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로크미디어 (노블레스 클럽17)
잠시 한상운이란 작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데뷔작 <양각양>은 인육을 먹는 흑점을 배경으로 하여 무협치고는 짧은 단권 분량이지만 상당히 독특함이 인상깊었던 작품이다.<무림사계> <무림맹연쇄살인사건> 등은 비틀린 캐릭터와 걸쭉한 입담에서 생기는 유머, 그리고 무협소설의 공식 아닌 공식을 배반하는 플롯 등으로 역시 재밌게 읽은 녀석들이다. 그밖에도 <독비객> <신체강탈자>등 꽤 참신한 녀석들이 많은데 무협소설, 그 중에서도 좀 튀는 녀석을 원하는 독자들한테 추천하고 싶다.
아무튼<무심한듯 시크하게>는 태석과 병철이라는두 형사가 주인공으로 마약밀매범을 쫒는 것이 기본 스토리이다. 광고문구에서는 코믹스릴러라는 문구를 사용했지만 실상은 코믹은 맞지만 스릴러는 아니다. 하드 보일드 스타일을 약간 차용하긴 했지만 그것이 주는 결코 아니다. 이 소설은 '연애담'이면서 열혈핸섬한 형사지만 제대로된 연애는 해본적 없는 태석과 이쁜 마누라와 이쁜 딸을 두었지만 왠지 모르게 중년의 우울증으로 인해 자괴감에 빠져있는 병철이란 두 주인공의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원래 작가의 주특기인 생생한 입담과 비틀린 캐릭터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성장해가는 스토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배경만 현대로 가져왔을 뿐. 게다가 단권짜리다보니 정작 추적극 자체는 힘이 많이 빠져있다. 소설을 읽고 나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그냥 '투캅스' 같은 영화 한 편 본 기분이다. 아마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한상운의 다른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별달리 특이하게 다가올 녀석은 아니다. 단지 <무심한듯 시크하게>로 처음 한상운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그럭저럭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하드 보일드는 하드 보일드이긴 하지만 미스터리적 쾌감은 없다. 그런 쪽 기대는 일절 하지 말자. 코믹 스릴러가 아니라 코믹 로맨스라는 것만 명심하면 오케이~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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