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서스피리아>로 유명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일반적으로는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호러 영화로 더 알려졌을지도 모르지만.
스위스의 외딴 여학교 기숙사에 유학온 미국인 소녀 제니퍼 콜비노(제니퍼 코넬리). 하지만 근처에서는 연쇄 소녀 살인사건으로 들썩 거리고 있다. 목을 잘라 버리고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 엽기살인사건. 기숙사에 처음 온 날 밤 제니퍼는 몽유병 증세로 한밤중에 기숙사 밖을 거닐다가 '살인 장면'을 목격하는데......
긴 생머리의 미소녀, 외딴 기숙사, 연쇄 살인마라는 세가지 요소는 마니아들에게는 입가가 실룩거릴만한 소재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미소녀 호러물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주인공 제니퍼의 특별한 능력 - 곤충과의 교감을 이용해 살인마를 쫓는 내용은 '미스터리'로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는 제니퍼가 곤충학자의 조언을 받아 시체를 찾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시체 찾으라는데 어린 소녀 달랑 혼자 내보내는 어른을 보면서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건지, 플롯이 좀 그랬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피해자가 쫓기는 장면, 중간 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등을 미루어 볼 때 극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호러 서스펜스에 더 가깝다. 영화 첫 장면, 범인의 정체 등을 보면 '미스터리'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지만 말이다. (범인은 그야말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잔인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잔인한 영화들의 공통 요소인 '혐오감'을 <페노미나>에서는 부패한 시체와 그곳에 들끓는 구더기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이런 그림에 제니퍼 코넬리라는 이쁜 아역 배우가 주인공으로 들어가니 혐오감과 호감의 균형이 제법 잘 맞는다. 미소녀 손가락에 달라붙어서 꿈틀대는 구더기. 묘한 혐오감과 음란한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는가? 이런 스타일을 초반의 밝은 분위기 - 한밤이지만 어둡지 않다 - 와 사운드트랙이 한몫 거든다. 그래서 미스터리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면 좀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납득이 안 가는 플롯이 군데 군데 들어갔는데, 그런 부분을 제대로 보강하고 미스터리 장치를 1,2개만 더 집어넣었어도 훌륭한 미스터리 호러가 되지 않았을까 아쉽다.
그래도 느린 곳은 느리게, 빠른 곳은 빠르게 극적 긴장감 유지도 좋고, 화이트와 블랙, 미소녀와 시체라는 비주얼 구도도 알기 쉽다. 게다가 결말도 확실하게 끝을 맺는다. <서스피리아>의 결말이 좀 싱거웠다면 <페노미나>의 결말은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무난하게 만들었다.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는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극 중간에 '신비감'을 물씬 풍기는 장면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지만 초중반까지는 '물 먹은 솜' 마냥 무기력한 분위기가 강하다. (이건 이것대로 분위기가 살아서 좋은 면도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의 열연(?) 시체 수영장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 대는 비주얼은 보고 있기만 해도 즐거웠다. (난 악취미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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