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8일 화요일

세 얼간이 (3 Idiots)

인도에서 히트쳤다는 '코미디' 영화라고 하는 '선입견'을 갖고 접한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 정도로 엄청 깁니다. 보통 헐리우드 스타일 코미디라면 1시간 30분에서 40분 정도가 한계거든요. 그 이상가면 따분하고 지루하죠. <세 얼간이>의 첫 시작은 갑작스레 '란초'라는 인물을 찾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작중인물들은 바로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마치 로드무비 스타일 같습니다. 자연스레 차 안에서 란초를 회상하면서 그들의 대학시절 이야기가 화면에 흐릅니다. 세 얼간이는 바로 란초, 라주, 파라한 3명을 말합니다.

인도하면 간디, 카레, 힌두교, 카스트제도, IT, 홍차, 차이, 카마수트라, 3X3 EYES. 저는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좋은말로 '교육열'이 높다고 하죠. 그런데 인도가 우리나라 싸다구 나릴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고 하더군요. 파라한과 라주의 부모는 우리네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자식도 낳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서 행복하게 살기를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죠. 입시에 도움되는 공부만 하고, 취직에 도움되는 스펙만 쌓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내 아이만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내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하니 악순환이 따로 없죠. 인생은 가혹한 레이스라는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1등만 기억하는 사회.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인습들. 그럼 어디서 줄을, 누가 끊어야하는 것일까요? 영화속 세 얼간이가 바로 정답이자 우리네 모습입니다.

란초는 천재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있죠. 총장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도 하고, 왜 순수한 대학이 아니라 취직에만 열을 올리는 것인지 의문을 갖습니다. 그래서 '바보'입니다. 라주는 가난한 집의 외아들로 누나의 결혼, 전신마비의 아버지, 어머니의 하소연 등 무거운 짊어진 청년입니다. 두 어깨에 짊어진 책임이 남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바보가 됩니다. 파라한은 어릴적 부터 아버지의 엄명을 거역한 적이 없습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꿈은 있었지만 아버지의 말씀대로 일류 공대에 들어가서 일류 기업에 취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바보죠.

단순한 코미디라고만 생각했던 영화지만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그렇다고 무거운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코미디 영화 맞습니다. 대학생 시절 주인공들의 행동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웃음과 감동이 이어지거든요. 160분이 넘는 시간이 지루할 겨를이 없습니다. 알록달록 색감도 이뻐서 영상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취향에 따라 재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겁니다만, 저는 추천하고픈 영화입니다.

근래에 인도영화를 좀 보면서 느끼는 겁니다만, 러닝타임이 길고 전부 장르 복합적이더군요. 인도가 엄청난 영화제작이자 소비 국가라고 하는데, 이것도 '가혹한 레이스'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세 얼간이> 속에도 드라마, 미스터리, 로맨스, 코미디가 석여있습니다. 중간 중간 뮤지컬 분위기까자 나오니 장르 비빔밥이 따로 없더군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인도 영화도 꾸준히 보다보니 이게 또 의외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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