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5일 수요일

남의 일 - 히라야마 유메아키

2007년 슈에이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하 유니버설 지도)>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린 ‘히라야먀 유메아키’의 또 다른 ‘엽기’ 단편 묶음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를 수상했던 단편집 말고도 후속작 (내용 연관은 없음) <밀키 맨>이 환상+공상적인 구석이 많았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단편집 <남의 일>은 전작 단편들 보다는 현실적이면서 좀 더 무서운 분위기와 업그레이드된 구체적인 폭력으로 독자를 압박합니다.

총 14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표제작이자 첫머리를 장식하는 ‘남의 일’ 단편부터 독자를 압박합니다. 자동차 사고로 벼랑 끝으로 추락하기 직전인 삼인가족을 묘사한 단편입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이 있고 사고 후에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부부만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때 지나가던 남자가 접근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남의 일’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는 걸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딸내미가 복부를 다쳐 내장을 질질 흘리는 걸 그대로 ‘솔직하게’ 부모에게 알려주는 남자.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애원하는 부모에게 ‘내가 왜? 어째서 그래야 되는데?’로 일관하는 남자. 여기에 모든 의식이 집약된 단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읽었던 폭소 연발 단편 ‘아들 해체’가 이어집니다. 제목대로 ‘아들’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부모’를 그리고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은 부모한테 폭력을 일삼고 여기게 견디지 못한 부모는 공모해서 아들을 살해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전동톱’ 카탈로그를 훑어보면서 ‘가격대 성능비’ 좋은 톱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톱으로 썬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한 대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

세 번째는 ‘단 한 입으로’ 라는 단편으로 유명한 요리평론가의 딸이 유괴됩니다. 유괴범은 집으로 찾아와 아내한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남편이 먹어보고 올바른 평가를 내린다면 딸을 돌려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론가인 남편은 유괴범이 요리한 요리를 먹어 보고 외치죠. ‘이 자식 내 딸을!!’ 예, 그런 단편입니다.

이 밖에도 ‘새끼 고양이와 천연가스’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이유 없는 폭력, 이에 저항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노인, ‘정년기념’에서 보여주는 현대 남성의 말로, ‘쉬어 꼬부라진 바비큐’는 모처럼 가족이 산으로 바비큐 파티를 하러 갔다가 시체를 발견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하며 무시하다가 당하는 가족의 말로, ‘레자레는 무섭다‘는 업무일지, 메모, 편지, 인터넷 게시판, 전화통화 등이 끝말 잇기 식으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직접적인 폭력보다 더 무서운 간접적인 폭력의 말로를 보여줍니다.(가장 미스터리적인 단편입니다.)

그리고 막판에 등장하는 ‘인간실격’ 자살하려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먼저 자살할 테니 네가 양보해라 옥신각신 다투는 내용인데, 이게 또 걸작으로 웃깁니다. 물론 마지막은 ‘남의 일’이란 제목에 딱 맞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지요.

어차피 남의 일. 남이야~ 뒈지던 말든 치부하던 그런 생각을 소설로 극대화 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별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실제로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는 직접 겪어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아무튼 맛보기(?) 첫 단편부터 독자는 반 이상은 나가 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유니버설 지도>를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반 정도는 추측가능할 겁니다. <유니버설 지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 역시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독자를 선택합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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