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가 탄생시킨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누가미 일족>입니다. 간단한 내용은 대부호가 남긴 유언장을 두고 '유산 다툼'을 케찹 튀케 벌인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말려들어서(?) 머리를 벅벅 긁어대다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죠.
이번에도 삼박자(?)가 등장합니다. 죽은 대부호의 '세' 명의 첩에게서 얻은 '세' 딸. 딸들이 나은 '세' 손자. 가문의 '세'가지 가보인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키쿠(국화). 그리고 가문의 가보를 빗대어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세' 피해자. 플러스해서 분위기 메이커인 '검은 두건'을 쓴 남자. 여기에 목도리를 둘러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귀환병까지, 작가가 좋아하는 요소를 죄다 심어 놓은 듯한 느낌의 미스터리입니다.
사건이 워낙 해괴하게 흘러가서 탐정과 독자는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유언장 내용과 가계도에 주목하면 의외로 사건의 진상은 단순명쾌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이런 단순한 사건을 요코미조 세이시는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작가는 단서를 공정하게 배분했고 독자들이 흥미깊게 추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물론 단서라는 사실을 전체그림과 연결지을 수 있는 능력은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클라이맥스에서 진범의 이름이 밝혀지고나서 보여주는 범인의 차분하면서 담담하기까지한 당당한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결론만 보자면 결국 범인의 '의도'는 전부 성공했습니다. 범인의 승리?라고 봐도 좋을 결말입니다. 모든 건 범인의 뜻대로 이루어졌으니까요. 그에 비해 긴다이치 코스케는 비록 사건의 전모를 밝혔지만 꼭두각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440 페이지 정도의 약간은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정말 단숨에 읽힙니다. 초반부터 사건 발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붙들고 이후부터는 사건의 온페러이드입니다. 범인을 종잡을 수 없는 사건 내용뿐만 아니라, 일족 사이에 펼쳐진 증오, 악의, 시기, 욕심, 분노 등의 마이너스 감정의 소용돌이는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난 일본 미스터리 번역물 - 특히 현대적 감각에 충실한 - 에 익숙한 독자에게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준'고전급에 속하는 <이누가미 일족>은 묵직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담) 띠지의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 문구는 볼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할아버지(?)보다 손자가 더 유명하구나! 새삼 느낀다고 해야할까요?
여담2) 소년탐정 김전일의 모 에피소드(사건)를 아는 분이라면 상당히 유사하다 싶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누가미 일족>을 먼저 읽고 해당 에피소드를 찾아보세요.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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