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0일 화요일
미얄의 추천 5 - 오트슨
4권에서 일단락이 된 듯한 분위기였던 <미얄의 추천>은 실제로 5권이 1부 끝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소녀를 구하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민오. 사라진 민오를 찾아 초록과 허수는 1-4권을 한데 어우르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 1-4권은 5권을 위한 안배였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안배가 얼마나 면밀하게 해놓았냐는 문제는 뒤로 제치더라도)
그래서 4권을 읽고 느꼈던, 5권부터 2부 정도가 되려나? 였던 생각이 바뀌었다. 실제 5권이 1부 완결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5권은 상,하로 나뉘어서 각각의 사건을 좀 더 치밀하게 그렸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별개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 지고 그건 다시 1-4권의 내용과 오버랩 되면서 마지막에 정밀하게 한 곳으로 모이는 그런 구성으로 말이다. 여러 사건이 급하게 일어나고 해결되는 바람에 깊이를 느끼기에 좀 부족했다. 아쉬운 대목.
앞으로 어떤 전개를 들고 나올지 (설마 예상한 뻔한 내용은 아니길 빌지만) 아무튼 계속해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매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미얄의 추천>.
평점 5 / 10
관용소녀 1 - 가와하라 유미코
우리말 출간
92년부터 95년 <잠들지 못하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일본어 약어로 네무키)에 연재됐던 분량을 문고판 1권에 담았다. 총11개 단편을 수록. 팬이라면 재구매할 가치가 있는 문고판이다.
<觀用少女>는 제목대로의 의미다. '보는 용도'의 소녀 인형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이에 얽힌 인간의 喜怒愛樂을 그린 단편집이다. '살아있는' 여자 인형이란 설정은 다분히 '남성'을 겨냥한 듯한 느낌이라, '남성의 性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한 만화가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 내용을 드려다 본다면 그런 고정관념은 사라질 것이다.
<관용소녀>는 <내 지구를 지켜줘> <백귀야행>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순정만화 스타일)중 하나다.
평점 6 / 10
단장의 그림~재투성이 - 고다 가쿠토
2006년 전격문고
우리말 출간
주인공 시라노 아오이(男)는 평범함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다. 우연히 같은 반 친구 집에 유인물을 나눠주러 갔다가 도키츠키 유키노를 만나면서 시라노의 일상은 점점 무너져가고 마는데.....
신의 악몽에 농락당하는 인간과 살아남은 인간이 벌이는 약간은 '호러'스런 내용. 동화틱한 내용과 애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단 주인공의 급성장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분량을 좀 더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주인공의 심경변화를 좀 더 면밀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점 5 / 10
2008년 12월 8일 월요일
아기를 찾아라 - 아오이 나쓰미
2003년 문고판
이번에 소개하는 소설은 <스타디움 무지개 사건수첩> 자비출판으로 데뷔한 아오이 나쓰미의 메이저 데뷔작 미스터리 단편집 <아기를 찾아라>입니다.
<스타디움~>은 전에 소개한 적이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야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안락의자탐정 단편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소재가 바뀌어 출산과 미스터리 요소를 결합한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주인공 여성 두 명은 조산사입니다. 조산사는 간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가 조산사 수련기관에서 1년이상 수습기관을 거친 후에 조산사 국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해당 자격증을 얻으면 정식 조산사가 됩니다. 그래서 조산사는 간호사 자격도 같이 갖게 되는 좀 특이하다면 특이한 케이스죠. 하는 일은 출산을 돕는 것입니다. (자격 취득 과정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거의 같더군요.)
<아기를 찾아라>는 두 명의 조산사 사토코와 히나가 자가(自家)출산을 원하는 산모의 집에 출장을 나가고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단편 3개가 실려있습니다. 1화는 '엄마를 찾아라', 2화는 '아빠를 찾아라' 3화는 표제작인 '아기를 찾아라'입니다. 미스터리 포인트는 단편 제목과 그대로 일치합니다. 1화에서는 남1 여3(산모) 중에 진짜 엄마를 찾는 내용이고, 2화는 여1 남3 중에 진짜 아빠를 찾는 내용입니다. 이런 수수께끼를 맞닥트린 사토코와 히나는 '전설의 카리스마 조산사' 아키라 선생에게 상담을 하죠. 아키라 선생은 70이 넘은 고령임에도 유머와 딴죽걸기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안락의자탐정입니다.
전반적으로 유머스런 일상 미스터리 계열입니다. 일상이라고 해도 좀 독특한 '일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사람이 죽지 않는' '살인이 없는' 미스터리 계열을 전부 일상 계열로 넣는다고 한다면 <아기를 찾아라>는 거기에 딱 맞는 미스터리입니다. 사토코, 히나, 아키라 세 명의 입담도 재미의 한 축입니다. 성실하고 고지식한 면도 있는 30대 여성 사토코, 발랄하며 귀여운 20대 여성 히나, 그리고 능구렁이 같으면서 연륜이 있는 70대 아키라. 사토코와 히나는 정보전달을 하는 와트슨, 아키라는 정보를 수집해서 결론을 내는 탐정역이죠.
이런 부담없는 미스터리 요소때문인지 NHK에서는 드라마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문고판이 꽤 빨리 나왔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미 과거 이야기겠지만 말이죠.)
평점 6 / 10
2008년 12월 6일 토요일
뉴암스테르담
전 8 화로 아무리 봐도 '조기종영'당했다고 생각되는 미국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
제목이 왜 NEW암스테르담인지는 NEW욕 역사를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400년이상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불사체. 운명의 그녀를 만나면 주인공도 정상인처럼 나이를 먹고 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를 찾기위해 여기저기 육봉을 쑤시고 다니면서 자식새끼도 까놓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그녀를 찾은 것 같다. 살인사건 용의자 추적 하던 도중 지하철 역사에서 심장정지로 응급실에 실려가서 '사망' 판정까지 받은 것이다. 그래서 운명의 그녀를 찾아 휘젓고 다니기는 개뿔, 8화까지 보고나면 너무 허무해서 시망이란 말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시즌2가 나온 것도 아니고. 하긴 인기 끌기는 글렀다. 드라마 내용 자체가 그렇다. 뉴욕의 변화를 보여주는 무슨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이 강력반 형사다보니 겪는 살인사건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미스터리도 아니고, 주인공한테 낚인 여자들 보고서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런 드라마다. 그냥 시도와 분위기만 좋았지 정작 내용이 함량미달이라서 8화로 끝나버린 게 아닌가 싶다.
평점 3 / 10
2008년 12월 4일 목요일
LIAR-GAME V,VI - 가이타니 시노부
4권에서 시작한 3회전 라이어게임은 '밀수 게임'이었습니다. 5권과 6권은 4권에서 어이지는 내용으로 6권에서 밀수 게임이 끝납니다. 팀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 그전까지는 개인전이었습니다. - 그래서 분량이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밀수에 성공해서 승리를 거머쥐면 된다고 생각했던 아키야마와 나오 쪽 팀은 밀수 게임의 진정한 '승리 형태'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키야마가 계책을 세워보지만, 상대팀에게 보기좋게 당하고 말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밀수 게임의 승리를 위해 아키야마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계책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상대팀에게 간파당하고, 그대로 게임은 끝납니다. 과연 마지막 진정한 승리자는 어느 팀일까요?
3권에 걸쳐 보여준 게임인질, 게임 자체 완성도는 좋습니다. 구성도 마지막에는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설명'을 하는 것 처럼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한채 게임 종료. 종료후 반전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마무리. 게임 미스터리에 걸맞는 구성이었습니다. 1~3권까지는 한 권당 하나의 사건이라서 적당히 스피디한 전개와 무난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꽤 세세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이 등장한다면 <라이어 게임>은 꽤 괜찮은 게임 미스터리 만화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캐릭터를 보면, 처음 1권에서 찌질거리던 여주인공 나오가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6권에서는 상대방을 '도발'하는 당찬 모습마저 보여주네요. 4~6권 내용은 나오의 성장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단지 '요코야'라는 캐릭터가 좀 문제네요. 이 캐릭터의 등장이 앞으로도 재미를 유지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그런 대결구도로 인한 매니러즘으로 귀착하고 말 것인지 말이죠.
평점 6 / 10
현재 일본에서는 7권까지 나왔습니다.
LIAR-GAME IV - 가이타니 시노부
전편에서 부활한 참가자들과 아키야마 신이치와 간자키 나오. 3회전은 지금까지 게임과는 달리 '팀 VS 팀'이다.
게임 내용은 '밀수'
남 과 북으로 나뉘어 어쩌구 하는 설정을 보고 있자니 - 이거 우리나라 이야기잖아! 썩을! - 기분이 썩 편한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게임의 내용은 상대방 영역에 위치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후 가방에 담아서 상대팀의 조사를 받고 자기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가방에 들어가는 최대 액수는 1억엔.
조사의 경우 상대방의 가방안에 돈이 들었을 경우, 조사관은 '얼마' 들었다고 가방을 열어보라고 선언할 수 있다. 선언한 액수 이하이면 조사관의 승리. 선언 액수의 초과 금액이면 밀수자의 승리로, 조사관은 자신이 선언한 액수의 반액을 패널티로 밀수자에게 지불. 뭐 그런 내용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고 전력탐색을 위해 '나오'가 먼저 밀수자로 나선다, 가방을 비운채. 하지만 상대팀 조사관은 보란듯이 '통과'를 외쳐버린다. 차례는 바뀌어 상대팀이 밀수가 시작되고 '나오'팀의 조사관은 '패스'를 외치지만, 상대팀 밀수자 가방안에는 '1억엔'이 들어있었다. 상대팀의 페이스에 휘말린 팀을 구한 것은 역시 아키야마 신이치. 하지만 상대팀 조사관에는 '투시능력'을 갖고 있다는 자칭 초능력자가 있는데...........
전편까지는 1권당 1게임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규칙이 깨졌다. 4권의 게임인 '밀수'는 6권에서 끝난다. 멍청하기만 했던 여주인공은 조금씩 성장도 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게임 내용이 나올지 기대도 된다. 괜찮은 만화다.
LIAR-GAME III - 가이타니 시노부
2권에서 '소수결' 게임의 승자가 된 아키야마 신이치는 게임포기를 하지 않고 3회전에 진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그를 보는 나오는 신이치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패자부활전] 안내엽서가 도착한다.
3권의 내용은 '패자부활전'.
2회전에서 탈락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승리를 하면 3회전 진출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우리의 바보 여주인공 나오는 (예상대로) 패자부활전에 참가하고, 그 멤버 속에서는 2권에서의 그 인물 X도 있었다.
게임의 내용은 '구조조정'이다. L용지라는 투표용지에는 총 5 칸의 이름을 쓰는 곳이 있다. 여기에 3회전에 진출했으면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물롬 본인이 본인의 이름을 적으면 무효처리되고 패널티로 1억엔의 부채를 진다. 한 사람을 전부 써도 괜찮고 따로 따로 써도 상관없다. 투표는 1시간마다 총 10번에 걸쳐 진행된다. 이름 하나당 투표수 1로 인정하고 최종결과 득표수가 제일 낮은 사람이 '패자'가 되고 나머지는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참가자에게는 M용지라는 것을 받는데, 이건 게임장소 내에서 어떤 것이든 - 마약, 기타 그런 불법이외의 - M용지로 서로간에 거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계약위반시 위반자는 패널티로 1억엔의 부채를 진다.
한편 나오는 인물X의 계략에 말려들어 득표수 0 의 행진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런 나오를 걱정하던 아키야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게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M 용지 (MONEY의 M)와 1시간이라는 간격이 본 게임의 포인트다. 역시 게임이 갈수록 재밌어진다. 마지막 패자의 선정과 그리고 생각외의 반전. 거짓말 게임이 진실 게임이 되는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린다!! (무슨 사이비 교주 같지만..) 멍청하다고 속으로 욕하던 나오라는 캐릭터의 존재의의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패자부활전'이 아니었나 싶다.
평점 6 / 10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LIAR-GAME II - 가이타니 시노부
전작에서 멍청하게 뺏긴 1억엔을 되찾고, 덤(?)으로 상대방 1억엔까지 뺏어온 간자키 나오와 아키야마 신이치. 하지만 나오는 상대방을 동정해서 자신의 몫인 5천엔을 주고, 신이치는 그걸 보다못해, '나오가 한 푼도 못 얻게 된다면 자신도 받을 수 없다'며 자기몫 5천엔도 줘버린다. 그리고 그런 나오 앞에는 1차전 승리자만이 참가할 수 있는 2차전 초대 엽서가 온다. 게다가 2차전 참가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1차전에서 획득한 돈의 반액을 지불해야한다고 한다. 이미 이익금을 다 줘버린 나오는 어쩔줄 모르다가 변호사와 상담을 하는데......... 결국 또 다시 '사기'에 빠져서 2차전에 참가하는 나오. 그런 나오를 걱정해서 아키야마 신이치는 다른 플레이어의 네임 플레이트를 받아서 대리 참가를 한다.
2차전 참가는 전부 22명. 게임은 '소수결'. 투표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6시간.
YES와 NO만으로 대답이 가능한 문제가 주어지면, 자신이 속한 그룹이 소수일 경우에, 그 소수자들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가령 '밀실 살인 하면 닥치고 딕슨 카다!' 라고 생각하면 YES, 아니라고 생각하면 NO로 투표하는 것이다.
나오는 다시 불안에 휩싸이고 질질 짜며 '아키야마 씨, 살려주세요~~'라는 1권에서와 똑같은 대사를 날리며 신이치에게 매달리고 만다. 그러나 신이치는 침착한 표정으로 '필승법'이 있다면서 나오를 안심시킨다.
과연 필승법이란 무엇일까? 게다가 참가자 22명 중에는 패배하더라도 부담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X라는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신이치가 대신에서 참가한 여자를 사기쳐서 뺏은 1억엔을 들고있는 미지의 인물 X. 패배하면 얻게되는 패널티는 1억엔이라는 빚. 하지만 X는 이미 1억엔 - 1차직에서 얻은 이익금 제외 - 을 갖고 있기에 2차전에서의 패널티는 제로.
예정대로 게임은 진행되지만, 투표결과는 아키야마가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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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임의 포인트는 투표마감까지 주어지는 '6시간'이다. 하루만에 다 끝나는게 아니라, 리허설 게임을 하고, 본 게임은 그 다음날 시작한다는 점도 포인트라면 포인트다. 만약 투표시간이, 문제가 주어지고나서 1분 내에 답을 바로 제출해야한다는 설정이었다면 '담합'의 여지가 불가능에 가깝지만, 6시간이라면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한다'라는 주최측 사회자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부분이다. 간단한 산수와 집합을 연상하면 독자들도 충분히 '필승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경우는 긴장감 넘치는 진행이 압권이었다. 그만큼 하나의 게임을 다루는데 1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여러권을 이용해서 세세하게 - 나중에 가면 질질 끌 정도로 - 묘사해서 독자들이 몰입하기에 더 좋았다. 하지만 <라이어 게임>은 일단 2권까지는 1권에 하나의 게임을 그리고 있다. 1권에서는 간단한 사기. 2권에서는 소수결 게임. 3권과 4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예상대로라면 각권 마다 하나의 게임을 다루리라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연재가 아니라 단행본으로 보는 독자들은 이렇게 단권으로 게임 하나가 끝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한정된 페이지 수에서 묘사하기에는 만화책 1권은 사실 부족하다. (일반적인 만화책 1권은 170-180페이지 정도) 그래서 극의 진행은 빠르지만, 우러난 국물 맛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권수를 늘리면 이건 이것대로 긴장이 늘어져기 때문에, 스토리와 분량 조절은 사실 꽤 어려운 작업이다. (이건 만화만이 아니라 소설, 영화 등에도 적용되는 공식이긴 하다)
1권에 비해서는 게임의 내용이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면이 보인다. 과연 다음 권에서는 어떤 게임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 한편,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 극중에 X를 찾을 수 있는 단서, 그리고 막판 반전까지 전부 공정하게 단서가 제시된다. 한정된 지면이지만, 보여줄 건 다 보여준다. 비주얼 매체 특성상 그림을 유심히 보거나, 대사를 유심히 읽다보면 감이 빠른 사람은 어느정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평점 6 / 10
LIAR-GAME I - 가이타니 시노부
간자키 나오(直), 이름 그대로 곧고 순박한 여대생이다. 어느날 수수께끼의 소포를 받아 뜯어보는 나오. 그 안에는 '라이어 게임 사무국'이란 곳에서 보낸 '1억엔' 현금이 들어있었다. 소포를 뜯는 순간 게임 참가로 간주한다는 말에 나오는 불안에 휩싸인다. 게다가 30일 이후에 사무국에서 돈을 회수하러 오는데 - 지폐 일련번호를 조사한다고 한다 - 그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을 잃어버린 만큼을 '빚'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30일 동안 참가에 동의한 상대방 게이머와 '어떤 수단'을 써서든 상대방의 돈을 뺏어오면 뺏어온 만큼 전부 자신의 돈이 된다는 내용에, 나오는 한층 불안에 휩싸인다. 친구나, 아버지, 변호사까지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상대방 게이머를 알리는 엽서가 도착한다. 그 게이머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나오는 안도에 휩싸인다. 바로 그 사람은 나오의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이었다..............
