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996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卍의 살인>이란 미스터리로 데뷔한 '이마무라 아야'의 두번쨰 장편 미스터리입니다. 장르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주인공 카린은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관'을 발견하고 그곳 주인 소노다와 교류를 갖기 시작합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장미관에 찾아가는 카린은 소노다를 연모하게 되죠. 그러나 소노다에게는 죽은 전처가 있고 현재 아내 요시에가 있습니다. 카린은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소노다의 첫번째 아내 유키코는 고열에 시달리다 정신착란으로 투신자살. 두번째 아내 요시에는 전처 유키코의 그늘에 시달리다가 정신분열로 투신자살을 하고 카린은 소노다의 세번째 아내가 됩니다. 장미관의 새로운 여주인이 된 카린. 그러나 그녀 앞에 '검은색 장미 편지' 한통이 도착합니다. 수신자, 소인도 없는 봉투에 넣어져서 말이죠. 장미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영 석연치 않습니다. 그리고 가정부 도우미 '유미'라는 소녀가 요시에가 남긴 일기를 카린에게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요시에도 장미관에 처음와서 '검은색 장미 편지'를 받았다는 내용이...............
자 과연 누가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보내는 의도는? 요시에는 과연 자살이었을까요? 주변 인물을 하나 하나 의심해가기 시작하는 카린의 심리적 변모가 주요 볼거리입니다. 카린도 유키코라는 죽은 여성의 그늘 때문에 의심암귀에 빠지고 시누이, 가정부,정원사까지 전부 의심을 하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에는 남편마저 의심하고 결국 집을 뛰쳐나가기까지 하죠. 이성과 감성이 있다면 감성의 승리(?)인 결과겠죠. 그러나 이성의 도움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챕니다.그래서 카린은 피해자인 동시에 탐정입니다. 진실과 더불어 당연하겠지만 '반전'까지 준비했습니다. 물론 반전과 관련한 단서는 친절하게 미리 알려 주죠. 그리고 다시 에필로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에 서서히 마음이 병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미스터리입니다. 본격 카테고리에 넣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강도가 좀 낮겠습니다만 '일기장' 속에 단서를 미리 독자에게 제시해주죠. 아니 카린과 독자는 동시에 일기장을 읽게 되니 공정한 승부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공정한 면을 따지면 이 작품도 충분히 본격 미스터리에 넣어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아,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같은 건 들어있지 않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레베카>를 떠올렸습니다. 기본 얼개는 아마 <레베카>에서 따왔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레베카>는 호러와 로맨스 쪽이 더 강했다면 <피에 젖은 장미>는 '미스터리' 쪽이 더 강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레베카>보다는 '사사키 마루미'의 <절애의 관>과 연관해서 읽어보면 더 재밌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읽는 내내 '온다 리쿠' 작품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을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온다 리쿠보다 이마무라 아야의 데뷔가 훨씬 먼저입니다.)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원, 심리 서스펜스 요소. 이런 것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18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통할만한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문고판 표지 그림은, 우리나라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표지 일러스트로 익숙한 '기타미 다케시'가 담당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이유의 80%는 표지 그림이었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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