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2003년 도쿄고겐샤 문고판 (사진)
여학교 선생 니시 아즈마를 탐정역으로 한 12개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아즈마는 추리할 때면 안경을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사건의 반 이상은 위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해결을 보는 내용이고 드물게 살인, 자살을 다루는 단편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차분한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은 역시 '시대'를 느끼게 하는 오래된 느낌이 납니다. 가령
그 여성은-작은 몸집에 애교 있는 얼굴을 한 젊은 여성, 현명한 독자라면 이미 아실지도 모를, 다름아닌 니시 아즈마다.
라는 문구로 사건의 개입을 알리는 문장이 단편 곳곳에 보입니다. 이밖에 아즈마의 가족이 등장하는 단편을 보면, 아즈마의 아버지는 그녀가 탐정짓(?) 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장면이 나오고, 어머니는 성차별적인 발언마저 합니다. 당시 <검은 손수건>이 연재된 곳은 <신여성>이란 잡지였는데, 1958년이면 아직 여성의 권리가 남성보다 못한 시대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아무튼 미스터리 자체는 일상미스터리의 원조격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맛은 없습니다. 마지막에 수록한 단편 '개' 정도가, 잘린 손목을 이용해 'WHY' 손목을 잘랐을까?하는, 순수한 미스터리 입장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고, 대부분의 단편은 꽤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더군요. 단편 하나마다 2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될까말까 하다보니 뭐 어쩔 수 없는 구성이었겠지만 말이죠. 나중에 '기타무라 가오루'가 편집한 추리단편집에서 '검은 손수건'과 '반지'가 수록되면서 재조명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네요. 문장이나 내용등은 낡은 느낌이 많이 들지만 내용자체는 오히려 요즘 독자취향 - 특히 일상 미스터리나 가벼운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 에 더 맞습니다.
작가 오누마 탄에 관해 찾아보니 순문학 쪽으로 분류해야할 작가더군요. 추리소설은 <검은 손수건>을 포함해 장편 1권인가 더 썼고 나머지 소설은 추리소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검은 손수건>은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사회파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니 뭐 당연하겠지만요. 더구나 <검은 손수건>에는 범행동기나 그런 귀찮은(?) 요소는 아예 서술을 피하고 있습니다. 사회파가 득세하는 시기에 <검은 손수건> 스타일 단편은 별 재미없는 추리소설이었을 겁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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