100 엔 짜리 동전을 주어도 '파출소'에 갖고 가서 주인을 찾아달라는 여주인공(나오)을 보고 있으면, 사기가 난무 하는 세상에 참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설정이 있어야 주인공이 고난에 빠지고 거기서 헤쳐나오는 스토리가 이루어질테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아무튼 예상대로 여주인공은 믿었던 선생한테 배신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찾아가는 이는......희대의 천재 사기꾼으로 출소한지 얼마 안된 '아키야마 신이치'였다.
이렇게 첫 프롤로그를 끊은 만화는 제목 그대로의 만화였다.
라이어 게임.
거짓말 게임.
두 콤비가 사기당한 1억엔을 그대로, 아니 상대방의 1억엔까지 고스란히 수중에 넣는 것이 1권의 내용이다.
사기치기 사전 작업=심리적 압박이,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주는 사기로 이어지는 흐름이 납득갈 정도로 개연성있다. 물론 마지막 엑기스에 대한 예상은 어지간한 독자라면 전부 예측가능하겠지만, 주인공이 행한 사전작업에 대한 모든 설명까지 할 수 없다면, 그건 그냥 찍기일 뿐이다. 예상한 거의 그대로 진행이 되는 걸 보면서 - 나도 쁘띠 사기꾼 기질이 있나? 라고 쓴웃음을 지어봤지만 - 어차피 만화는 만화일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림체와 내용이 잘 일치되는 많지 않은 만화다. 별다른 내용도 없이 흔해빠진 미소녀들이 나와서 붕가붕가(?) 하는 그런 만화 들은 물론 아예 논외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는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있다. 읽어본 분들도 있겠지만, 그림만 보고 바로 벽에다 집어 던졌을 분도 있을지 모른다. 후자의 독자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독특한(?) 그림체만 극복하면 손에 땀을 쥐는 스릴 넘치는 '죽느냐 사느냐 가위바위보' 게임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아직 미독인 분들은 대여점에 가든지, 아는 사람에게 빌리든지, 초반 가위바위보 게임이 완결되는 곳까지만이라도 참고 보길 바란다.
소설 쪽에서는 어느날 깨어보니 밀실이고, 그 안에서는 추리게임이 벌어진다는 <극한추리 콜로세움>이 있다. 이쪽은 나중에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 <라이어 게임>도 드라마화 되었다 - 설정의 재미에 비해 결말이 후줄근한 전형적 용두사미 식 게임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본서 <라이어 게임>의 경우, 일단 1권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흥분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재밌는, 그런 만화는 아니지만 후속권이 신경쓰이는, 더 읽어보고 싶은 그런 만화다.
하지만 아직은 진행중인 만화다. 대략 10권 정도로 끝맺음을 잘 하면 좋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인기 있으면 연장에 연장이 되는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다보니 - 어른들의 사정이다 - 과연 결말까지 페이스를 잘 이끌어갈지, 아니면 잘 가가다 샛길로 빠져서 허우적 댈지 아직은 지켜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기대되는 만화 하나를 건진 느낌에 기분이 좋다.
평점 5 / 10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시라토 오사무의 사건수첩 - 오쿠라 다카히로
2008년 11월 19일 수요일
싸우는 사서와 밧줄의 공주 - 야마가타 이시오
<싸우는 사서> 시리즈 6번째이자, 일단 한 숨 돌리는 결말을 보여주는, 어찌보면 1부 끝! 2부로 계속 정도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밧줄의 공주>입니다.
6권의 내용을 딱잘라 말하면 '바보들의 대행진' 정도로 되겠습니다. 일단 표지에서 보이는 노로티(오른쪽) 아키트(가운데) 엔리케 (왼쪽) 이렇게 3명이 메인 캐릭터가 됩니다. 아키트라는 소년을 사이에 두고 엔리케와 노로티가 앞뒤로 대치되어있는 형국은 소설 단면을 잘 보여주는 구도입니다.
엔리케 앞에 노로티의 책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예, 2권에서 죽지 않고 살아났던 그녀는 결국 죽어버립니다. 내용 까발리면 어떻해!! 라고 반문하겠지만 6권 처음에 '딱' 죽었다고 명시합니다. 낚시도 아니고 진짜 죽습니다. (도서추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죠.) 엔리케는 노로티의 책을 들고 '끝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에 결말을 주기위해 도서관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원래 노로티와 엔리케는 2권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 때는 엔리케가 비중이 더 높았지만 6권에서는 노로티가 비중이 더 높죠. 예, 노로티는 '공주님'이니까요. 아직 견습인 노로티가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녀가 무장사서 양성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향집을 떠나게 된 이유 등, 노로티의 추억도 같이 등장합니다. 2권과 6권을 같이 놓고 보면 괜찮은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2권에서는 엔리케 비중이 더 높았으니까요. 이렇게 엔리케가 노로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녀의 기억을 반추하는 장면과 무장사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게 되는 신익교단의 최후의 카드, 2가지 장면이 번갈아가면서 나옵니다.
바보들의 대행진 중에서 일급바보, 특급바보, 규격외바보, '노로티' 공주님은 그야말로 바보중의 바보입니다. '이 세상 모든 건 내거야' 라면서 적도 아군도 친구도 무엇하나 포기할 수 없는 그런 바보중의 바보인 노로티. 그런 바보 노로티는 세상을 구합니다! 바보 만세~~
평점 6 / 10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싸우는 사서와 추억의 마녀 - 야마가타 이시오
<싸우는 사서> 제 5 탄입니다.
[무장사서의 정의를 되찾는다!]
배신자 용의가 걸린 젊은 무장사서 '볼켄'은 하뮤츠 메세타의 악행을 폭로하고 무장사서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스스로 재판에 출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재판당일 한 명의 여자와 모습을 감춘 볼켄. 그리고 하뮤츠는 볼켄을 추척하죠.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하뮤츠는 시리즈를 아우르는 주인공입니다. 예, 분명 주인공 맞습니다. 그런데 하는 짓을 보면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악행의 사도라고 생각될 정도로 뭔가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이 마구 듭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오는 볼켄이란 정의 사도 청년이 오히려 이런 류 소설에 걸맞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참시절 볼켄이 목도한 하뮤츠의 악행 - 고깃덩어리를 몰살시켜버린 - 의 이유를 찾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믿고 있는 정의를 위해 하뮤츠에 반기를 들어보지만, 역시 주인공에게 이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볼켄의 결말은 예정돤 수순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실은 때로는 기쁘지만 때로는 아프죠. 예, 그런 겁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좋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뜻밖의 캐릭터가 활약을 합니다. 시리즈 3권 <검은 개미의 미궁>에서 나왔던 가짜 '레나스'라는 여성인데요, 이번 5편에서 큰 활약을 보여줍니다. 볼켄이 5권의 남자주인공이라면 레나스가 여자 주인공급이죠. (하뮤츠는? 얼웨이스 주인공입니다.) 레나스 속에 잠들어있던 원래 인격 올리비아. 그리고 올리비아는 모종의 목적을 위해 레나스의 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겉으로 드러나기 까지 합니다. 그런 때, 볼켄을 만나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감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등장한 캐릭터에게 과감하게 철퇴를 내리는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이건 반대로 '치열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찬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죽어도 '에라이!'라는 헛질보다는 '달콤 쌉싸름하지만' 납득이 가는 전개가 됩니다. 이런 부분이 <싸우는 사서>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세계관 형성하는데 중요한 얘기가 밝혀집니다. 이제 시작이구나! 라는 느낌이긴 하지만요. (7권 부터 본격적으로 시동 들어가는 듯도 합니다만.)
평점 6 / 10
싸우는 사서와 신의 석검 - 야마가타 이시오
<싸우는 사서>시리즈 4번째입니다.
이번 4권은 표지에 등장한 '밀레포크'와 '아르메' 두 소녀(?)의 2인극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한 명은 무장사서, 한 명은 신익교단의 배신자. 그러나 공통목표는 '라스콜'의 정체를 밝히는 것. 대립하는 입장의 두 캐릭터가 공통 목표를 맞이해 과연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두근거리는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절정과 결말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싸우는 사서' 시리즈 다운 내용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또한 세계관과 관련있는 몇 몇 요소가 새롭게 밝혀지기도 합니다. 전투능력은 떨어지지만 사고공유능력이란 '먼치킨'급 스킬을 보유한 밀레포크와 시갈의 추종자이자 신익교단의 배신자인 아르메의 마지막 결투가 볼만 합니다.
하지만 홍콩 느와르 식으로 두 여성 사이에 일어나는 충돌과 협력 그리고 결말을 좀 더 끈적거리게 만들었다면 점수를 더 높게 줬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불쌍한(?) 밀레포크. 그녀가 나중에 진실을 전부 알게 되는 날은 올까요?
진실을 알고나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요?
평점 6 / 10
싸우는 사서와 검은 개미의 미궁 - 야마가타 이시오
<싸우는 사서> 시리즈 3편입니다.
이번에도 캐릭터는 일신(?)은 아니고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가 좀 되네요.
일단 주인공은 모카니아(표지에서 앞에 나온 남자)입니다. 특정한 상황에 한해서 하뮤츠 메세타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무장사서입니다. 과거 학살사건으로 자책에 빠져, 현재는 도서관 내 미궁 속에서 두문불출 중입니다. 그의 능력은 개미떼를 이용해 살아있는 모든걸 죽이는 것이죠.
여기에 무장사서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신익교단측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전투력은 최악이지만 특정 인물에 한해서 절대 죽을 일이 없는 윈케니. 윈케니는 모카니아를 회유해 하뮤츠와 싸우도록 하기 위해 도서관 내에 잠입합니다. 그곳에 윈케니는 한 명의 여성을 데리고 가죠. 그 여성의 이름은 레나스. 예전에 죽은, 모카니아의 엄마의 기억을 갖고 있는 '가짜'입니다. 윈케니와 레나스는 모카니아가 짱박혀 있는 미궁으로 내려가고 결국 모카니아와 레나스의 운명적인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모카니아는 하뮤츠를 죽이겠다고 윈케니와 약속합니다.
이번에는 스토리 진행에 대단히 빠릅니다. 230페이지 정도로 전편보다 또 줄어든 분량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2권의 템포가 좀 늦었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 그렇게 템포가 느리지도 않았지만요 - 대단히 빠른 진행을 보여주더군요. 초반에 바로바로 사건이 휙휙 지나가고 밝혀지고 순식간에 인간개미 VS 친절한(?) 누님의 대결을 보여줄 정도죠. 그러고보니 초반에 2편의 주역이었던 벼락 바보와 격투 소녀가 등장합니다. 격투 소녀는 불쌍하게도 이용만 당하다가 퇴장. 바보 번개도 별 다른 활약없이 쑥 들어가네요. 이번 편에는 죽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둘 다 살아납니다. 아쉽게도.
어쨌든 무장사서 측은 - 밀레포크, 이레이아, 민스 - 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카니아에게 레나스는 진짜 엄마가 아니라고 설득해보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모카니아는 이미 레나스가 자기 진짜 엄마가 아닌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알면서 배신을 한 겁니다. 그 이유는......? 인간 개미(라고 쓰고 마마 보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모카니아는 과연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러고보니 이번엔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감동소설입니다. 눈물 없인 볼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어머니 사랑해요!!!
우리의 하미 누님의 정체(?)도 살짝 들어난 3권입니다.
누님께서는 바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였습니다!!
(50Km의 최대사정거리를 자랑하는 투석 스나이퍼를 이용한 원거리 살상력 특화라는 스킬을 보유했지만요.아 원거리만큼은 못하지만 근접전도 일정수준 이상입니다. 이상적인 공주님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왕자님의 딥키스가 오길 기다리고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공주님!
물론 공주한테 딥키스를 한 왕자는 다 뒈져버리겠지만요. (?)
다음에는 어떤 왕자님이 나올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합니다~
평점 6 / 10
싸우는 사서와 벼락의 바보 - 야마가타 이시오
2006년 슈에이사 수퍼 대시 분코
<싸우는 사서> 시리즈 2번째 이야기입니다.
트와트 광산 사건(1권)이 일어나고 6개월 후의 이야기입니다.
무장사서 연수생 격투소녀 '노로티'는 도난 당한 무장사서의 [책]을 찾으라는 명을 받습니다. 열심히 찾지만 물론 못 찾죠. 그러다 하뮤츠에게 자토를 도와주라는 밀명을 받습니다. [책]도 찾아야 하고 하뮤츠의 명령도 따라야하는 견습생 노로티에게는 벅찬 일입니다.
주인공(?)이자 라스트 보스(?)인 하뮤츠 메세타가 도서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밴틀러 도서관은 [괴물]의 습격을 받습니다. 무장사서 3명이서 간신히 막습니다. [괴물]은 뇌전(라이트닝)을 사용하면서 경이로운 소생술까지 겸비한 말 그대로 '괴물'같은 녀석입니다.
자살희망자 자토는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아 방황합니다. 그러다가 착안한 것이 하뮤츠 메세타라면 자신을 확실하게 죽여주지 않을까하는 것이죠. 그런 그 앞에 노로티가 등장하지만 노로티의 힘으로는 자토를 죽일 수가 없습니다. 자토는 노로티에게 내가 바로 도서관을 습격한 [괴물]이라고 자백하지만 노로티는 자토의 말을 '거짓말'로 받아들이고 하뮤츠의 밀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토 옆에서 알짱거립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전작에선 인간폭탄이 등장했다면 이번엔 괴물(바보)입 니다. 역시 인간의 모습을 한 고깃덩어리(물건)로 키워진 엔리케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 웃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기 위한 길을 걷습니다. 같이 괴물이 되기 위한 동료와의 실전결투. 한 명 한 명 동료를 동료를 죽여보지만 엔리케는 웃을 수 없습니다. 그런 그 앞에 엔리케와 동료의 뒷치닥거리를 해주는 쿼모라의 미소 짓는 모습이 들어오죠. 과연 엔리케는 염원하던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요?
시리즈 2권은 자토, 노로티 그리고 엔리케 여기에 하뮤츠가 엮인 이야기입니다.
전작은 '사랑은 폭탄'이라면 이번에는 (웃으려고 하지만 웃을 수 없는) '벼락의 바보'(괴물)입니다.
그리고 전자가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이번엔 '소년 만화'입니다.
엔리케의 고민과 죽어간 동료들 그리고 마지막에 동료(친구)들의 도움으로 깨달음을 얻고 하산하는 엔리케. 아아. 구도소설이군요!!
