와 알게 된다. 한편 집에서는 주인공 이외의 존재가 있는 듯한 기운이 여기저기 배어나오고, 전 주인이 남기고 간 새끼 고양이의 움직임을 보면서 주인공은 확신을 갖게 되는데...... 기본 노선은 잔잔한 감동계열이면서 안에서 미스터리 플롯을 갖는 구성의 소설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익숙치 않은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전 주인-살해당한 여성-과 한 곳에 동거하는 기묘한 이야기인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바로 <어두운 곳의 만남>과 매우 흡사하다. 물론 '행복은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먼저 나왔으니 후자는 단편을 확장한 장편소설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와 전개과정, 결말은 두 작품이 전혀 다르지만 기묘한 동거라는 면만 보면 비교적 닮은 꼴이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실종 홀리데이'
기본 이야기는 '만화판'과 거의 같다. 다만 만화판에서는 번외편으로 처리한 스토리가 원작에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점등 구성면에서 약간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사건의 전개속도다. 만화책 쪽이 속도가 무척 빠르다.

소설의 미스터리 얼개는 서술트릭 계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설로 읽었을 때 트릭의 느낌이 더 와닿는다. 그에 비해 만화책은 눈으로 보이는 면이 강조되기에 속임수가 들통날 여지가 더 크다. 그래봤자 '실종 홀리데이'에 쓰인 트랩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추리소설 관련 팬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도 아니다. 그점이 본 소설의 제일 아쉬운 점이다. 만화책 버전이 의외로 코믹한 구석이 상당했는데 역시 원작도 마찬가지다. 오츠 이치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보여지는 우스꽝스런 묘사나 대사, 전개등이 실종 홀리데이에서도 간간이 나타난다. 만화책과 원작 소설 둘 다 추천하지만 역시 원작이 더 '맛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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