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하라쇼보
2007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시작의 섬>이 찰스 다윈을 탐정역으로 한 역시 개변 미스터리를 보여줬다면, <향연>은 소크라테스를 홈즈, 클리톤을 와트슨으로 설정한 역사 변형 미스터리다.
후대에 플라톤을 통해 알려진 소크라테스의 진면모는 혹시 이렇지는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 감옥안에서 뱉은 말은 이렇지는 않았을까? 작가의 재밌는 상상력과 가상의 기괴한 살인사건, 도시국가 아테네의 미래를 걱정하는 로고스 신봉자 소크라테스가 결합하여 실로 멋진, 재밌는 본격 미스터리가 탄생했다.
소설은 역시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근래에 영국국립박물관이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헌을 사들이는데, 이 속에 '클리톤의 기록'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 기록의 내용은 기존 학계에 알려진 소크라테스와는 무척 달랐기에, 박물관 직원들이 흥미본위로 번역하는 걸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 내용이 바로 소설 <향연~소크라테스 최후의 사건>이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이 설정을 멋드러지게 활용하는 부분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주석'이다. 단순한 주석이 아니라 '정말 번역을 한 박물관 직원이 넣은 듯한' 그럴듯한 주석으로 포장하고 있다.
소설은 클리톤과 소크라테스가 비극 작가 아가톤의 초대를 받아 그리로 가는 걸로 시작한다. 손님으론 희극작가로 유명한 아리스토파네스 등이 모여서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던 도중에 '피타고라스 교단'의 기괴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사지가 뜯겨져' 죽은 청년의 시체가 아테네에 나타나고, 이것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젊은 귀족 청년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시장 바닥 안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밀회를 하던 두 남녀 중 남자는 사지가 찢어져 죽고, 여자는 목을 메달아 죽는다. 이런 사건을 거쳐 아테네는 정체불명의 '광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호문크루스 부활을 획책하는 피타고라스 교단을 지목한다. 여기에 수수께끼의 미소녀까지 등장해서 범인은 그대로 피타고라스 교단인 듯 보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건의 진상과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의지, 어째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반감을 사야했는가 그리고 죽어야 했는가 하는 연결이 실로 재밌다. 이 부분은 역시 <시작의 섬>과 거의 흡사한 구성이다. <시작의 섬>은 비글호 항해기 (우리말로도 나와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의 찰스 다윈과 본격 추리에 진화론을 절묘하게 결합한, 그것도 재밌게, 미스터리였는데, <향연>도 똑닮은 본격 추리소설이다.(소크라테스의 아내에 관한 변명도 들어있다.) 압권은 마지막 미스테리아(추리극)와 소크라테스의 로고스가 진상을 밝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진범과 '독이 든 콩'을 들고 서로 고발하는 장면은 전율이 흘렀을 정도다. 알려진 사실(그게 어디까지 진짜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특히 개인의 기록물이라면)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단점이 아니다. 알려진 기록보다 차라리 소설이 '낫다'라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만일까? 하긴 그건 그렇길 바라는 '바람'의 다른 형태겠지만.
모처럼(?) 읽은 묵직한 - 얼마전에 이누가미 일족이 있긴 하지만 - 원래 역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미스터리 <향연>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 픽션 미스터리이다.
여담) 소설 초반과 그대로 오버랩되는, 플라톤 저서를 통해 알려진 장면은 클리톤 대신 아리스토데모스가 소크라테스와 동행한다. 환담 내용은 피타고라스 교단이 아니라 에로스에 관해 떠드는 걸로 나온다.
여담2) 소크라테스 최후의 말은.....................?
평점 8 / 10
댓글 1개:
정말 흥미진진하군요. 기대됩니다. 점수체계가 바뀐후 고득점이 오랜만에 나온것 같아요. 하지만 저로써는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네요.. (일본어를 배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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