하뮤츠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이지만, 전작에서도 실질적인 캐릭터는 폭탄과 마녀였듯이 이번에는 바보 괴물과 격투 소녀입니다. 전작은 폭탄과 마녀의 비중이 엇비슷하게 잘 그려졌는데, 이번엔 그 점이 부족하네요. 괴물 쪽은 심리 묘사와 변화는 잘 되었지만 격투소녀는 그에 비해 포스가 부족합니다. 책 페이지수도 250 정도로 전작보다 50여 페이지 줄었는데 줄어버린 페이지 수 만큼 격투소녀 묘사도 같이 줄어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다. 바보 괴물과 격투소녀의 비중을 좀 더 잘 맞췄으면 점수를 더 후하게 줬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래도 군데 군데 던져놓은 복선을 마지막에 가서 회수하는 솜씨는 변함없습니다. (결말에서 누님 만세 외쳐주면 됩니다!) 앞으로도 매 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나오고, 하뮤츠는 그걸 아우르는 전체 주인공일 듯 한데, 다음 권에서는 캐릭터 묘사를 1권 처럼만 해줬으면 좋겠네요.
평점 6 / 10
싸우는 사서와 사랑하는 폭탄 - 야마가타 이시오
2005년 슈에이사 슈퍼 대시 분코
본서는 <제4회 슈에이사 슈퍼 대시 소설 신인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작가 야마가타 이시오의 수상작이자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먼저 제목 얘기부터.
제목의 싸우는 사서는 소설 주인공 '하뮤츠 메세타'를 지칭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폭탄은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콜리오'를 말합니다.
이 두 개의 타이틀을 합친 것이 소설 제목입니다.
스토리도 제목 그대로의 내용입니다. 무장사서 하뮤츠와 인간 폭탄 콜리오로 나뉘어서 진행되다가 두 흐름이 한 데 합쳐져 결말로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일단 소설의 핵심은 [책]입니다. 죽은 이의 기억이 보존된 [책]이 있고 이걸 보관하는 도서관이 존재합니다. 도서관에는 책을 관장하는 사서가 있는데, 이 사서는 단순히 '사서 자격증'을 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이 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그런 사서 중에 유명한 사람이 바로 하뮤츠 메시타입니다. 위에서 잠깐 지나가듯이 언급했습니다만 사서는 사서인데 앞에 두 글자다 더 붙습니다. 무장(武裝). 한자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싸우는 사서'입니다.
이야기는 인간 폭탄 콜리오가 무장사서 하뮤츠 메세타를 암살하기 위해 트애트 광산마을에 찾아오면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하뮤츠 메세타를 죽이는 것' 이라는 세뇌를 받은 콜리오는 동료와 함께 광산마을에서 이리저리 하뮤츠 암살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무장사서 하뮤츠가 친절하게 코앞에 나타나서 '하니~ 나 죽여주셈~' 이라고 할 리는 없죠. 동료 1명이 불운하게 폭사하고 콜리오와 남은 동료 1명은 고민합니다. 그러나 남은 동료 1명 마저 행방불명. 그래도 콜리오는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콜리오 앞에 [책]을 파는 밀매상이 나타나서 이상한 책 조각을 그에게 건넵니다. 콜리오는 그 [책]안에서 수백년 전 [영원한 미소의 마녀]로 유명한 [고양이 빛깔 공주님] 시론을 만납니다. 그리고 콜리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사랑하는 폭탄이죠.
하뮤츠는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마을에 숨어든 인간 폭탄을 하나 둘 제거하고, 콜리오는 하뮤츠를 암살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시론의 기억 그리고 콜리오를 이용해 허뮤츠를 암살하려는 배후세력까지 등장해서 이야기는 점입가경으로 빠져듭니다.
<싸우는 사서와 사랑하는 폭탄>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뭣이?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폭탄 소년과 마녀 공주님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결말을 알고나도 슬프지 않습니다. 중간에 섹시 다이너마이트 누님께 서 이런 저런 활약상을 보여주십니다만 어디까지나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책]이라는 나름 독특한 세계관과 단순한 흐름을 살짝 비꼬아서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구성의 묘미도 갖춘 양질의 소설입죠. 초반의 단순한 사실들이 뒤로 갈수록 힘을 갖고 그것이 스토리 속에 적절히 녹아들어가서 결말로 치닫는 구성, 이런 거야말로 미스터리의 기본 중의 기본적인 문법이죠. 그래서 전 이 <싸우는 사서와 사랑하는 폭탄>마저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넣습니다. 뭐 어디에 넣든 내 맘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재밌는 책과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평점 6 / 10
2008년 11월 5일 수요일
일곱 개 이야기 - 가노 도모코
1999년 문고판 (사진)
제3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가노 도모코의 데뷔작입니다. 후에 <마법비행>(1993) <스페이스>(2004)로 이어지는, 이리에 코마코라는 여대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코마코 시리즈)의 첫작이면서, 가노 도모코 스타일 일상 미스터리의 시작점이기도 하죠.
주인공 코마코는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서 한 권의 동화책과 만납니다. 하야테 라는 소년이 겪는 이야기와 소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아야메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내용인데, 이 책의 제목이 [일곱 개 이야기]이며 총 7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습니다. 그리고 겉 이야기인 <일곱 개 이야기>도 7개의 단편이 수록되었고, 각 단편의 제목은 [일곱 개 이야기]의 단편 제목이며 <일곱 개 이야기>의 각 단편에서는 [일곱 개 이야기]의 해당하는 단편 내용이 들어가있습니다. 설명해놓고 보니 복잡(?)해 보이는데, 그냥 액자식 구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 대상이 둘 다 단편집이라 중층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일곱 개 이야기]를 읽은 코마코는 감명을 받아 작가에게 팬레터를 보냅니다. 물론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그 안에는 최근에 자신이 겪었던 소소한 궁금증을 함께 담아서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한테서 '답장'이 옵니다. 코마코가 궁금해했던 질문의 답이 실린채로 말이죠. 그리고 각각 동떨어진 단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마지막 7화에서 이쁘게 한 데 모이면서 스토리는 끝납니다. 그것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가에 '미소'가 걸릴만한 결말로 말이죠. <마법비행>에 수록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해설 문구를 인용하자면 '로직'이 아니라 '매직'이란 말 처럼, 가노 도모코 소설은 논리보다는 마법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로직을 더 선호하는 추라 마니아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국내에는 일단 <앨리스 시리즈> 2권이 먼저 소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째서 <코마코 시리즈>가 먼저 나오지 않았을까? 심히 의아했습니다. 아무튼 이미 판권 사간 곳이 있으면 잽싸게 우리말로 내놨으면 좋겠군요.
여담) 후에 [일곱개 이야기]는 실제 출판까지 됐습니다. <일곱 개 이야기 스토리>(2005)라는 동화책으로 말이죠.
여담2) 제목에 관해. 원제는 <나나쓰노코(ななつのこ)>입니다. 일곱살 아이. 일곱 개. 일곱 가지. 일곱 마리. 실제 [일곱 개 이야기]동화책에 수록된 단편 중에는 고양이 새끼 7마리가 등장하는 단편 '일곱 마리'가 있고, 동화책과 본 소설 전부 7개의 단편이 수록되었기에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선 무난하게 '일곱 개 이갸기'로 번역했습니다. 제일 편한(무책임한) 건 그냥 <나나쓰노코>라고 원문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겠지만요. (실제 본서의 영문제목은 NANATSU NO KO 입니다.)
평점 7 / 10
2008년 11월 2일 일요일
꿈꾸는 황금지구본 -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시작된 '사쿠라미야' 를 세계관으로 한 외전이라고 봐도 좋을 소설입니다. 스토리는 주인공 헤이스케가 사쿠라미야 수족관에 위치한 황금 1억엔 값어치의 지구본을 강탈하려는 계획을 짜고 일에 착수한다는 내용입니다. 극의 긴장감이나 구성 코믹한 구석은, 이사카 코타로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와 유사하다고 해야할까요? 강탈하려는 입장에서 서술되는 소동극인데, 별로 긴장감이 없습니다. 소설 후반부에는 TV 카메라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긴장보다는 유머가 살아있을 정도죠.
이런 범인(?)입장의 소동극 대부분은 막판에 사건의 진상이 뒤집어진다거나, 사실은 사기를 당했다거나 등등 그런 스타일이 많은데, <꿈꾸는 황금지구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일반적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사건이 뒤집히는 반전은 애매합니다. 유머감각은 괜찮아서 읽는 맛은 좋지만 미스터리적인 면은 양이 부족합니다. 많이 부족해요. 양도 부족하지만 질도 떨어집니다. 이 소설의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게다가 원래 작가가 손대던 시리즈는 소동+유머+캐릭터 조합이 좋았는데, 이번 소설은 유머와 소동은 있지만 캐릭터가 그에 미치질 못합니다.
극중 등장인물 중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하마다 사요'와 '마키무라 미즈토'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어떤 독자는 '앗! 저 이름 거기(?)에 나오지 않았나!'라고 생각할테고, 어떤 독자는 '뭐야?'라는 반응을 보이겠죠. 전자의 반응을 보인 분이라면 '맞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예, 그 소설에서 나왔던 그 인물들입니다. 어째서 그 두 인물이 여기에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같은 세계관을 하는 외전격 소설이라는 표현을, 위에서 썼습니다. 후자의 반응을 보였다면 그냥 그런 이름도 있나보군 하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평점 4 / 10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도서관전쟁 - 아리카와 히로
2008년 우리말
라이트노벨로 데뷔해서 '단행본'으로 팔리는 작가가 되버린 아리카와 히로의 최신 시리즈입니다. 미디어양화법이란 것을 골자로 검열로부터 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도서관의 사투(?)를 그린 유쾌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었고, 그 여파 때문인지 국내에 정식으로 우리말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전쟁>은 가상미래라는 설정 때문에 SF라고 불리기도 하고 - 일본에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성운상인가 받았다고도 하더군요 - 라노벨스런 캐릭터들 집합 떄문에 전형적인 라노벨로 인식하기도 하는 잡탕찌게 같은 소설입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라이트 노벨 부분을 더 부각시켰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미디어양화법이란 검열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같은 분위기가 강하기도 합니다. 스토리도 한권으로 끝나는 장편이 아니라 연작 단편집 형식으로 하면서 <도서관내란> 등의 속편까지 준비했지요. 작가 후기에서도 연속 드라마 같은 분위기로 집필하고 싶었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작가가 처음 의도한대로더군요. 캐릭터 드라마 분위기입니다. SF라고 생각하고 집어든 독자는 책을 벽에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읽을만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평점 6 / 10
하늘속 - 아리카와 히로
2008년 가도카와쇼텐 문고판
2007년 우리말
먼저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문고판'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문고판에는 단행본 최종장에 이은 '뒷' 이야기가 새롭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하늘속>을 '재밌게' 읽은 독자에게는 큰 선물이다. (상술이지만)
일단 본 장르는 SF 소설로 분류할 수 있겠다. 원래 단행본 출판사를 미루어 짐작하면 '라이트 노벨'로 출간예정이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토리를 곰곰이 보면 라이트노벨보다는 일반 소설로 출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단행본'(비싸다!)으로 나왔다. 그래서 문고판도 미디어웍스의 라이트노벨브랜드 전격문고가 아닌, 같은 계열사 가도카와 서점에서 출간됐다.
이런 지엽적인 이야기는 제쳐두고 스토리는 간단하게 말하면 미확인생명체와의 교류를 그리고 있다. UMA와 접촉하는 캐릭터는 2 분류로 나뉜다. 주인공 소년, 소녀의 어린아이 시점, UMA와 대화를 시도하는 어른의 시점이 된다. 각각의 시점에는 우호와 대립이라는 관계가 들어가서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총 4가지 입장이 된다.
UMA는 소설에서는 [백경]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 유명한(?) 백경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초반 어른의 대응은 백경은 인류에게 해악을 끼칠 존재이기 때문에 섬멸해야할 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미사일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경은 '분열'되어 생존본능에 따라 인류를 공격한다.
하지만 지극히 일본입장에서 스토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일본 이외의 독자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이란 이분법적 구분이 스토리와 잘 융합되었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전자는 민간항공기 초음속 테스트로 참가한 자위대 비행사 2명이 원인불명의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토리기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일본이 민간항공기 개발이 늦었는지에 대한 인식은 없고 늦었기 때문에 '따라잡아야 한다'는 의식만 팽배할 뿐이다. 이 부분은 어른 파트의 주인공 하루나와 다케다를 잇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흘려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후자는 자위대와 일본정부, 아니 전세계가 주목하는 세상을 들썩이는 사건 속에 과연 어린애가 어떻게 대응하고 성장해가느냐가 관건인데, 주인공 소년이 페이크(백경과 동족)를 데리고 지들 멋대로 백경 사냥을 하는 걸 방치하고, 백경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어른은 스토리 후반에나 가서야 그걸 막으려고 한다. 또한 이 사냥을 주도하는 소녀는, 테스트 비행중 사망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나섰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이런 유치한 부분이 라이트 노벨 답다면 라이트 노벨 답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백경과의 대화, 주인공의 성장. 소설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은 딱 이 2가지다. 그럴려면 차라리 ET 스타일을 취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어설프게 자위대에 정부가 어쩌구 끌어들여서 손해보는 건 작가고 그걸 읽으면서 고통스러운 건 독자다. WIN-WIN이 아니라 둘 다 LOSE-LOSE가 되버린다.
평점 4 / 10
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츠지무라 미즈키
2007년 문고판 (전2권)
2006년 손안의책 (전3권) 우리말
눈과 잘 어울리는 청춘 미스터리를 대충 꼽아보자면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먼저 떠오릅니다. 8명의 고등학생 남녀가 눈이 내리는 날, 학교 건물에 갇혀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여기까지는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8명 중에 한 명은 이미 자살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살한 애는 '누구?'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몇 년전에 일본에서 발매한 <크로스 채널>이란 성인용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이 동아리 회원간 화목을 위해 추진했던 합숙에서 돌아오는 도중, 현실도피 목적으로 친구들을 자신의 의식세계로 가두어 버립니다. 루프 월드. 리셋 월드. 정해진 결말을 겪어가며 수 천번, 수만번의 시행착오 끝에 친구들을 전부 현실세계로 돌려 보내고 혼자 아무도 없는 의식세계에 남는 다는 내용입니다. (비공식 우리말 패치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몰래' 구해서 해보시길 바랍니다.)
학원물 + 의식세계속의 갇힌 설정 정도가 두 작품간 커다란 공통점으로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가 제법 유사하죠. 물론 소설과 게임 사이에는 캐릭터들의 고민과 갈등과 해결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문제삼을 부분은 없습니다.
아무튼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 미스터리 포인트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자살한 친구는 누구?
2. 의식세계로 친구들을 가둔 이는 누구?
3. 사진에는 없는 불청객은 누구?
3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비하면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가 전부 밝혀지는 결말까지 읽고 나면 추리소설 보다는 캐릭터들의 고민과 해결을 통해 성정하는 일종의 '청춘소설'에 더 가깝다고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분량에 비해 미스터리 강도가 낮은 이유에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추리 부분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보조바퀴에 불과할 뿐이죠. 그럼에도 3권 중반 넘어서 등장하는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제법 그럴싸합니다. 분량이 약간 많아서 그렇지 1,2번을 추리하는 건 쉬운 편입니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본격적인 추리+학원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독자한테는, 기대밖의 소설일지도 모릅니다. 마네킹을 이용해, 일반적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살해당한 시체를 표현하는 방식은 의식세계에서의 퇴출=현실세계로의 복귀라는 방식으로, 시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살인사건'이 나와야 추리소설 답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밋밋한 느낌도 들겁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이런 저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 독자나 또는 현재 고민중인 분들에게는 한 번정도 읽어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평점 6 / 10
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나전미궁 -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즈의 개선>에서 이어지는 시라토리가 등장해서 활약하는 시리즈 4탄-으로 봐도 무방한- <나전미궁>입니다. 시간대도 책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단, 나이팅게일과 제너럴 루즈는 한 세트로 생각해야겠지만요.
