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9일 토요일

백장미 네자매 살인사건 - 가시마다 마키

2004년 신초샤

해당년도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작 (수상실패)

제목만 보면 탐미적인 미스터리란 느낌이 지배적인데, 실제로는 '베일에 쌓인 미친 가족들을 묘사한 소설이다.

미스터리보다는 '순'문학 쪽에 어울리는 내용이다.

인근에서 벌어진 네자매와 한 남성에 얽힌 치정극의 말로를 지켜보는 한 가족이 망가져가는(아니 원래 망가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제목에서 '살인사건'이란 타이틀을 붙였는데, 자살인지, 살인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소설은 '의식의 흐름'과 유사하게 봇물 터지듯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후반부에 가면 한 번씩 나오긴 하지만) 그녀, 그, 남자, 부인 이런 대명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사도 친절하게 '이건 누구 누구 대사'라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읽기가 참 곤혹스럽다. 150페이지의 중편 정도 분량인데 실제로는 2배 분량되는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일단 기본 등장인물은 엄마, 딸, 아들. 그리고 딸의 약혼자 이렇게 4명 정도로 압축 가능하다.
딸은 인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자살(?)한 막내딸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콩가루가 된 그 집안의 장녀와 막내딸 (또는 네자매 전부)를 농락한 남성은 아들이 아닌가 추측한다.(아니 기정사실화 한다) 그리고 자살한 막내딸은 실은 아들이 죽였을거라고 의심도 한다.

표지에 쓰인 '연인들'이란 그림이 참 의미심장하다. 특히 흰 두건을 덮어 쓴 익명성? 여기에 결말을 보고 있으면 '연인들'이란 그림 제목과 오버랩되면서 달콤쌉싸름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이색작이다. 이런 소설이야말로 이색작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아웃. 삼진 아웃.

온다 리쿠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유지니아>는 <백장미 네자매 살인사건>을 좀 더 '미스터리' 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지도 모르겠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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