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츠지무라 미즈키

2004년 고단샤 노블즈 (전3권)(31회 메피스토상 수상)
2007년 문고판 (전2권)
2006년 손안의책 (전3권) 우리말

눈과 잘 어울리는 청춘 미스터리를 대충 꼽아보자면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먼저 떠오릅니다. 8명의 고등학생 남녀가 눈이 내리는 날, 학교 건물에 갇혀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여기까지는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8명 중에 한 명은 이미 자살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살한 애는 '누구?'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몇 년전에 일본에서 발매한 <크로스 채널>이란 성인용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이 동아리 회원간 화목을 위해 추진했던 합숙에서 돌아오는 도중, 현실도피 목적으로 친구들을 자신의 의식세계로 가두어 버립니다. 루프 월드. 리셋 월드. 정해진 결말을 겪어가며 수 천번, 수만번의 시행착오 끝에 친구들을 전부 현실세계로 돌려 보내고 혼자 아무도 없는 의식세계에 남는 다는 내용입니다. (비공식 우리말 패치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몰래' 구해서 해보시길 바랍니다.)

학원물 + 의식세계속의 갇힌 설정 정도가 두 작품간 커다란 공통점으로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가 제법 유사하죠. 물론 소설과 게임 사이에는 캐릭터들의 고민과 갈등과 해결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문제삼을 부분은 없습니다.

아무튼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 미스터리 포인트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자살한 친구는 누구?
2. 의식세계로 친구들을 가둔 이는 누구?
3. 사진에는 없는 불청객은 누구?

3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비하면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가 전부 밝혀지는 결말까지 읽고 나면 추리소설 보다는 캐릭터들의 고민과 해결을 통해 성정하는 일종의 '청춘소설'에 더 가깝다고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분량에 비해 미스터리 강도가 낮은 이유에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추리 부분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보조바퀴에 불과할 뿐이죠. 그럼에도 3권 중반 넘어서 등장하는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제법 그럴싸합니다. 분량이 약간 많아서 그렇지 1,2번을 추리하는 건 쉬운 편입니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본격적인 추리+학원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독자한테는, 기대밖의 소설일지도 모릅니다. 마네킹을 이용해, 일반적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살해당한 시체를 표현하는 방식은 의식세계에서의 퇴출=현실세계로의 복귀라는 방식으로, 시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살인사건'이 나와야 추리소설 답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밋밋한 느낌도 들겁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이런 저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 독자나 또는 현재 고민중인 분들에게는 한 번정도 읽어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평점 6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