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창고의 신 - 오노 후유미

2003년 고단샤 (미스터리 랜드)

2003년도에 고단샤에서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공략하는 미스터리 동화책 브랜드 '미스터리 랜드'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발행한 3권 중 한 권이, 이번에 소개하는 오노 후유미의 <창고의 신>입니다. (같이 발행한 책의 작가는 시마다 소지, 슈노 마사유키가 있습니다. 둘 다 우리나라에는 <점성술 살인사건> <가위남> 등이 우리말로 소개된 적이 있죠.)

오노 후유미 하면 <십이국기>를 대표작으로 호러풍의 라이트노벨, 그것도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작가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실은 학창시절 교토대학교 미스터리 서클에 가입한 전력도 있고 신본격 미스터리의 효시라고 불리는 <십각관의 살인>의 핵심 아이디어를 아야츠지 유키토에게 제공한 사람이 바로 오노 후유미라고도 합니다. 나중에는 <흑사의 섬>이란 인습으로 묶인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본격 미스터리도 선 보였습니다. 그리고 <창고의 신>은 호러 테이스트를 살짝 가미한 추리소설입니다. 기본 스토리 라인은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일어난 다툼을 어린아이들 시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하는 할아버지 집에 찾아온 손자 손녀 4명이 창고에 들어가서 놀이-4인게임-를 하는데, 그 놀이는 어두운 창고 안에서 한 명이 다른 아이의 어깨를 건드리면 지적된 아이는 다시 다른 아이를 찾아 어깨를 치면서 한 바퀴 돌아가는 놀이입니다. 하지만 놀이를 끝내고 밖에 나온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느새 인원이 '5명'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대체 누가 불청객일까요? 아이들은 조목조목 얘기해보지만 전부 처음부터 있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부모에게 이변이 일어납니다. 독초를 먹고 구토하고 발작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죽은 이는 없지만 사건은 의도적인 냄새가 풀풀 나죠. 그리고 아이들은 소년소녀 탐정단(?)을 결성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됩니다.

미스터리 부분은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일단 처음에는 한 명 늘어난 아이의 정체, 자시키와라시를 찾는 것이고, 다음은 독초를 넣은 범인을 잡는 것입니다. 언뜻 이 두가지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두 사건은 하나로 합쳐지죠. 알리바이 조사, 망보기 등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려 노력합니다. 아니 여름방학을 맞이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서 '모험'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자시키와라시'의 정체가 들어나고 독초(행자 죽이기)를 음식에 넣은 범인도 잡습니다.

주요 소재만 보자면 이건 도저히 아동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나온 독초는 행자 죽이기라는 독초인데 (촌장 죽이기라는 독초는 들어 본 분들 계실 듯)이 독초의 유래나, 자시키와라시 등의 소재는 잘못 건드리면 정말 피가 피를 부르는 대량학살 미스터리로 만들 수도 있을 소재입니다. 그런데 <창고의 신>은 이런 소재를 - 그것도 오노 후유미가 사용했으면서 '아동용'에 걸맞는 레벨로 잘 버무렸습니다. 그래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여담)
얼마 전에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 노트 시리즈> 1권이 우리말로 정식으로 발간 됐더군요. 이 시리즈는 원래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아동용 추리소설입니다. 이게 정식으로 소개됐다는 건, <미스터리 랜드 시리즈>도 우리말로 소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겠죠. 특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최신작 <깜짝관의 살인>이 '미스터리 랜드'로 나왔는데 이 책이 과연 우리말로 나올지 궁금합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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