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30일 목요일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 미야베 미유키

1992년
2010년 우리말(황매)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에 속하는 녀석으로, 국내에도 소개된 <스텝 파더 스텝>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인 <이유> <화차> <모방범> 같은 녀석을 떠올리고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를 집어들었다간 배신의 날카로운 칼날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기본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중학생 소년인데, 이름은 마사오입니다. 엄마 사토코와 아빠 유키오 이렇게 3명이 전부인 평범한 가정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가정을 습격한 것은 5억엔이란 폭탄입니다. 오래전에 엄마 사토코가 호의를 갖고 도움을 줬던 한 남자가 나중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죽을 병에 걸리고 나니 딱히 돈을 물려줄 사람이 없어서, 예전에 은혜를 입었던 생각을 떠올려 물려주는 돈이라고 하네요. 마른 하늘의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면 째지게 좋은 거죠. 하지만 5억엔이라는 거금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됩니다. 세간에는 돈을 남긴 실업가의 숨은 자식이 주인공이 아니냐는 얘기가 떠돌고 아빠는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가죠. 아니 이미 아빠는 예전부터 여자 후리고 다니는 선수였습니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5억엔으로 인해 일어난 것일 뿐이죠. 그래서 마사오는 친구 시마자키의 도움을 받아 자기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이리 저리 탐문조사를 다닙니다. 대충 설명하자면 이렇네요.

 한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긴 한데, 어딘가 가벼우면서 즐거운 분위기인 소설입니다. 아마도 주인공과 친구 대화가 시니컬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래서 그런 듯 합니다. 또한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사건의 진상과도 연결됩니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사건은 사건인데 뭐랄까 사건 같지 않게 두루뭉실 넘어가는 듯한 그런 분위기 말이죠. 묵직한 분위기와는 완전 다릅니다. 그래서 저 위에 뒷통수 때릴지도 모른다고 써놓았던 겁니다. 물론 저는 오히려 이런 가벼운 듯 분위기 - 실제로는 단순히 가볍다고만 하기에는 좀 그렇죠 - 때문에 예전에 즐겁게 읽었던 녀석입니다. 뭐 이 녀석은 일본에서는 나중에 '파랑새 문고'라고 초등학생을 주대상으로 한 어린이용 브랜드로는 나오기도 합니다. (스텝 파더 스텝도 마찬가지)

쓸데없는 참견이지만 가격대성능비는 떨어집니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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