제너럴 루즈 막바지에 히메미야-얼음공주-의 잠입조사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나전 미궁>에서 얼음공주는 간호사로 분장(?)해서 사쿠라미야 병원에 위장잠입해서 병원의 정보를 캡니다. 하지만 의도적인지 청성인지 실수연발로 '터미네이터' '미스 도미노' 등의 별명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시라토리는 '피부과 의사(?)'로 부임합니다. 환자와 의사(시라토리)가 치료방법을 의논하고 서로 합의하에 처방을 하는 모습은 웃기다고 해야할지, 뭐라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이번작의 테마는 [죽음]입니다. 말기환자의 죽음, 자살하려는 자의 죽음 등, 여러 형태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병원이란 곳 만큼 죽음과 삶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곳도 드물 겁니다. 기존 시리즈도 의료시스템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부각시켰 듯이 이번에도 소재 자체는 어둡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의대 낙제생인 '덴마 다이키치' (천마 대길 = 럭키 페가수스)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이름과 달리 '언럭키 토네이도'에 연신 당하는 모습이 꽤 웃깁니다. 병원에 자원봉사 갔다가 봉사는 하지도 못하고, 팔이 부러져 깁스하고 얼굴은 베여서 꼬매고, 화상까지 입죠. 여기에 히메미야의 미스 연발과 말기환자 3인방(주인공은 이들을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에 비유하죠.)의 입담이 유머의 핵심입니다. 아, 사쿠라미야 병원장의 입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에 시라토리가 '완패선언'을 하는 곳도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죠.
변함없이(?) 미스터리 구조는 대단히 취약합니다. 의료시스템에 관한 지식이 없더라도 - 특정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의 얼개는 간단합니다. 이런 간략한 미스터리를 캐릭터와 소재로 메꾸고 있는데, 무리해서 미스터리를 강조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끊는 면이 좋더군요. 마니아들에게는 설익은 보리밥 같은 느낌이겠지만요. 이미 전작을 읽어 본 분들은 이 시리즈의 노선이 어떨 것이란 걸 다들 아실거고,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라면 미스터리조차 포괄하는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면 괜찮을 듯 싶군요. 그래서 그런지 책 띠지는 '메디컬 엔터테인먼트'라는 문구가 유달리 눈에 띕니다. 사실은 얼음공주 드디어 등장!! 이란 광고문구에 눈이 더 가긴 하지만요.
평점 6 / 10
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창고의 신 - 오노 후유미
2003년도에 고단샤에서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공략하는 미스터리 동화책 브랜드 '미스터리 랜드'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발행한 3권 중 한 권이, 이번에 소개하는 오노 후유미의 <창고의 신>입니다. (같이 발행한 책의 작가는 시마다 소지, 슈노 마사유키가 있습니다. 둘 다 우리나라에는 <점성술 살인사건> <가위남> 등이 우리말로 소개된 적이 있죠.)
오노 후유미 하면 <십이국기>를 대표작으로 호러풍의 라이트노벨, 그것도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작가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실은 학창시절 교토대학교 미스터리 서클에 가입한 전력도 있고 신본격 미스터리의 효시라고 불리는 <십각관의 살인>의 핵심 아이디어를 아야츠지 유키토에게 제공한 사람이 바로 오노 후유미라고도 합니다. 나중에는 <흑사의 섬>이란 인습으로 묶인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본격 미스터리도 선 보였습니다. 그리고 <창고의 신>은 호러 테이스트를 살짝 가미한 추리소설입니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일어난 다툼을 어린아이들 시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하는 할아버지 집에 찾아온 손자 손녀 4명이 창고에 들어가서 놀이-4인게임-를 하는데, 그 놀이는 어두운 창고 안에서 한 명이 다른 아이의 어깨를 건드리면 지적된 아이는 다시 다른 아이를 찾아 어깨를 치면서 한 바퀴 돌아가는 놀이입니다. 하지만 놀이를 끝내고 밖에 나온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느새 인원이 '5명'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대체 누가 불청객일까요? 아이들은 조목조목 얘기해보지만 전부 처음부터 있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부모에게 이변이 일어납니다. 독초를 먹고 구토하고 발작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죽은 이는 없지만 사건은 의도적인 냄새가 풀풀 나죠. 그리고 아이들은 소년소녀 탐정단(?)을 결성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됩니다.
미스터리 부분은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일단 처음에는 한 명 늘어난 아이의 정체, 자시키와라시를 찾는 것이고, 다음은 독초를 넣은 범인을 잡는 것입니다. 언뜻 이 두가지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두 사건은 하나로 합쳐지죠. 알리바이 조사, 망보기 등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려 노력합니다. 아니 여름방학을 맞이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서 '모험'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자시키와라시'의 정체가 들어나고 독초(행자 죽이기)를 음식에 넣은 범인도 잡습니다.
주요 소재만 보자면 이건 도저히 아동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나온 독초는 행자 죽이기라는 독초인데 (촌장 죽이기라는 독초는 들어 본 분들 계실 듯)이 독초의 유래나, 자시키와라시 등의 소재는 잘못 건드리면 정말 피가 피를 부르는 대량학살 미스터리로 만들 수도 있을 소재입니다. 그런데 <창고의 신>은 이런 소재를 - 그것도 오노 후유미가 사용했으면서 '아동용'에 걸맞는 레벨로 잘 버무렸습니다. 그래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여담)
얼마 전에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 노트 시리즈> 1권이 우리말로 정식으로 발간 됐더군요. 이 시리즈는 원래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아동용 추리소설입니다. 이게 정식으로 소개됐다는 건, <미스터리 랜드 시리즈>도 우리말로 소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겠죠. 특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최신작 <깜짝관의 살인>이 '미스터리 랜드'로 나왔는데 이 책이 과연 우리말로 나올지 궁금합니다.
평점 6 / 10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백만의 마르코 폴로 - 야나기 고지
13편의 짧은 분량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요, 마르코 폴로가 문제를 내고, 같은 감옥안에 있는 죄수들이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결국 풀지 못하고, 문제출제자인 마르코 폴로가 해답까지 제시하는 구성입니다. 모 소설과 흡사한 스타일입니다.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이 있는 곳에 신출이 들어옵니다. 들어온 사람이 바로 마르코 폴로죠. 감옥에 갇혀 따분해하는 죄수들에게 '여기서 나가게 해주마' 라면서 마르코 폴로는 자기가 겪었던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나 마르코 폴로가 아버지를 따라 거시기에 갔다가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거시기해서 황금 백관을 받아왔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미스터리 포인트는 어려움에 빠졌는데 어떤 행동을 했길래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냐를 맞추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스터리보다는 수수께끼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싶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힌트는 반드시 들어가 있어서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해답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시작의 섬> 읽고 나서 느낀 쾌감 덕분에 이 작가 소설도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역사 미스터리지만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섞어서 미스터리어스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 단편집입니다. 진실 2에 허구 8 정도로 기존 장편보다는 허구 쪽이 더 강합니다. 다만 단순히 마르코 폴로하면 <동방견문록>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실8 허구2 정도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경계선을 애매하게 만들어서 독자를 헷갈리게 유도합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고처음부터 문고판 오리지널로 나왔는데, 아마도 미스터리적 쾌감이 적은 편이라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담) 제목의 '백만'의 의미
표지 한자 보면 백만은 숫자 백만을 의미합니다. 백만장자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영어로는 million이고, 이탈리아어로는 milione 밀리오네입니다. 근데 이 이탈리어 밀리오네는 속어로 '허풍쟁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제로 마르코 폴로가 동방에서 귀국해서 툭하면 황금 백관이 어쩌구 저쩌구 하다보니 '백만장자' 마르코 폴로라고도 불리웠고 또한 그의 얘기가 허황되게 들려서 '허풍쟁이'라는 뜻으로도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밀리오네=허풍쟁이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소설 구성도 딱 그런 사실과 부합되게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평점 5 / 10
2008년 10월 15일 수요일
아케치 고고로 대 긴다이치 고스케 - 아시베 다쿠
2007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명탐정 박람회II 입니다. ( I 제목은 <진설 뤼팽 VS 홈즈>)
동서(라고 해봤자 어차피 황금기 영미권과 일본이지만) 명탐정을 기용해 아시베 다쿠가 쓴 일종의 팬픽(?)에 가까운 본격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아시베 다쿠는 이런 쪽에도 조예가 깊던데 ( <그랑 기뇰 성> <홍루몽 살인사건> 등) 이 단편집도 단순한 팬의 입장이 아니라 추리작가+팬 양쪽입장을 동시에 충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표제작 <아케치 고고로 대 긴다이치 고스케>를 들여다보죠. 오사카를 무대로 <혼진 살인사건>을 맡기 전의 긴다이치 고스케와 대륙에서 일본으로 귀향해 도쿄로 가는 도중에 아케치 고고로가 하나의 사건을 갖고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자면 두 탐정이 추리 대결을 벌일 거라고 섣부른 짐작이 가능한데 실상은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좋은 의미에서 독자의 기대를 바로 저버립니다. <혼진 살인사건>으로 긴다이치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기 전이라는 설정이라 아직은 어리바리한 고스케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변함없이 머리를 벅벅 긁어 대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건 변함없지만요. 그리고 아케치는 그런 긴다이치 미숙한 추리 덕분에 사건을 해결합니다. 긴다이치 열성팬들에게는 좀 인상이 찌푸려질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약재상으로 대립중인 두 집안 중에 본가 소속인 여성 하츠네의 부탁으로 사건을 맡은 긴다이치 고스케는 건너편에 위치한 본가 약재상 2층에서 2명의 괴한이 그 집 남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합니다. 하지만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범인과 피해자는 행방불명. 그리고 얼마 후에 피해자는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됩니다. 긴다이치는 바로 사건의 전모를 추리해 보지만 여지없이 빗나가고 맙니다.........이렇게 사건은 이리 저리 바뀝니다. 그래서 중편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애거서 여사 빠순이로 빼놓을 수 없는 단편인 <그리고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다> 입니다. 추리소설 팬이라면 설마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거라 봅니다. (아직도 안 읽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읽어보세요.) 그런 유명한 소설의 뒷이야기, 그것도 비판적 의미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입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포와로(푸와로)는 범인은 외부인이 침입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유고슬라비아 경찰관들은 명탐정의 설명의 외압으로 결국 열차 안의 손님을 제대로 취조조차 못하고 보내주죠. 하지만 ‘명탐정’은 추리를 합니다. 혹시 사건은 이러지는 않았을까? 열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결말’이 아니라 사건의 ‘시작’에 불과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마무리에서 포와로는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며 꿈속에 빠집니다.
Ten Little Indian Boys Went Out To Dine…….
Nine Little Indian..........
One..............
And...................
주인공은 유고슬라비아의 이름 없는 명탐정입니다. 어느 나라건 추리소설은 있을 것이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명탐정도 분명 존재 할 겁니다. 20페이지 정도로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팬픽이지만 아시베 다쿠의 개성을 잘 보여준 단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스터리보다는 ‘호러’ 쪽에 더 가까운 내용이긴 했지만요.
아시베 다쿠는 원작의 캐릭터나 내용을 모르더라도 ‘독립적’으로 구성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원전을 알고 봐야 재미를 125%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미스터리 팬을 위한 미스터리라는 것이겠죠. 브라운 신부가 누구셈? 오리엔트 특급이 뭣임? 아케치 뭐시기 어쨌다고? 긴다이치는 대체 누구심? 김전일은 아는데 ㅎㅎ 이런 독자한테 이 단편집은 재미없는 소설일 뿐입니다.
평점 7 / 10
남의 일 - 히라야마 유메아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하 유니버설 지도)>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린 ‘히라야먀 유메아키’의 또 다른 ‘엽기’ 단편 묶음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를 수상했던 단편집 말고도 후속작 (내용 연관은 없음) <밀키 맨>이 환상+공상적인 구석이 많았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단편집 <남의 일>은 전작 단편들 보다는 현실적이면서 좀 더 무서운 분위기와 업그레이드된 구체적인 폭력으로 독자를 압박합니다.
총 14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표제작이자 첫머리를 장식하는 ‘남의 일’ 단편부터 독자를 압박합니다. 자동차 사고로 벼랑 끝으로 추락하기 직전인 삼인가족을 묘사한 단편입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이 있고 사고 후에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부부만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때 지나가던 남자가 접근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남의 일’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는 걸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딸내미가 복부를 다쳐 내장을 질질 흘리는 걸 그대로 ‘솔직하게’ 부모에게 알려주는 남자.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애원하는 부모에게 ‘내가 왜? 어째서 그래야 되는데?’로 일관하는 남자. 여기에 모든 의식이 집약된 단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읽었던 폭소 연발 단편 ‘아들 해체’가 이어집니다. 제목대로 ‘아들’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부모’를 그리고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은 부모한테 폭력을 일삼고 여기게 견디지 못한 부모는 공모해서 아들을 살해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전동톱’ 카탈로그를 훑어보면서 ‘가격대 성능비’ 좋은 톱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톱으로 썬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한 대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
세 번째는 ‘단 한 입으로’ 라는 단편으로 유명한 요리평론가의 딸이 유괴됩니다. 유괴범은 집으로 찾아와 아내한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남편이 먹어보고 올바른 평가를 내린다면 딸을 돌려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론가인 남편은 유괴범이 요리한 요리를 먹어 보고 외치죠. ‘이 자식 내 딸을!!’ 예, 그런 단편입니다.
이 밖에도 ‘새끼 고양이와 천연가스’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이유 없는 폭력, 이에 저항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노인, ‘정년기념’에서 보여주는 현대 남성의 말로, ‘쉬어 꼬부라진 바비큐’는 모처럼 가족이 산으로 바비큐 파티를 하러 갔다가 시체를 발견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하며 무시하다가 당하는 가족의 말로, ‘레자레는 무섭다‘는 업무일지, 메모, 편지, 인터넷 게시판, 전화통화 등이 끝말 잇기 식으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직접적인 폭력보다 더 무서운 간접적인 폭력의 말로를 보여줍니다.(가장 미스터리적인 단편입니다.)
그리고 막판에 등장하는 ‘인간실격’ 자살하려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먼저 자살할 테니 네가 양보해라 옥신각신 다투는 내용인데, 이게 또 걸작으로 웃깁니다. 물론 마지막은 ‘남의 일’이란 제목에 딱 맞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지요.
어차피 남의 일. 남이야~ 뒈지던 말든 치부하던 그런 생각을 소설로 극대화 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별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실제로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는 직접 겪어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아무튼 맛보기(?) 첫 단편부터 독자는 반 이상은 나가 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유니버설 지도>를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반 정도는 추측가능할 겁니다. <유니버설 지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 역시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독자를 선택합니다.
평점 7 / 10
2008년 10월 4일 토요일
[시계성] 살인사건 - 기타야마 다케쿠니
2002년 고단샤 노블즈 (제24회 메피스토상 수상)
2007년 문고판 (사진)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데뷔작입니다. 메피스토 상 수상을 했다고 해서 오히려 경원시 했던 소설인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다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나서 땅을 쳤습니다. '진즉에' 읽을 걸! 하고 말이죠.
미나미 미키. 한 손에 보우건을 들고 유령퇴지를 하는 탐정입니다. 때는 1999년. 세계는 멸망을 향하고 있다는 암울한 설정은 판타지입니다. 이런 미키 앞에 '쿠로쿠 루카'라는 소녀가 찾아와 자기가 사는 클록성에 나오는 '스킵 맨'이란 유령을 퇴치해달라고 합니다. 루카와 미키, 미키의 파트너 나미는 클록성으로 향하고 그곳에서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미스터리 제목'입니다. 하지만 소설 도입부를 읽고 '역시' 메피스토 상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의 본 사건이 벌어지고 결말까지 읽고 나니 '정통 본격 미스터리'였습니다. 세기말 판타지 설정입니다만, 실제 사건의 트릭과 진실은 '유령'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세개의 커다란 시계탑 같은 폐쇠된 관 안에서 벌어진 불가능한 살인사건. 범인이 시체의 목을 잘라간 이유? 잘라간 목을 다시 진열한 이유? 범인은 누가? 범인은 어떻게 불가능 범죄를 실현했을까?
