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3일 수요일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 - 야노 류오

2006년 고단샤 노블즈

<극한추리 콜로세움>으로 데뷔한 작가 야노 류오의 세번째 소설입니다.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철저하게 '퍼즐 게임'을 추구하는 작가답게 이번작도 '죽음의 상자열기'를 다룬 미스터리입니다.

깨어보니 어느 건물의 1층. 주인공 마나츠(여)는 건물안에 갇힌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상자를 열어야만 합니다. 25층 건물에 각 층에는 상자가 2개, 총 50개가 있습니다. 이 중에는 '꽝'이 있습니다. 물론 꽝을 뽑으면 '죽음'으로 갚아야 합니다. 마나츠를 필두로 아폴로, 스카이러브, 호테이 등의 같은 입장에 처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양자택일 상자열기 게임에 참가합니다.

게임의 룰은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소설 속 캐릭터는 물론 독자도 마찬가지죠. 한 층 한 층 돌파하면서 나온 힌트로 게임의 룰을 추리하고 추리한 룰을 바탕으로 다시 상자공략을 합니다. 과연 마지막에 탈출을 할 수 있을까요? 몇 명이나 살아서?

왜 그들이 실험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건물의 실체? 여러가지로 의문에 쌓인 구석이 있지만 이런 십자말 맞추기 퍼즐같은 기분으로 읽어야할 소설에서 그런 의문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요는 게임이 얼마나 '즐겁냐?'에 포인트를 맞춰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에서 다루는 게임은 꽤 재밌습니다. 총 50개의 상자 중 단 1개는 탈출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49개에는 다양한 아이템이 들어있습니다. 꽝과 당첨은 기본이고 '용도불명?'의 도구가 이것 저것 들어있죠. 이중에는 참 '웃기는' 아이템도 꽤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방패'입니다. 말그대로 '방패'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하렵니다^^) 캐릭터들이 사망할 때도 깔끔합니다. 죽을 때는 말없이 '쾅~' 죽어야하는 법이죠. 제법 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어처구니 없게 사망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긴장을 느끼기는 좀 어렵습니다. 극적 긴장감보다는 던전RPG같은 기분이 더 강해서 그랬을 겁니다. 아무튼 게임자체는 마지막에 정리해보면 꽤 정연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아이템일람표와 대조해 보면 재밌습니다. (지금도 소설 마지막까지 나오지도 못한 방패가 어떤 방패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가지 반전도 준비했습니다만, 감이 좋은 독자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도자라면 각장의 초반에 들어간, 실험을 기획한 '반야'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쓰여진 짤막한 대목을 주의깊게 읽다보면 결국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극한추리 콜로세움>같이 미완성 본격지향 미스터리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감각'으로 만든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이 더 재밌네요. 다음작도 '살인 게임'을 다뤘는데 지금 정도의 완성도라면 다음작을 읽어도 손해 보는 기분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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