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후지미 미스터리 분코
가도노 고헤이 하면 <부기팝 시리즈>라는 라이트노블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국내에도 전부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이런 작가가 '안락의자 탐정 미스터리' 단편집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꽤 기대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면 꽤 공정한 미스터리를 기대하게 됩니다. 탐정=독자가 같은 단서를 갖고 페어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구석 노인의 사건수첩 같은 장르도 있습니다만....)
시즈루는 탐정(어쨌든)이지만 불치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약한 미소녀(...)입니다. 요짱은 그런 시즈루가 지루하지 않도록 세간을 들썩이는 기괴한 사건의 개요를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시즈루는 그걸 추리(?)해서 진상을 요짱에게 알려주죠. 그런데 <시즈루 시리즈>는 '말로만' 안락의자 탐정물이지 실제로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별로 공정하지 못한 미스터리입니다. 일단 미스터리만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벽에다가 집어던질지도' 모릅니다.
탐정 시즈루는 '자기만' 알고 있는 사건 스크랩을 보면서 설명합니다. 이래서 이런거야~
장난 하는 건가요? 독자는 시즈루가 보고 있는 스크랩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모릅니다. 추리가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무슨 내용일지 짐작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수록된 단편이 전부 이런 식입니다. 탐정과 독자가 공정하게 같은 단서를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탐정과 독자는 정보의 비대칭 관계에 있습니다. 탐정이 이런거야~라고 알려주면 독자는 응! 그렇구나! 라는 주인과 노예 관계와 같다고 봐도 되겠죠. 등장하는 사건은 꽤 매력적인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질 못합니다. 아쉽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소설입니다.
그래도 이 소설을 굳이 읽어야겠다면 2명의 메인 등장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두면 됩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미려한 일러스트가 메인 캐릭터인데요, 좌측이 요짱, 우측이 시즈루 씨입니다. 흔히들 '저쪽 세계'에서 '백합물'이라고 불리우는 레즈계열 소설로서 접근하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인 무흣한 장면을 묘사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재미는 기대이하에도 못 미치지만 이런 백합요소 때문에 '의외로' 즐겁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됐네요.
평점 5 / 10 (미스터리 입장에서는 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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