근본이 되는 것은 물리 트릭입니다. 사용한 물리트릭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트릭을 위한 트릭이 아닙니다. 실로 간단하면서도 맹점을 찌르는 트릭입니다. 이 트릭은 아마 알아차리는 분은 금새 알아차릴 것이고, 모르는 독자라면 나중에 트릭해설 그림을 보고 무릎을 탁 치게 될 겁니다. 안타깝게도 전 초반 설정을 보자마자 바로 트릭을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클록성 살인사건>은 물리트릭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실제로는 트릭이 밝혀지고 나서 벌어지는, 탐정이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이 책을 읽을 분들 중에 혹시 트릭이 생각보다 싱거운데? 라고 안심한다면 당할겁니다. 참고로 이 소설에 서술트릭은 없습니다.
왜 배경을 판타스틱한 세기말로 했을까? 음울한 사건과 진실 그리고 결말을 세기말이란 키워드에 겹쳐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그런 설정을 싹 빼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설 안에서 배경설정과 관련한 밝히지 않은 '비밀'이 남아서 뒷끝이 좀 좋지 못합니다. 후속작을 의식해서인지 실제 유리성 살인사건, 앨리스 미러 살인사건 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설입니다. 기대이상(?)으로 괜찮았기에 다른 소설도 기회가 되면 읽어볼 예정입니다. 밀린 책이 하도 많아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평점 5 / 10
2008년 9월 26일 금요일
쓰쿠모도 골동품점2~"불가사의" 취급합니다 - 오도 아키히코
시리즈 2탄입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4개의 단편이 수록되었고, 변함없이 도키야, 사키, 도와코 세 명이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정숙
작곡가 나는 완전한 정숙을 위해 '안티크'를 찾는다는 이야기. 누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을 '정숙'에 관한 이야기네요. 도키야는 변함업이 '미래의 죽음'을 보고 그걸 막아보려고 합니다만........
-자신
내 자신. 도플갱어 같은 내용입니다. 인형에게 가면을 씌우면 내 분신이 되어서 이런 저런 귀찮은 일을 시킬 수가 있는 '안티크'가 있는데, 고등학생인 나는 그걸 이용해 또 하나의 나는 학교에 보내고, 진짜 나는 집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집니다. 하지만........
-죽음의 눈
다른 이가 본 기억을 볼 수 있는 '안티크'를 갖고 있는 점술사 나는, 우연히 열차 사고로 피떡이 된 피해자의 눈깔과 마주칩니다. 몰래 눈깔만 집에 들고와 기억을 훑어보면서 '죽음'의 희열에 빠집니다. 그리고 우연히 한 여성의 기억을 더듬다가, 플랫폼에서 한 남성의 '등을 떠미는' 살인기억을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도키야는 한 여성이 여기저기 비틀려 피떡이 되어 죽는 미래를 봅니다만.........
-화장
사키가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장기는 기증하고, 남은 건 모아서 화장해서 뿌려줘~'라고 합니다 그리고 도키야는 사키의 유언을 그대로 실행한다는 내용은 아니고...........
사키는 역시 개그 캐릭터입니다. 미래의 모습을 찍는 '안티크'를 실수로 건드린 사키는 16년 후의 사진을 보고 기겁합니다. 쭈그렁 얼굴이 된 사키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화장품을 사서 피부 가꾸기 모드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2권은 '미스터리 측면'에서만 보자면 전편보다 못합니다. 전편도 살짝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뿐이었는데 2권은 그 살짝 보다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드라마 요소를 더 강화했느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죽음의 눈'에 나오는 '안티크'가 매력적입니다만 좀 더 '다크'하게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전편을 극복하는 속편은 역시 힘든 일인가 봅니다. 단지, 4번쨰 단편의 개그도만이 전편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1권이나 2권이나 사키의 자폭개그는 'GooD!'입니다. 아예 이런 노선으로 나가도 재밌을 겁니다.
'죽음의 눈'에서는 사키의 과거와 관련있는 사항을 슬쩍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터치를 좋아합니다. 건드리는 듯 마는 듯 하면서 과거를 살짝 살짝 벗겨가는 내용. 본편은 좀 더 어둡고 심각하게 그리고 사키의 자폭개그을 묶어서 외전으로 내놓는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다음권도 기대중.
평점 5 / 10
2008년 9월 25일 목요일
배달 빨간두건~세이후도 서점 사건메모 - 오사키 고즈에
띠지를 보면 <서점의 미스터리는 서점인이 풀어야 한다!>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소설은 띠지의 광고문구 내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세이후도'라는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교코'와 알바생인 '다에' 두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교코는 대학생 시절 서점에서 알바하다가 졸업후에 서점에 정식으로 취직까지 했을 정도로 서점에서 일한 경력이 긴 편입니다. 그에 비해 다에는 이제 알바한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참에 속합니다. 이 두여성이 독특한 손님을 만나서 책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총 5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여기서는 첫번째 단편 '판다는 속삭인다'라는 단편을 되도록 자세하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핵심 내용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으니 나중에라도 읽을 분들은 부디 주의바랍니다.)
일단 첫번째 단편의 줄거리는 이하와 같습니다.
서점에서 일하다보면 벼라별 손님이 꼬이기 마련입니다. 책 제목도 몰라, 작가도 몰라, 출판사도 몰라, 그냥 어제 TV에서 소개했던 책인데요, 대충 이런 내용의 책인데요, 라고 물어보는 손님들. 이런 와중에 이상한 메모를 들고 교코에게 책 3권을 찾아봐줄 수 있냐는 손님이 나타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줄 책이라는데, 메모 내용은 무슨 내용를 뜻하는지 잘 모르겠고, 출판사는 '판다'라고 합니다. 교코는 머리를 싸짊어지고 이리저리 고민해보다가 결국 다에와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다에는 '의외'의 사실을 밝히고 사건은 무사히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첫 번째 메모 : 그 십삼이십일 (교코가 이 메모를 보고 고민하는데 지나가던 점장이 <고르고 13> 이라고 답하는 부분에서 뿜었습니다. 아니 뿜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하.)
사실 이 부분은 일본의 문고판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본인이라면 금새 고개가 끄덕여질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미스터리 요소입니다. (물론 책 고유코드인 ISBN이 있습니다만,이건 숫자만으로 만들어졌고, 이런 숫자를 치매를 앓는 노인이 3권 분량을 술술 말한다는 설정이라면 좀 무리가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로 굳이 바꾸자면 도서관의 도서분류 코드와 유사하게 생각하면 좋겠죠.)
일본 문고판 책을 보면 아이우에오 (오십음도) 순과 옆에 작가 숫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 순서가 표기가 되는데, 메모지의 내용이 바로 이 문고판 시스템을 건드리고있습니다. 가령 '아야츠지 유키토'의 <살인귀> 문고판(신초사 간행)의 번호를 보면 '아 36 2'가 됩니다. 아로 시작하는 작가 군중에 36번째-즉 아야츠지 유키토를 지칭-이며 신초사에서 문고판으로는 2번째(1번째가 <무월저(기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입니다.)나왔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노인이 말했다는 출판사 이름 '판다'는 신초사 문고의 'yonda?(읽었어?)'의 판다입니다. 이 역시 해당 지식이 없으면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부분이죠. 반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위의 두가지 요소는 무릎을 탁 칠만한 부분이 됩니다. (그동안 일본산 미스터리를 원서로 꾸준히 읽지 않았다면 저도 이렇게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
(신초사 문고판 '온다 리쿠'의 <여섯번째 사요코>입니다. 띠지에 보면 Yonda?와 판다 그림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이 말한 책 세권에 관한 비밀을 풀어보면 '투명한 밀실' '누군가 안에 있다' '살인귀'가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 책을 잘못 들고간 손님은 노인에게 1권 더 부탁을 받죠. 책 제목은 '살인자' . 이걸 푼 '다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님에게 책 1권을 들고 가서 '바라는 건 이것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책 제목은 '탈출'. 이렇게 해서 사건이 해결 납니다. 그리고 노인이 마지막에 교코와 다에게게 보낸 선물의 책 제목은...............<명탐정에게 건배를> (니시무라 교타로) 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책을 찾는 수수께끼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에 의외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척 즐거운 단편입니다.
그래서 <배달 빨간두건>은 책을 좋아하는, 거기다가 미스터리도 좋아하는 사람이 봐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초반에 '벚꽃 어쩌구'하는 책을 찾는 독자얘기가 나오는데 책 제목은 <벚꽃 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입니다. 하하.)
첫번째 단편이 의외로 인기(?)를 끌었는지(베스트 순위권안에 들기도 했었다는 얘기가 있네요.) 후속작도 나왔습니다. <늦여름에게 바친다> <사인회 어떠세요?> 이렇게 단편집 2권이 더 나왔습니다. 이쪽도 기회가 닿는대로 읽을 예정입니다. (<배달 빨간두건>은 만화책으로도 나왔습니다.)
평점 7 / 10
2008년 9월 23일 화요일
검은 손수건 - 오누마 탄
2003년 도쿄고겐샤 문고판 (사진)
여학교 선생 니시 아즈마를 탐정역으로 한 12개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아즈마는 추리할 때면 안경을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사건의 반 이상은 위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해결을 보는 내용이고 드물게 살인, 자살을 다루는 단편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차분한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은 역시 '시대'를 느끼게 하는 오래된 느낌이 납니다. 가령
그 여성은-작은 몸집에 애교 있는 얼굴을 한 젊은 여성, 현명한 독자라면 이미 아실지도 모를, 다름아닌 니시 아즈마다.
라는 문구로 사건의 개입을 알리는 문장이 단편 곳곳에 보입니다. 이밖에 아즈마의 가족이 등장하는 단편을 보면, 아즈마의 아버지는 그녀가 탐정짓(?) 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장면이 나오고, 어머니는 성차별적인 발언마저 합니다. 당시 <검은 손수건>이 연재된 곳은 <신여성>이란 잡지였는데, 1958년이면 아직 여성의 권리가 남성보다 못한 시대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아무튼 미스터리 자체는 일상미스터리의 원조격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맛은 없습니다. 마지막에 수록한 단편 '개' 정도가, 잘린 손목을 이용해 'WHY' 손목을 잘랐을까?하는, 순수한 미스터리 입장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고, 대부분의 단편은 꽤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더군요. 단편 하나마다 2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될까말까 하다보니 뭐 어쩔 수 없는 구성이었겠지만 말이죠. 나중에 '기타무라 가오루'가 편집한 추리단편집에서 '검은 손수건'과 '반지'가 수록되면서 재조명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네요. 문장이나 내용등은 낡은 느낌이 많이 들지만 내용자체는 오히려 요즘 독자취향 - 특히 일상 미스터리나 가벼운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 에 더 맞습니다.
작가 오누마 탄에 관해 찾아보니 순문학 쪽으로 분류해야할 작가더군요. 추리소설은 <검은 손수건>을 포함해 장편 1권인가 더 썼고 나머지 소설은 추리소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검은 손수건>은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사회파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니 뭐 당연하겠지만요. 더구나 <검은 손수건>에는 범행동기나 그런 귀찮은(?) 요소는 아예 서술을 피하고 있습니다. 사회파가 득세하는 시기에 <검은 손수건> 스타일 단편은 별 재미없는 추리소설이었을 겁니다.
평점 6 / 10
2008년 9월 22일 월요일
다이닝 메시지 - 아이카와 아키라
2007년 고분샤 문고 (사진)
아이카와 아키라(남자입니다.) 미스터리는 처음입니다. 작가 이름은 진즉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책에 손을 뻗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안그래도 밀린 책도 많고, 머릿속에 짱박아둔 작가가 산더미인데 여기에 또 추가하자니,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입니다. 지금도 시리즈물로 건드리고 있는게 장난 아니게 많은데, 자포자기 심정입니다. (..)
<다이닝 메시지>는 '네츠 아이'(여고생 미소녀)를 대리탐정역으로 한 시리즈 네번째 소설입니다. 처음에 '다잉' 메시지로 착각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나이프와 포크에 접시(머리?)가 있고, 소설 내용도 요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금단의 팬더>가 생각납니다. 요리 묘사는 팬더가 압도적으로 좋았습니다.)
4개의 단편이 들었는데, 단편은 전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건은 개별이지만 각 단편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고, 탐정역 '아이'의 의지가 거기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와트슨역은 기리노 요시타라는 30대 중반의 형사입니다. 아이가 6살 무렵에 처음 그녀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로리콘'이라고 불리워도 할말이 없는 주인공 요시타. 지금은 퇴직했지만 전직형사인 아이의 아버지 신조의 주선으로 요시타는 맞선을 봅니다. 맞선 상대는 20대 중반의 절세미인. 시대착오적인 순진무구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복장이 터집니다. (남성, 여성을 떠나서 이런 스타일 캐릭터가 실제로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살기 좋아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맞선상대 야스카를 만난 요시타의 첫번째 사건은 야스카의 전 맞선상대에 얽힌 일상 미스터리. 두번째 사건은 야스카가 직장에서 조우한 사건. 세번째는 요시타 앞으로온 익명의 이메일에 얽힌 카니발리즘 사건. 마지막은 세가지 사건이 한데 합쳐지는 내용입니다. 복선은 이곳 저곳 꽤 많이 깔아놓았고, 각 사건은 독립적입니다. 단서의 배분과 탐정의 설명이 일치하는 퍼즐 보는 기분으로 본격 카테고리에 넣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사건 내용은 여기서 더 자세히 말하는 건 심각한 헤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겠습니다. 약간의 힌트를 드리자면, [등장인물 대부분이 죽고나서 활약하는 명탐정은 정말 재수없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다이닝 메시지>는 재밌는 미스터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복선의 배분과 사건의 해결을 보면 미스터리입니다만, 실은 캐릭터 소설로 접근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30대 중반에 여고생을 짝사랑하는 형사. 그 여고생은 명석한 두뇌에 미소녀에 가라데 유단자에 요리실력 발군의 수퍼걸입죠. 추리할 때는 머리를 비비꼬며 땋는 습관이 있습니다. 소설 안에는 2페이지짜리 - 아이의 자작만화까지 곁들여져 있을 정도입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는 만화로 재밌습니다. (이 만화도 복선). 여담이지만 네츠 아이는 작가의 동료의 딸을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 동료 딸은 <네츠 아이 (대리) 탐정 사무소> 단행본 표지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다는 군요. 아무튼 라이트노벨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재밌고, 이런 가벼운 내용을 싫어하는 독자라면 별 재미없을 겁니다.
평점 5 / 10
현재까지 나온 네츠 아이 시리즈
1. <밤의 향연>
2. <카레 라이스는 알고 있다>
3. <네츠 아이 (대리) 탐정사무소>
4. <무녀 관의 비밀>
5. <다이닝 메시지>
6. <망에 걸린 악몽>
7. <베트슨의 종루>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 - 사쿠라바 가즈키
2007년 후지미쇼보 (단행본)
2008년 후지미쇼보 (상,하) (만화책)
일반적으로는 단행본이 먼저 나오고 2-3년 지나서 문고본이 나오는 것이 일본의 출판관행임을 비추어 볼 때, 문고판이 먼저 나오고 3년이 흘러 단행본으로 재출간된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이하 사탕과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라이트노벨'입니다. (라이트노벨 정의는 여기서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이견이 많다보니.)
<사탕과자>는 사쿠라바 가즈키가 <고식 시리즈>를 집필하던 도중에 고식에서는 써먹기에 애매하지만 썩히기에는 아까운 소재를 이용해 순식간에 완성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고식 3권> 다음에 발간된 소설이 <사탕과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량은 200페이지 정도로 얆습니다.
