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배달 빨간두건~세이후도 서점 사건메모 - 오사키 고즈에

2006년 도쿄소겐샤 (미스터리 프론티어) (사진)

띠지를 보면 <서점의 미스터리는 서점인이 풀어야 한다!>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소설은 띠지의 광고문구 내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세이후도'라는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교코'와 알바생인 '다에' 두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교코는 대학생 시절 서점에서 알바하다가 졸업후에 서점에 정식으로 취직까지 했을 정도로 서점에서 일한 경력이 긴 편입니다. 그에 비해 다에는 이제 알바한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참에 속합니다. 이 두여성이 독특한 손님을 만나서 책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총 5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여기서는 첫번째 단편 '판다는 속삭인다'라는 단편을 되도록 자세하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핵심 내용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으니 나중에라도 읽을 분들은 부디 주의바랍니다.)

일단 첫번째 단편의 줄거리는 이하와 같습니다.

서점에서 일하다보면 벼라별 손님이 꼬이기 마련입니다. 책 제목도 몰라, 작가도 몰라, 출판사도 몰라, 그냥 어제 TV에서 소개했던 책인데요, 대충 이런 내용의 책인데요, 라고 물어보는 손님들. 이런 와중에 이상한 메모를 들고 교코에게 책 3권을 찾아봐줄 수 있냐는 손님이 나타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줄 책이라는데, 메모 내용은 무슨 내용를 뜻하는지 잘 모르겠고, 출판사는 '판다'라고 합니다. 교코는 머리를 싸짊어지고 이리저리 고민해보다가 결국 다에와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다에는 '의외'의 사실을 밝히고 사건은 무사히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첫 번째 메모 : 그 십삼이십일 (교코가 이 메모를 보고 고민하는데 지나가던 점장이 <고르고 13> 이라고 답하는 부분에서 뿜었습니다. 아니 뿜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하.)

사실 이 부분은 일본의 문고판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본인이라면 금새 고개가 끄덕여질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미스터리 요소입니다. (물론 책 고유코드인 ISBN이 있습니다만,이건 숫자만으로 만들어졌고, 이런 숫자를 치매를 앓는 노인이 3권 분량을 술술 말한다는 설정이라면 좀 무리가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로 굳이 바꾸자면 도서관의 도서분류 코드와 유사하게 생각하면 좋겠죠.)

일본 문고판 책을 보면 아이우에오 (오십음도) 순과 옆에 작가 숫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 순서가 표기가 되는데, 메모지의 내용이 바로 이 문고판 시스템을 건드리고있습니다. 가령 '아야츠지 유키토'의 <살인귀> 문고판(신초사 간행)의 번호를 보면 '아 36 2'가 됩니다. 아로 시작하는 작가 군중에 36번째-즉 아야츠지 유키토를 지칭-이며 신초사에서 문고판으로는 2번째(1번째가 <무월저(기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입니다.)나왔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노인이 말했다는 출판사 이름 '판다'는 신초사 문고의 'yonda?(읽었어?)'의 판다입니다. 이 역시 해당 지식이 없으면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부분이죠. 반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위의 두가지 요소는 무릎을 탁 칠만한 부분이 됩니다. (그동안 일본산 미스터리를 원서로 꾸준히 읽지 않았다면 저도 이렇게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


(신초사 문고판 '온다 리쿠'의 <여섯번째 사요코>입니다. 띠지에 보면 Yonda?와 판다 그림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이 말한 책 세권에 관한 비밀을 풀어보면 '투명한 밀실' '누군가 안에 있다' '살인귀'가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 책을 잘못 들고간 손님은 노인에게 1권 더 부탁을 받죠. 책 제목은 '살인자' . 이걸 푼 '다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님에게 책 1권을 들고 가서 '바라는 건 이것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책 제목은 '탈출'. 이렇게 해서 사건이 해결 납니다. 그리고 노인이 마지막에 교코와 다에게게 보낸 선물의 책 제목은...............<명탐정에게 건배를> (니시무라 교타로) 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책을 찾는 수수께끼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에 의외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척 즐거운 단편입니다.

그래서 <배달 빨간두건>은 책을 좋아하는, 거기다가 미스터리도 좋아하는 사람이 봐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초반에 '벚꽃 어쩌구'하는 책을 찾는 독자얘기가 나오는데 책 제목은 <벚꽃 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입니다. 하하.)

첫번째 단편이 의외로 인기(?)를 끌었는지(베스트 순위권안에 들기도 했었다는 얘기가 있네요.) 후속작도 나왔습니다. <늦여름에게 바친다> <사인회 어떠세요?> 이렇게 단편집 2권이 더 나왔습니다. 이쪽도 기회가 닿는대로 읽을 예정입니다. (<배달 빨간두건>은 만화책으로도 나왔습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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