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0일 토요일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 - 사쿠라바 가즈키

2004년 후지미 미스터리 문고 (사진)
2007년 후지미쇼보 (단행본)
2008년 후지미쇼보 (상,하) (만화책)

일반적으로는 단행본이 먼저 나오고 2-3년 지나서 문고본이 나오는 것이 일본의 출판관행임을 비추어 볼 때, 문고판이 먼저 나오고 3년이 흘러 단행본으로 재출간된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이하 사탕과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라이트노벨'입니다. (라이트노벨 정의는 여기서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이견이 많다보니.)

<사탕과자>는 사쿠라바 가즈키가 <고식 시리즈>를 집필하던 도중에 고식에서는 써먹기에 애매하지만 썩히기에는 아까운 소재를 이용해 순식간에 완성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고식 3권> 다음에 발간된 소설이 <사탕과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량은 200페이지 정도로 얆습니다.

아무튼 내용은 '두 소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표지만 봐서는 뭐라고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레즈비언 미스터리? 라고 접근하면 당연히 '아웃'입니다. 게다가 제목은 또 무슨 의미지인지 알 수가 없죠. 사탕과자가 뭐 어쨌다고? 영문제목은 A Lollypop or A Bullet입니다. 번역하자면 롤리팝 또는 블릿(헉!?) 어쨌든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화제를 불렀을지 참 궁금합니다. 일단 소설 첫 페이지부터 살펴보죠.

(번역 - 본인)

신문기사에서 발췌

10월 4일 이른아침, 도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 니나야마 산에서 토막난 소녀 시체가 발견됐다. 신원은 시내에 사는 중학 2년생'우미노 모쿠즈' 양(13세)으로 판명. 모쿠즈 양은 전날 밤부터 행방불명 상태였다. 발견한 이는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친구 A 양(13세)으로, 현재 경찰은 범인과 범행동기를 수사하면서 A 양이 유체발견현장인 니나야마 산에 가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첫 페이즈 부터 결과를 대놓고 알려줍니다. 도서추리 방식과 유사하다면 유사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결과가 산출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서 작중 화자=주인공이 어떻게 '우미노 모쿠즈'를 만나고, 어떻게 우정을 느끼고,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누가 모쿠즈를 토막내는지 세세하게 그려집니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실탄) 야마다 나기사(주인공)과 스스로 인어라고 '거짓말'을 하는 우미노 모쿠즈. 두 여중생의 사탕과자 탄환은 애처롭습니다. 아무리 싸봤자 탄환이 사탕과자여서는 맞아도 아프지 않고 끈적거리고 좀 짜증날 뿐이죠. 그래서 <사탕과자>는 두 소녀의 좌절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독자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하 소녀직업)>을 읽어본 사람에 한해서 말이죠. 예, 맞습니다. <소녀직업>의 조상(?)이 바로 <사탕과자>입니다. 두 명의 여중생 소녀. 소녀가 처한 환경. 도서 추리방식에서 따온 진행 스타일. 여러모로 두 소설은 닮은꼴입니다. 단지 <사탕과자>는 외부환경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지는 내용이라면, <소녀직업>은 외부환경에 맞서보지만 결국 무너지는 내용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죠. 미스터리 강도도 <소녀직업>쪽이 높은 편입니다. (<소녀직업>보고 이게 뭔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면 <사탕과자>는 그 보다도 강도 낮은 미스터리라고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두 소설 사이에는 <추정소녀>라는 비슷한 내용의 다른 소설도 있지만.......)

<사탕과자>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 치고는 독특한 내용과 결말 덕분에 화제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썩히기에 아까운 소재라거 그냥 써봤고 담당 편집자에게 보여줬더니 출판됐다는 작가후기를 보고 느낀건 '담당 편집자'가 센스있었구나!라는 점입니다. 당시 편집자가 라이트노벨에 스스로 묶여서 <사탕과자>가 출간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사쿠라바 가즈키는 아마 없었을지도 모르죠. <사탕과자>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추정소녀> 덕분에 메이저 출판사에서 사쿠라바 가즈키를 픽업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온 <소녀직업>. 그래서 <소녀직업>을 가만히 살펴보면 라이트노벨 코드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우리말 판권계약은 끝났다는 정보가 있더군요. 출간시기 조율중인지, 아직 번역중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우리말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나온다면 단행본 버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클 듯 합니다.

(번역-본인)

이 세계에서는 때때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사탕으로 만들어진 탄환(롤리팝)으로 아이는 세계와 싸울 수 없다. 내 영혼은 그걸 알고 있다.


평점 7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