아무튼 내용은 '두 소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표지만 봐서는 뭐라고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레즈비언 미스터리? 라고 접근하면 당연히 '아웃'입니다. 게다가 제목은 또 무슨 의미지인지 알 수가 없죠. 사탕과자가 뭐 어쨌다고? 영문제목은 A Lollypop or A Bullet입니다. 번역하자면 롤리팝 또는 블릿(헉!?) 어쨌든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화제를 불렀을지 참 궁금합니다. 일단 소설 첫 페이지부터 살펴보죠.
(번역 - 본인)
신문기사에서 발췌
10월 4일 이른아침, 도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 니나야마 산에서 토막난 소녀 시체가 발견됐다. 신원은 시내에 사는 중학 2년생'우미노 모쿠즈' 양(13세)으로 판명. 모쿠즈 양은 전날 밤부터 행방불명 상태였다. 발견한 이는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친구 A 양(13세)으로, 현재 경찰은 범인과 범행동기를 수사하면서 A 양이 유체발견현장인 니나야마 산에 가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첫 페이즈 부터 결과를 대놓고 알려줍니다. 도서추리 방식과 유사하다면 유사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결과가 산출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서 작중 화자=주인공이 어떻게 '우미노 모쿠즈'를 만나고, 어떻게 우정을 느끼고,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누가 모쿠즈를 토막내는지 세세하게 그려집니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실탄) 야마다 나기사(주인공)과 스스로 인어라고 '거짓말'을 하는 우미노 모쿠즈. 두 여중생의 사탕과자 탄환은 애처롭습니다. 아무리 싸봤자 탄환이 사탕과자여서는 맞아도 아프지 않고 끈적거리고 좀 짜증날 뿐이죠. 그래서 <사탕과자>는 두 소녀의 좌절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독자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하 소녀직업)>을 읽어본 사람에 한해서 말이죠. 예, 맞습니다. <소녀직업>의 조상(?)이 바로 <사탕과자>입니다. 두 명의 여중생 소녀. 소녀가 처한 환경. 도서 추리방식에서 따온 진행 스타일. 여러모로 두 소설은 닮은꼴입니다. 단지 <사탕과자>는 외부환경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지는 내용이라면, <소녀직업>은 외부환경에 맞서보지만 결국 무너지는 내용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죠. 미스터리 강도도 <소녀직업>쪽이 높은 편입니다. (<소녀직업>보고 이게 뭔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면 <사탕과자>는 그 보다도 강도 낮은 미스터리라고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두 소설 사이에는 <추정소녀>라는 비슷한 내용의 다른 소설도 있지만.......)
<사탕과자>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 치고는 독특한 내용과 결말 덕분에 화제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썩히기에 아까운 소재라거 그냥 써봤고 담당 편집자에게 보여줬더니 출판됐다는 작가후기를 보고 느낀건 '담당 편집자'가 센스있었구나!라는 점입니다. 당시 편집자가 라이트노벨에 스스로 묶여서 <사탕과자>가 출간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사쿠라바 가즈키는 아마 없었을지도 모르죠. <사탕과자>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추정소녀> 덕분에 메이저 출판사에서 사쿠라바 가즈키를 픽업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온 <소녀직업>. 그래서 <소녀직업>을 가만히 살펴보면 라이트노벨 코드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우리말 판권계약은 끝났다는 정보가 있더군요. 출간시기 조율중인지, 아직 번역중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우리말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나온다면 단행본 버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클 듯 합니다.
(번역-본인)
이 세계에서는 때때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사탕으로 만들어진 탄환(롤리팝)으로 아이는 세계와 싸울 수 없다. 내 영혼은 그걸 알고 있다.
평점 7 / 10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로쿠노미야의 공주 - 기타무라 가오루
1999년 문고판 (사진)
<나 시리즈> 4번째 작품입니다. 전작 <가을 꽃>에 이어 이번에도 장편소설입니다.
일본문학 특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해 공부를 좀 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감'이 올지도 모르겠고, 아니라면 '뭔 소리여 시방'이라고 말겠죠.
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면 <라쇼몽>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영화 쪽이더 유명할지 모르지만, 그 영화의 원작자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입니다. 그리고 아쿠타가와의 친구 중 한명이 '기쿠치 칸'이란 작가입니다. 기쿠치 칸은 대중소설가로 유명했으며 <두 번째 키스>는 도서관에서 보고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던 연애소설입이었습니다. 아쿠타가와 상이네 나오키 상이네 문예춘추사네 어쩌구는 뭐 그다지 중요하다고 할 수 없으니 여기선 생략합니다.
이래서 1900년대 초의 일본문학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독서가 좀 고통스럽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아는 사람이라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기쿠치 칸, 이 둘 뿐이었습니다. 뭐 이 둘이 가장 언급이 많으니 이 두사람만 알면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 밖에도 다양한 작가이름이 나오는터라 '사전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텐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로쿠노미야의 공주>는 <금석물어>(옛 일본설화집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제19장에 나오는 설화를 차용한 소설입니다. 원래 설화 내용은 이하와 같습니다.
(편의상 현대 우리나라로 바꿔봤습니다.)
육궁(로쿠노미야)라는 곳에 부모를 여의고 가정부와 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졸라 이쁜 병약 미소녀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가정부가 소녀한테 너 데리고 가려는 총각이 있다 하면서 소녀를 결혼시켜려고 합니다. 뻔하죠. 선채로 고개를 숙이면 자기 발조차 안 보이는 그런 돼지가 오리라 생각했지만, 아 글쎄 소녀 앞에 나타난 남성은, 꽃미남. 부자집 도련님! 돈 없는 소녀한테는 그야말로 왕자님! 횡재로세! 횡재로세! 그리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면 재미가 없겠죠?
그러나 20살 먹은 왕자는 군대를 가야했습니다. (빽과 돈도 안 통했나 봅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소녀를 두고 왕자는 군대에 갑니다.
but! 인생은 오리무중!
왕자는 근처 고급 찻집 '별다방'에서 서빙 보던 여자와 눈이 맞아버립니다.
으싸으싸 애도 낳고 결혼도 한 왕자.
제대해서 와보니 기다린다던 미소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딴 놈팽이와 눈이 맞아 사라졌는지, 어찌됐는지 알 길이 없는터라 소녀를 찾는 왕자.
결국 소녀를 찾았지만 소녀는 왕자님 품안에서 숨이 꼴까닥합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完-
이걸 바탕으로 아쿠타가와 버전 <로쿠미야의 공주>는 중반까지는 거의 똑같다가 후반부와 마무리가 좀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장편의 테마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왜? 로쿠노미야의 공주라는 소설을 썼는가?'입니다.
일상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이제는 문학 미스터리(?)까지 와버렸습니다. 주인공 나는 졸업논문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준비하면서 이 호기심에 이끌려 이런 저런 조사를 하게 됩니다. 당시의 문헌을 참고해서 하나의 가설을 세웠는데, 사실 주인공 내가 세운 가설은 '명탐정 엔시'는 진즉에 깨달은 가설입니다. 와트슨이 열심히 추리했더니, 홈즈가 '이제 안거야?' 뭐 이런 형국이 되버리는 거죠. 와트슨은 스타일은 좀 구기겠지만, 어쨌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추리결과이니 그건 그것대로 매력적인 만족입니다.
근데 사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소설 중에 가장 미스터리어스한 녀석은 <김 장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잉? 김 장군? 예, 맞습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에서 계월향과 함께 고니시 유키나가 목을 땄다는 '김응서' 장군을 일컬어 김 장군이라고 한 겁니다. 몇 페이지 안되는 <김 장군> 단편은 조선시대 <임진록>을 참고해서 사용한 작가의 창작부분을 일부 제외하고는 임진록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서 썼습니다. 단편에 들어간 요소를 다 따져보면 <임진록>의 다른 버전을 참고한 걸로 보이는데 그런 이본 대부분은 한글버전. 당연 아쿠타가와가 한국어를 할 리가 없겠죠. 게다가 그가 한반도는 그냥 스쳐지나가듯 지나간 것이 전부. 대체 그는 어디서 정보를 입수해서 <김 장군>을 집필한 걸까요? 그리고 이 단편이 나온 시기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다음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기쿠치 칸이 지진의 원인으로 공산당과 조선인이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고, 여기서 아쿠타가와는 섬나라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멍청한 지식인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런 멍청이가 왜 <김 장군>이란 단편을 썼고, 단편 말미에는 역사의 상대성의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을까요? 창작동기, 마음의 변화, 소재를 어디서 얻었는가? 하는 여러 생각해 볼(미스터리) 요소가 많습니다. 일본녀석들 입장에서 <김 장군>은 별로 재미없을 미스터리겠죠.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재밌을 요소입니다. 반대로 <로쿠노미야의 공주>도 일본애들한테는 재밌을 요소겠지만, 우리한테는 그다지 흥미로운 요소는 아닙니다. 막말로 <로쿠노미야 공주>를 쓰건 볶아먹건 뭔 상관이야! 라고 말이죠. (모든 미스터리에 이런 질문 던져버리면 할 말이 없겠지만요.....)
다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기쿠치 칸의 우정과 이별 등은 보편적인 감성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 이쪽에 초점을 맞추어 읽는 편이 좀 더 재밌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장군>이야기는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식민지 조선을 바라보는 일본문학>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로쿠노미야는 지명이름이라고 하니 원래 일본어인 六の宮를 육궁으로 표기할 게 아니라 발음나는대로 로쿠노미야로 표기하는게 맞겠죠.
평점 5 / 10
2008년 9월 13일 토요일
가을 꽃 - 기타무라 가오루
1997년 문고판 (사진)
여대생 나와 엔시 선생이 등장하는 시리즈 3번째입니다. 5권이 마지막이니 딱 중간이네요. 그리고 시리즈 처음으로 장편이기도 합니다.
한 동네 살던 학교 후배이기도한 여자애가 여고 옥상에서 추락해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 그런 내 앞에 한 통의 익명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 고등학교 정경 교과서에서 애덤 스미스 관련 부분을 복사한 편지. 대체 이걸 보낸 사람은 무슨 의도일까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편지가 오는데, 거기엔 '죽은 여자애는 살해당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결국 나는 엔시 선생에게 조언을 구하고 엔시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장편 치고는 사건은 일상 미스터리 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습니다만, 스케일이 크지가 않죠. 단지 이 시리즈의 미덕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살아 숨쉬는 듯 합니다. 여대생들의 시시껄렁한 대화부터 시작해서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나, 라쿠고 선생인 엔시. 그리고 사건 관계자까지. 전부 소설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 같죠. 이래서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여자애 이름은 마리코. 참 당찬 소녀 이미지인데, 기타무라 가오루의 모 시리즈에 같은 이름의 여주인공이.......)
사건 자체는 간단합니다. 어지간한 독자라면 진상은 80-90%는 파악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후 그걸 수습하는 일입니다. 마지막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뒷일을 처리하는 대목에서 엔시가 말하는 대목이 참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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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질 못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였다면 불가항력 사고였다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해도 <용서>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단지.......
단지 <구제>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하지 않으면 안돼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입장이니까 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잠시후 어머니께서 나오시더니 말했다.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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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6 / 10
향연~소크라테스 최후의 사건 - 야나기 고지
2007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시작의 섬>이 찰스 다윈을 탐정역으로 한 역시 개변 미스터리를 보여줬다면, <향연>은 소크라테스를 홈즈, 클리톤을 와트슨으로 설정한 역사 변형 미스터리다.
후대에 플라톤을 통해 알려진 소크라테스의 진면모는 혹시 이렇지는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 감옥안에서 뱉은 말은 이렇지는 않았을까? 작가의 재밌는 상상력과 가상의 기괴한 살인사건, 도시국가 아테네의 미래를 걱정하는 로고스 신봉자 소크라테스가 결합하여 실로 멋진, 재밌는 본격 미스터리가 탄생했다.
소설은 역시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근래에 영국국립박물관이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헌을 사들이는데, 이 속에 '클리톤의 기록'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 기록의 내용은 기존 학계에 알려진 소크라테스와는 무척 달랐기에, 박물관 직원들이 흥미본위로 번역하는 걸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 내용이 바로 소설 <향연~소크라테스 최후의 사건>이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이 설정을 멋드러지게 활용하는 부분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주석'이다. 단순한 주석이 아니라 '정말 번역을 한 박물관 직원이 넣은 듯한' 그럴듯한 주석으로 포장하고 있다.
소설은 클리톤과 소크라테스가 비극 작가 아가톤의 초대를 받아 그리로 가는 걸로 시작한다. 손님으론 희극작가로 유명한 아리스토파네스 등이 모여서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던 도중에 '피타고라스 교단'의 기괴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사지가 뜯겨져' 죽은 청년의 시체가 아테네에 나타나고, 이것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젊은 귀족 청년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시장 바닥 안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밀회를 하던 두 남녀 중 남자는 사지가 찢어져 죽고, 여자는 목을 메달아 죽는다. 이런 사건을 거쳐 아테네는 정체불명의 '광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호문크루스 부활을 획책하는 피타고라스 교단을 지목한다. 여기에 수수께끼의 미소녀까지 등장해서 범인은 그대로 피타고라스 교단인 듯 보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건의 진상과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의지, 어째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반감을 사야했는가 그리고 죽어야 했는가 하는 연결이 실로 재밌다. 이 부분은 역시 <시작의 섬>과 거의 흡사한 구성이다. <시작의 섬>은 비글호 항해기 (우리말로도 나와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의 찰스 다윈과 본격 추리에 진화론을 절묘하게 결합한, 그것도 재밌게, 미스터리였는데, <향연>도 똑닮은 본격 추리소설이다.(소크라테스의 아내에 관한 변명도 들어있다.) 압권은 마지막 미스테리아(추리극)와 소크라테스의 로고스가 진상을 밝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진범과 '독이 든 콩'을 들고 서로 고발하는 장면은 전율이 흘렀을 정도다. 알려진 사실(그게 어디까지 진짜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특히 개인의 기록물이라면)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단점이 아니다. 알려진 기록보다 차라리 소설이 '낫다'라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만일까? 하긴 그건 그렇길 바라는 '바람'의 다른 형태겠지만.
모처럼(?) 읽은 묵직한 - 얼마전에 이누가미 일족이 있긴 하지만 - 원래 역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미스터리 <향연>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 픽션 미스터리이다.
여담) 소설 초반과 그대로 오버랩되는, 플라톤 저서를 통해 알려진 장면은 클리톤 대신 아리스토데모스가 소크라테스와 동행한다. 환담 내용은 피타고라스 교단이 아니라 에로스에 관해 떠드는 걸로 나온다.
여담2) 소크라테스 최후의 말은.....................?
평점 8 / 10
2008년 9월 9일 화요일
프리즘 - 누쿠이 도쿠로
2003년 문고판 (사진)
<통곡>을 읽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일단은 기억 속에 잠재워 두고 있던 누쿠이 도쿠로 미스터리 소설중에 2번째로 읽게 된 <프리즘>입니다.
까놓고 말해 누쿠이 도쿠로 판 '거시기'입니다.(거시기는 아는 분들은 아시겠죠. 따로 말은 안 하렵니다.) 독 대신 수면제가 들어간 초콜릿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점, 여선생 살해사건을 두고 관계자 자신이 이런 저런 추리를 한다는 점 등 오마쥬에 가까운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처음 1장만 -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경우에 한해 - 보면 초등학생이 나와서 추리하는 장면만 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고 혀를 차겠지만 2장을 읽으면 '뭐냐!' 하게 될 겁니다.
소설의 구도는 간단합니다. 피해자, 용의자, 관계자의 삼각 구도에서 관계자와 용의자가 계속 뒤바뀌어가며 이런 저런 추리를 보여줍니다. 요게 재미의 핵심이죠.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점으로 둔 미스터리입니다. 추리를 구축해가는 과정의 재미 보다는 막판의 한 방을 더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별 재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단 하나의 '정답'을 원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스타일은 별 재미가 없을 겁니다. 현재 작가의 데뷔작 <통곡>이 우리말로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기회가 되서 <프리즘>도 정식으로 소개된다면 이 부분 만큼은 강조하고 싶네요. <프리즘>에 정답은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나만의 추리를 구축하고 그게 다시 붕괴되고 다시 구축하는 과정의 재미의 핵심입니다. 구축과 붕괴가 일견 소모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건 분명 발전의 한 과정입니다. 그런 반복 과정을 통해 정답에 도달한다면 좋을 것이고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쓸 데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 읽고 나면 소설에서 나오지 않는 두 명으로 새로운 단편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개의 마누라와 아무개의 애인 입장입니다. 이 두 명도 충분히 살인 동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추리를 해 보면 꽤 재밌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소설에서는 이 두 명에 관한 특별한 언급은 없습니다.(한 명은 증언 때문에 연관이 있습니다만) 아마 열린 결말을 위해 일부러 작가가 남겨놓은 부분일 겁니다. 저도 나름대로 추리를 해놓긴 했지만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프리즘>류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런 '추리를 쌓아가는'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점 6 / 10
세명째 유령 - 오쿠라 다카히로
2007년 문고판 (사진)
<세명째 유령>은 5개 단편이 들어간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작가의 오리지널 데뷔작입니다. 통칭 <라쿠고(落語) 시리즈>라고 불리는 시리즈 첫번째이기도 합니다.
'계간 라쿠고' 관련 잡지의 편집장 '마키'와 신입사원 '마미야 미도리'가 홈즈와 와트슨으로 등장해서 라쿠고 업계에 얽힌 소소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라쿠고와 밀접한 관련있는 내용은 표제작과 마지막 편이고 다른 3편은 라쿠고와 별 관련이 없습니다.(아주 상관없는 건 아닙니다만)
라쿠고를 방해하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표제작, 산장에 놀러갔다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도망치는 이야기 등 단편 내용은 일상 미스터리로 보는 편이 낫다 싶을 정도로 라쿠고 미스터리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 중에 3번째 단편 '망한 찻집'이 꽤 오마쥬스런 재미를 줍니다. 황금기 시절 유명한 모 작가의 모 단편을 오마쥬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제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이유는 '태클' 걸 구석이 워낙 많아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단편 안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두면 구성이 180도로 뒤바뀌면서 '숨은' 재미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5개 단편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복선의 배분이나 사건의 진상 등 무난한 작품입니다. 시리즈 첫번째가 예상외의 인기를 얻었기 때문인지 현재 시리즈 2번째(장편)과 3번째(단편집)까지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얘기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후속편도 읽어볼까 생각합니다.
라쿠고 하니 '기타무라 가오루'의 <하늘을 나는 말>의 여대생과 라쿠고 선생 엔시가 등장하는 일상미스터리 시리즈가 생각납니다. 여기서도 라쿠고가 자주 등장하는데, <세명째 유령>의 라쿠곡다 좀 더 전문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미스터리 리그 브랜드로 나온 아이카와 아키라의 라쿠고 미스터리도 있지만 (이외에도 찾아보면 꽤 많겠죠), 미스터리 때문에 라쿠고 쪽도 좀 공부 해 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부쩍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 일본 미스터리에 한한 얘기입니다만.............
평점 5 / 10
2008년 9월 4일 목요일
소녀에게 어울리지않는 직업 - 사쿠라바 가즈키
2007년 문고판 (사진)
우리말 출간중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에 순위권 밖이지만 랭크에 들기도 했음), <추정소녀>로 기존 라이트노벨과는 독특한 작풍을 보여준 사쿠라바 가즈키. 아니다 다를까 도쿄소겐샤에서 발빠르게 먼저 손을 대고 말았더군요. 당시 해당출판사는 신세대 미스터리 개념으로 '미스터리 프론티어' 브랜드의 시리즈를 내놓고 있었는데 아마도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녀와 투쟁을 미스터리와 접목시키면 재밌는 소설이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정말 그래서 나왔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메이저 데뷔작이라고 볼 수 있는 본서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2005년도에 출간됩니다. 장르는? 물론 미스터리입니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이미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소설을 쓴 경력이 있습니다. <고식 시리즈>가 바로 그렇습니다. (장편 6권, 단편 3권 출간중) 이런 라이트노벨에 도입한, 작가가 계속해서 고집해온 '소녀(또는 여성)'의 '싸움'이란 모티브를 메이저 출판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나온 책이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과 그 후에 의욕적으로 메이저로 나온 다른 소설들일 것입니다.
<사탕과자......> <추정소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밖에도 싸움노예꾼이 된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도 있는 가 하면 연대기 형식으로 3대에 걸친 여성의 이야기인 <아카쿠치바 전설>도 여성들의 싸움의 기록물입니다.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선 여중생 주인공 2명 (아오이와 시즈카)의 생존투쟁기입니다.
이런 싸움을 극명하게 주장하는 문장이 소설 안에 등장하는데, 오해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아오이가 선생님이 '아오이, 혹시 괴롭힘 당한거니?'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괴롭힘 당한게 아니에요. 투쟁입니다!]
아오이와 시즈카는 힘 없고, 머리도 별로 좋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살기 위해 '투쟁'하는 투사입니다. 소설은 이 두 소녀의 투쟁기이자 생존기입니다. 괴물이 되버린 양아버지를 죽이는 아오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인물을 죽이고 싶어하는 시즈카. 아오이와 시즈카는 서로 도와가며 살인을 합니다. 미스터리 장르로 따지자면 '도서추리소설' (범인 입장의 서술기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대신에 탐정(또는 경찰)이 등장해서 자신의 범행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그런 피말리는(?) 긴장요소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서추리지만 약간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간략한 내용만 보면 미성년자의 살인을 다룬 내용입니다. 이것 자체로 미간부터 찌푸릴 사람들이 많겠죠. 내용은 심각한데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유머스럽습니다. 압권은 시즈카가 세우는 살인계획입니다. 각 장의 제목을 보면 '필요한 건 냉동 참치...라고 시즈카는 말했다' 뭐 이런 타이틀이 있는데(제복부터 고개가 갸웃거리며 뭐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 계획을 세운 시즈카는 플랜에 필요한 소도구로서 저런 것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계획은 보기좋게(?) 실패합니다. 살인이 그렇게 마음 먹은대로 쉽지만은 않죠. 이런 유머스런 면을 도서추리로 잘 포장했습니다. 어쨌든 힘도 없고 머리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이 두 소녀의 살인기록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두 소녀의 투쟁은 과연 성공할까요? 성공했을까요? 궁금하시면 책을 읽어보세요^^
평점 6 / 10
2008년 9월 2일 화요일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이번에도 삼박자(?)가 등장합니다. 죽은 대부호의 '세' 명의 첩에게서 얻은 '세' 딸. 딸들이 나은 '세' 손자. 가문의 '세'가지 가보인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키쿠(국화). 그리고 가문의 가보를 빗대어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세' 피해자. 플러스해서 분위기 메이커인 '검은 두건'을 쓴 남자. 여기에 목도리를 둘러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귀환병까지, 작가가 좋아하는 요소를 죄다 심어 놓은 듯한 느낌의 미스터리입니다.
사건이 워낙 해괴하게 흘러가서 탐정과 독자는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유언장 내용과 가계도에 주목하면 의외로 사건의 진상은 단순명쾌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이런 단순한 사건을 요코미조 세이시는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작가는 단서를 공정하게 배분했고 독자들이 흥미깊게 추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물론 단서라는 사실을 전체그림과 연결지을 수 있는 능력은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클라이맥스에서 진범의 이름이 밝혀지고나서 보여주는 범인의 차분하면서 담담하기까지한 당당한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결론만 보자면 결국 범인의 '의도'는 전부 성공했습니다. 범인의 승리?라고 봐도 좋을 결말입니다. 모든 건 범인의 뜻대로 이루어졌으니까요. 그에 비해 긴다이치 코스케는 비록 사건의 전모를 밝혔지만 꼭두각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440 페이지 정도의 약간은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정말 단숨에 읽힙니다. 초반부터 사건 발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붙들고 이후부터는 사건의 온페러이드입니다. 범인을 종잡을 수 없는 사건 내용뿐만 아니라, 일족 사이에 펼쳐진 증오, 악의, 시기, 욕심, 분노 등의 마이너스 감정의 소용돌이는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난 일본 미스터리 번역물 - 특히 현대적 감각에 충실한 - 에 익숙한 독자에게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준'고전급에 속하는 <이누가미 일족>은 묵직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담) 띠지의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 문구는 볼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할아버지(?)보다 손자가 더 유명하구나! 새삼 느낀다고 해야할까요?
여담2) 소년탐정 김전일의 모 에피소드(사건)를 아는 분이라면 상당히 유사하다 싶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누가미 일족>을 먼저 읽고 해당 에피소드를 찾아보세요.
평점 7 / 10
2008년 8월 30일 토요일
언젠가 둘은 두마리 - 니시자와 야스히코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아동용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주로 독특한 상황설정을 이용항 본격 미스터리를 그리는 작가의 아동용 미스터리라~~ 구미가 많이 땡기죠.
주인공 도모키는 어느날 부터 잠 들면 '고양이'가 되는 꿈을 꿉니다. 사실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죠. 고양이 '제니'가 되어 근처 개 '비타'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상한 능력을 가진 초등학생 소년입니다. 도모키가 사는 마을에서 얼마전 초등학생 여아가 유괴당할 뻔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범인은 붙잡히지 않고 시간이 흘러 초등생 여자애들 3명을 차로 치려고 하다가 미수로 그친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2명은 운 좋게 피했고 1명은 피하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2명이 증언으로 범인은 전에 유괴미수범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개 비타와 고양이 제니(도모키)가 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역시 작가 성향(?)답게 평범한(?)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기본 설정은 모 외국소설의 설정을 그대로 따왔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본 내용은 '역시' 니시자와 야스히코 스타일이란 말로 갈음이 될 정도로 작가색이 물씬 풍깁니다. 미스터리 쪽도 복선의 배분도 자연스럽고 난이도가 꽤 쉬운 편입니다. 사건의 진상 역시 초중반에 '마니아'라면 대략 전체상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연령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라는 면 때문에 난이도 설정을 쉽게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좀 더 어렵게 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애들을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칠테니까요. 그래도 어거지 해피엔딩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말 짓는 (반전까지 포함해서) 결말 부분까지 보면 괜찮은 아동용 미스터리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무난하지만 무난한만큼 안정적인 재미를 보여줍니다.
비슷한 콘셉트의 아동용 미스터리 중에 미스터리 야! 보다는 미스터리 랜드 시리즈 쪽이 '아직'까지는 더 맘에 듭니다. 문제는 후자는 책 값이 무지 비싸다는 점. 국내에 우리말로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
평점 5 / 10
2008년 8월 29일 금요일
공룡계곡의 소녀들 - 야마다 마사키
우리말 출간중
원제 : 비의 공룡
<미스터리 오페라>의 작가 '야마다 마사키'가 '미스터리YA!' 브랜드로 선보인 약간은 판타스틱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여중생 히토미를 주인공으로 그녀의 친구 사야카, 아뮤미가 등장하는 세자매가 아니라 세소녀의 이야기입니다. 학교 영화부에 속한 히토미는 영화부 담당 교사 아사미가 마을의 공룡유적발굴현장 근처의 다리에서 추락해서 죽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아사미 선생의 사망이 사고였는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 경찰이 수사를 하는데 이 와중에 용의자가 수사망에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용의자는 무려 '공룡'이었습니다.
히토미는 모종의 목적 때문에 아사미의 죽음을 조사하고, 사야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교수 때문에 사건에 발을 드리밀고, 여기에 아뮤미까지 가세합니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서는 딱 20년전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죠. 그때도 용의자가 '공룡'이었지만 결국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었습니다. 아무튼 세 소녀는 공룡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역시 성장소설입니다. 여기에 미스터리 색채를 가미했다고 봐야 옳겠죠. 자칭 명탐정이라고 하는 소년(엘러리 퀸 신자입니다. 하하)이 등장해서 20년전 사고사에 관한 진상과 현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 이런 저런 추리를 피로해보지만 <비의 공룡>에서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히토미, 사야카, 아뮤미, 이 세 명이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사건에 관한 확실한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고 봐야겠죠. 사건 자체는 재밌고 중간에는 논리적인 추리도 존재하지만 주인공 입을 통해 그런 추리는 '필요없다'고 부정당합니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지만 <비의 공룡>은 소녀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세 소녀의 청춘 소설(미스터리)입니다. (소녀시대 팬들은 화내지 마세요~ '그' 소녀시대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미스터리YA! 브랜드로 나온 소설 읽은 것 중에는 <카카오 80% 여름>이 제일 나았을 정도니까 말이죠.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 일본에서 <카카오 80% 여름>의 속편이 나온다고 하네요. 기대중입니다.
여담) 이번 부터 평점 기준을 바꿨습니다. 0~10점에서 '5점=보통' 기준으로 점수를 주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개나 소나 9점 안팎이었지만 아마 앞으로 그런 점수는 보기 힘들겠네요.
평점 4 / 10
2008년 8월 28일 목요일
수은기담 - 마키노 오사무
'미스터리 YA!' 시리즈 일환으로 나온 소설이지만 '광의'의 미스터리에 넣고자해도 넣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 장르는 그냥 판타지입니다. 호러? 스런 느낌이 초반에 있긴 하지만 '미쓰다 신조'가 그린 호러를 보고나니 <수은기담>의 호러는 '애들 장난'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판타지 호러 계열로 넣으면 되겠죠. 여기에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이니 성장 소설로 읽어도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진정한 과학 클럽'이란 오컬트 서클에 모인 7명의 소년 소녀 시절 이야기가 오히려 재밌습니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과거 클럽 멤버 중에 한 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스토리는 시작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미스터리' 테이스트가 강했지만 '수은'의 힘을 이용한 내용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완벽하게' 판타지로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이끄는 과정 반전 그리고 복선의 배분에 논리성을 보인다면, 판타지라고 해도 충분히 미스터리겠습니다만,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은 일절 없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은 강압적인 해피 엔딩. 사실은 꿈이었지롱? 같은 스타일로 끝나는 결말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이 브랜드 자체가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했기에 죄다 죽어나가는 결말로 만들자니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식 특유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스타일의 결말은 질리도록 봐와서인지 '또냐!!'라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해피엔딩이 싫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결말이 자연스러워야 읽고 나서 만족감이 커지는 법이죠. 그래서 저한테 <수은기담>은 다 읽고 나서 상당히 불쾌한 소설이 됐습니다.
미스터리YA! 브랜드 시리즈를 전부 읽어볼 예정이었는데, 이런 뜻하지 않은 핵폭탄급 지뢰를 밟아버려서 앞으로 독서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듯 합니다. 계획 대폭 수정! OTL
평점 1 / 10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재앙의 집 - 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와 같은 재앙>을 매우 좋게 읽어서 미쓰다 신조도 '신경 쓰이는' 작가 카테고리 안에 몰래 넣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문고판 오리지널로 등장한 본서는 당연히 관심사에 들어갔죠. 아무튼 작가가 일관되게 써온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무나가타 고타로'라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고타로가 이사를 가는데,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데자뷰)를 느끼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처음 온 집을 전에 본 적이 있지 않나 느낀 고타로에게 옆집의 이상한 할어버지는 '조심하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죠. 근처 숲은 마을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곳이고 이사 온 집안에서 '귀신'을 목격하는 등 고타로는 목적을 알 수 없는 공포에 떱니다. 결국 친구 '오이카와 레나'와 협력해서 원인을 규명하려는 고타로가 맞닥뜨리는 진실은 과연.........? 넓은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떠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독서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한여름에 인적이 드문 시골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재미가 3배는 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죠.
그럼 이런 전형적인 호러에 어떻게 미스터리 요소를 결합했을까?가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공포에 대항하려는 주인공이 결국 공포를 이기는 스타일은 이 소설이나 다른 공포영화나 비슷한 구성입니다. 하지만 공포를 이기기 위해 진실을 알아가는 프로세스가 미스터리로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재앙의 집>은 일단은 호러 성격이 강하지만 그 안에는 단서도 충분히 제시합니다. 그리고 제시한 상태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은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죠. 독자는 왜 주인공이 불안에 떨까? 생각하겠지만 이미 불안 요소는 앞서 제시한 상태입니다. 이걸 알아차린 독자라면 이미 밝혀진 사실과 연결지어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그림은 그대로 결말의 내용이기도 하죠. 여기에 호러라면 당연하다면 당연할 '네버 엔딩'스런 결말도 그대로 채용했습니다. 일견 '해피' 엔딩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라는 결말 역시 호러 장르에서 많이 보이는데 이런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복선은 앞서 당연히 풀어 놓았습니다. 뜬금없는 그런 결말이 아니죠. 호러의 전형적인 공식+기본적인 미스터리 요소가 잘 결합한 그런 소설입니다.
단점이라면 교과서적인 내용이다보니 재밌긴 하지만 '특별함'이 부족합니다. '개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좋을까요? 점수 자체는 높게 줬습니다만 약간 찝찝합니다. 아무튼 단순한 호러 영화를 보면서 항상 미스터리 요소를 좀 도입하면 더 재밌을텐데!! 아쉬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점 6 / 10
신 세계7대 불가사의 - 구지라 도이치로
<야마타이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역사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데뷔한 구지라 도이치로(희한하게 지금까지 사메 교이치로라는 이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의 전작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역사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전작이 '일본 역사'와 관련한 내용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세계사' 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아틀란티스 대륙, 스톤 헨지, 피라미드, 노아의 방주, 진시황제, 모아이 석상 등의 내용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 캐릭터는 전작과 거의 같습니다. '사오토메 시즈카'가 일반적인 해설을 담당하고, 여기에 세계사 교수인 하트맨이 일종의 청자=독자 역할, 역사에 무지한 미야시타가 일종의 '탐정역'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트맨이란 미국인을 제외하면 전작과 동일한 인선입니다. 1화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관한 내용인데, 역사에 잼병인 미야시로에게 미스 시즈카가 타박을 주며 설명하고 설명을 들은 미야시로가 불가사의를 풀어간다는 내용의 반복이죠. 그래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라도(설마 그 정도로 사전 지식이 없을리는 없겠지만요..)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미스터리의 포인트는 WHY? 입니다. 피라미드는 왜 '거대'하고 '그런' 형태를 띄고 있을까? 스톤 헨지는 '왜' 만들었을까? 뭐 그런 당연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런 요소를 제외하면 미스터리로 볼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데뷔 단편이 수상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말이 역사 미스터리지 철저한 고증 같은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란 분량이기 때문에 일종의 '탁상공론' 스타일로 '그렇지 않을까? 음, 맞아! 그럴거야!' 정도로, 모든 단편의 결말이 그렇게 끝납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내용입니다. (재밌는 건 보통 일본소설의 첫머리나 끝머리에는 반드시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등등의 문구가 보이는데, 이 단편집은 '이 소설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유머스럽게 꾸며놓았습니다.)
미야시로가 밝히는 내용을 보고 '오호~' 또는 '피식~' 거렸다면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백이면 백 모든 걸 '일본사'와 연결하려는 부분이 좀 맘에 안들었지만 (아마 우리나라 소설가가 썼다면 전부 우리나라 고대사와 연결 지었겠죠.) 미스터리 답게 한정된 단서로 '왜'를 규명해가는 과정 자체는 뭐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여기에 나온 내용을 믿는 독자도 없을 것이고 저자도 독자를 설득하기위해 이런 내용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한 번 주욱 읽어보고 한켠으로 치워도 좋을 정도의 그런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여담) 칵테일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는데, 칵테일 소개 소설로 인식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 하네요. (...)
평점 4 / 10
2008년 8월 26일 화요일
미스터리 아일랜드 - 다지마 도시유키
2006년 도쿄고겐샤 문고판 (사진)
원제는 <불가사의 섬>인데 그냥 영문 제목인 <미스터리 아일랜드>로 기재했습니다.
시코쿠 근방의 섬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주욱 학교를 다니고 현재는 학교 선생인 여주인공 유리코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15년전에 유괴당해 근방의 무인도에 7시간 가량 방치된 적이 있는데, 이 사건 때문에 유리코는 도회지로 나가질 못하고 그냥 섬에서 눌러붙어 살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페리안에서 한 남성을 만나는 걸 계기로 유리코는 15년전의 유괴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합니다. 500만엔의 몸값을 요구한 유괴범에게 가족은 돈을 건네고 유리코를 무사히 구출한 후에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경찰 수사망으에서 용의자를 꼽지만 결국 전원 알리바이 성립으로 사건은 오리무중.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흐르죠.
유리코에게 유괴사건을 파헤치도록 꼬시는 남성 사토미 료지. 그리고 유리코의 작은 아버지는 사토미를 보고 그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사토미에게 섬을 떠나라고 종용까지 하죠. 원래 작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유리코는 15년전 유괴사건의 범인은 작은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유리코는 사토미 료지가 숨기고 있던 사실 - 료지의 형이 15년전에 의사로 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자살했다는 내용 - 을 알고 혼란에 빠집니다. 료지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과거의 사건은 유리코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를 철저히 배신하는 형태로 진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진실 앞에 유리코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진실이란 동전의 양면입죠.
기본적인 사건과 자살을 잇는 구성은 색다른 면은 없습니다. 대신에 섬을 이용한 물리적 트릭은 신선했습니다. 91년이란 시간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지금보다 '참신한' 면이 많은 트릭이었겠죠. 과거의 유괴사건, 비슷한 시가에 일어난 자살, 실제 지형을 이용한 물리적 트릭 그리고 중간 중간 대담하게 박아놓은 복선까지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은 미스터리입니다. 분량도 250페이지 정도로 얇은 편이라 읽기에도 부담없습니다.
(여담) 마지막 결말이 제가 생각한대로 였다면 점수를 0.5 정도 더 줬을지도 모르겠네요. 막장 루트로 가다가 '브레이크'가 걸려서 아쉬웠습니다.
평점 5 / 10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흑마술 살인사건
'혈류지간 살인사건,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편과 같이 나온 중편 분량입니다. (상,하권으로 나온 내용을 장편으로 봤을 경우)
지옥의 그 분(?)이 재등장하는 최신작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김전일 공식(?)이 들어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내용누설과 관련있기에 여기서 입을 다물겠습니다. 아무튼 김전일 소설 시리즈의 마지막인 <사종관 살인사건>의 등장인물이 '흑마술 살인사건'에서 나옵니다.
거래처 회사의 사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경찰은 사고사로 처리하지만 친구는 김전일을 불러서 진짜 사고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죠. 그래서 김전일과 미유키는 친구와 함께 '흑마술(부두)관'이란 곳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주'와 '연쇄 살인'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범죄 뒤에는 '지옥의 그 분'이 자리잡고 있죠.
마지막에 범인을 한정하는 단서로 제시하는 증거와 이미 독자에게 보여준 복선의 연결이 매끄러운 편입니다. 내용을 좀 더 '엽기적 '으로 바꿔서 장편으로 바꿨어도 괜찮았을 법한 내용입니다. 잡지 연재분은 아예 보지를 않아서 현재 최신작이 연재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음편에서는 '제발' 2부를 대표할 만한 멋진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는 이미 '애장판'이란 명목으로 김전일 시리즈가 재출간 됐지만 일본에서는 '이제서야' 애장판이 등장합니다. 다음달부터 발매인데 1권은 5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이라고 하네요. 연재 당시의 컬러 페이지 복원이 들어갔을지가 관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애장판2로 나오려나요? OTL)
여담) 소설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사종관 살인사건>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도 상관없습니다.
평점 4 / 10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혈류지간 살인사건,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수첩>이 2부로 들어와서는 부정기 연재라고 해야하나 1부 떄와 같은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설영전설 살인사건> 이후에 오랜만에 선 보인 최신작입니다. 기존엔 상,하 2권 구성의 장편으로 나오다가, 이번에도 2권 동시발매는 맞지만 구성은 다릅니다.
먼저 소개하는 내용은 '혈류지간 살인사건' '부동고교 학원제 살인사건' 이렇게 2개의 단편입니다. 잡지 연재순서는 '부동고교 사건'이 먼저고 '혈류지간 사건'이 그 다음입니다. 그리고 따로 나온 '흑마술 살인사건'으로 연재순서가 이어집니다.
먼저 '혈류지간 사건'은 '일단은' 바둑이 소재입니다. 어쩌다보니 김전일이 바둑 합숙에 참가하는데 그곳에서 '목을 자르는' 살인사건과 조우한다는 내용이죠. 뭐 명탐정의 숙명이라고 해야겠죠. 가는 곳마다 사건이 끊기질 않으니까요. 기본은 알리바이 깨기와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바둑 쪽 기대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건 자체와는 별 상관없으니까요. 아니, 바둑 마니아가 봤다면 '천인공노'할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으로 수록한 '부동고교 사건'은 학교 축제 날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범행동기를 위해 애꿋은 여학생 한 명이 자살하고 맙니다. (애도의 묵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알리바이 트릭 깨기가 주요 내용입니다.
모처럼 등장한 최신 내용 치고는 썩 만족스런 완성도는 아닙니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리즈 2부로 와서는 딱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오페라관 세번째 사건'이 그나마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평점 4 / 10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블러디 로즈 - 이마무라 아야
1996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卍의 살인>이란 미스터리로 데뷔한 '이마무라 아야'의 두번쨰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장르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주인공 카린은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관'을 발견하고 그곳 주인 소노다와 교류를 갖기 시작합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장미관에 찾아가는 카린은 소노다를 연모하게 되죠. 그러나 소노다에게는 죽은 전처가 있고 현재 아내 요시에가 있습니다. 카린은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소노다의 첫번째 아내 유키코는 고열에 시달리다 정신착란으로 투신자살. 두번째 아내 요시에는 전처 유키코의 그늘에 시달리다가 정신분열로 투신자살을 하고 카린은 소노다의 세번째 아내가 됩니다. 장미관의 새로운 여주인이 된 카린. 그러나 그녀 앞에 '검은색 장미 편지' 한통이 도착합니다. 수신자, 소인도 없는 봉투에 넣어져서 말이죠. 장미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영 석연치 않습니다. 그리고 가정부 도우미 '유미'라는 소녀가 요시에가 남긴 일기를 카린에게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요시에도 장미관에 처음와서 '검은색 장미 편지'를 받았다는 내용이...............
자 과연 누가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보내는 의도는? 요시에는 과연 자살이었을까요? 주변 인물을 하나 하나 의심해가기 시작하는 카린의 심리적 변모가 주요 볼거리입니다. 카린도 유키코라는 죽은 여성의 그늘 때문에 의심암귀에 빠지고 시누이, 가정부,정원사까지 전부 의심을 하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에는 남편마저 의심하고 결국 집을 뛰쳐나가기까지 하죠. 이성과 감성이 있다면 감성의 승리(?)인 결과겠죠. 그러나 이성의 도움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챕니다.그래서 카린은 피해자인 동시에 탐정입니다. 진실과 더불어 당연하겠지만 '반전'까지 준비했습니다. 물론 반전과 관련한 단서는 친절하게 미리 알려 주죠. 그리고 다시 에필로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에 서서히 마음이 병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미스터리입니다. 본격 카테고리에 넣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강도가 좀 낮겠습니다만 '일기장' 속에 단서를 미리 독자에게 제시해주죠. 아니 카린과 독자는 동시에 일기장을 읽게 되니 공정한 승부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공정한 면을 따지면 이 작품도 충분히 본격 미스터리에 넣어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아,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같은 건 들어있지 않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레베카>를 떠올렸습니다. 기본 얼개는 아마 <레베카>에서 따왔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레베카>는 호러와 로맨스 쪽이 더 강했다면 <피에 젖은 장미>는 '미스터리' 쪽이 더 강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레베카>보다는 '사사키 마루미'의 <절애의 관>과 연관해서 읽어보면 더 재밌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읽는 내내 '온다 리쿠' 작품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을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온다 리쿠보다 이마무라 아야의 데뷔가 훨씬 먼저입니다.)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원, 심리 서스펜스 요소. 이런 것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18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통할만한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문고판 표지 그림은, 우리나라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표지 일러스트로 익숙한 '기타미 다케시'가 담당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이유의 80%는 표지 그림이었습니다.
평점 6 / 10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섬머 아포칼립스 - 가사이 기요시
1996년 도쿄고센샤 문고판 (사진)
<섬머 아포칼립스>는 현상학 탐정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중의 하나이자, 평론가로 더 유명한 가사이 기요시의 본격 미스터리 대표작입니다.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는 <바이 바이 엔젤>을 시작으로 <섬머 아포칼립스> <장미의 여자> <철학자의 밀실> <오이디푸스 증후군>까지 나왔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기 전에 먼저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학하면 '후설'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겁니다. 겉으로 드러난 외면을 중시한 실증주의적 접근방법에 대한 비판을 타고 나온 현상학적 접근방법이란, 외면 보다는 내재된 '내면'을 중시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정황은 살인이라고 해보죠.
살해당한 피해자를 통해 알 수 있는 표출된 행위(지문채취, 증거, 살해당한 시간 등등). 이 표출된 행위를 중시하는 것이 실증주의라면, 살해당한 피해자를 통해 범인이 의도한 행위를 중시하는 것이 현상학입니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와 현상학을 겹쳐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섬머 아포칼립스>에서 나오는 4건의 사건도 마찬가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1사건은 밀실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인데, 피해자는 '2번' 살해당합니다. 머리를 쳐서 죽여놓고 어째서 범인은 '화살'로 피해자를 2번 죽였을까? 사건이 있기 전에 등장한 '성경의 묵시록을 인용한 경고장'의 의도는? 요한 묵시록에 나온 4기사에 얽힌 내용대로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피해자.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꽤 '세기말'스런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범인은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일까?라는 접근방법을 취하면 의외로 미스터리 얽개는 단순명료해 집니다. <여름의 묵시록>은 이런 미스터리 상황을 잘 잡았습니다. 소설에서 와트슨 역할을 맡고 있는 나디아 모갈은 전형적인 실증주의적 접근방법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캐릭터입니다. 사건 당시 일어났던 '깨어진 창문'에 초점을 맞추고 이리저리 추리를 해보지만 전부 꽝이죠. 그에비해 홈즈역 야부키 가케루는 첫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바로 범인이 누군지 맞춥니다.
일단 커다란 줄기는 위의 미스터리가 되겠고 두 번째 줄기는 야부키 가케루와 시몬느라는 여성과의 사상대결입니다. 선과 악. 악과 악. 선과 선. 사상대결은 이 시리즈의 공통사항입니다. 게다가 이번 작에서 주인공은 아예 '미스터리' 해결보다는 '사상대결' 쪽에 관심을 더 두고 있죠. 오히려 '미스터리'를 사상대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합니다. 탐정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건 말건 알 바 아닌거죠. 주인공 야부키 가케루는 이미 첫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진범'의 정체를 다 파악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범인을 (일부러) 내버려두고, 시몬느와의 사상대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입니다. 진실을 파헤치기 휘해 고군분투하는 일반적인 명탐정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야부키 가케루는 '루시퍼'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꽤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미스터리와 사상대결을 감싸는 큰 줄기는 카톨릭 이단 '카탈리파'의 재보를 찾는 탐정 야부키 가케루와 와트슨 나디아 모갈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의 어두운 역사부터 시작해서 나치와 테러리즘 까지 벼라별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그래서 페이지 수가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속작의 페이지 수를 보면 <섬머 아포칼립스>는 '양반'이겠죠. (<철학자의 밀실> 문고판-1권짜리-가 대략 1,600페이지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 + 사상대결의 재미 + 소설 자체의 재미. 3요소가 균형있게 잘 맞아들어간 잘 쓰여진 추리소설입니다. 시리즈 전부를 읽을 생각이 없다고해도 <섬머 아포칼립스> 정도는 추천합니다.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