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0일 금요일

크로우카시스~칠빙관의 제물 - 이노센트 그레이









2009년 PC(성인등급)

<카르타그라> <껍질속 소녀> (흑역사 <피아니시모>는 잊자!)에 이어 야심차게 나온 <크로우카시스>는 이노센트 그레이 설립 5주년 기념작품이자, 클로즈드 서클을 이용한 정통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카르타그라>는 유곽을 배경으로 창녀들 조역으로 등장해서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였지만 캐릭터들까지 전체적으로 성인용 추리어드벤처 물의 신지평을 열었다고 하면 과언이겠지만 아무튼 제작사 이노센트그레이를 각인시켜준 녀석이었다. 그리고 전작(내용 연관성은 없음) <껍질 속 소녀>는 좋은 작품이긴 했는데, 표절 시비에 휘말-렸기 보다는 그냥 빠구리였다. 뭐 표절 부분이 없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수작 수준에는 충분히 들어가는 완성도였다. <피아니시모>는 이노센트 그레이 최고 졸작이어서 도저히 뭐라 말할 건덕지를 찾지 못하겠다. 그러다가 나온 <크로우카시스>. 클로즈드 서클을 표방한 것부터 기대를 갖게 만들고, 캐릭터들도 그림만 보자면 꽤 고퀄리티 - 원래 이노센트 그레이 게임은 그림 퀄리티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 로 보였는데, 막상 뚜껑을 따보니....어흑, <피아니시모>의 재림이었다. 이로써 이노센트 그레이는 징크스를 만들었다. 홀수번 작품은 재밌는녀석들, 짝수번은 졸작!

정확한 시대배경은 나오지 않지만 도쿄 올림픽과 신칸센 개통 이야기가 지나가듯 나오는 것을 추정하면 현대가 배경은 아니다.  도쿄 하계 올림픽이 1964년이었고 첫 신칸센(도카이도 신칸센)이 1964년 10월 개통이니, 이 게임의 배경은 1963년말 또는 1964년초 경으로 추정된다. 그러고보니 '스노 드롭' 살인과 연관된 중요 단서로 나오는데, 스노 드롭은 보통 이른 봄에 피는 꽃이니 1964년 초가 정확한 시간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고, 기본 스토리는 도쿄 그냥 아무데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인 주인공(남)과 주인공 선배 기리하라 소코가 나나츠키(七月)무라 마을에 내려오는 전승을 조사하려고 칠월촌을 방문하는데, 폭설로 인해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칠월촌을 대지주인 나나츠키 가문의 차녀 '나나츠키 베니오'의 도움을 받아 '나나츠키(七憑)관'에 도착한다. 때마침 그곳에서는 나나츠키 가의 삼녀 시온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고, 독특한 결혼풍습을 보기 위해 주인공과 소코는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신랑이 목없는 시체로 발견되고, 칠빙관으로 들어가는 단 하나의 길-다리-가 끊어진다. 폭설. 고립. 살인. 목없는 시체. 뭐 그런 내용이다.

전작에서도 건재했던 노트 기능이 이번에도 나오는데 여기서 등장인물, 사건, 단서, 그리고 현재 진해중인 루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심문 파트, 조사 파트가 더 파워업됐고, 장소 이동간에는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다.  그만큼 난이도가높아졌지만 훨씬 긴장감 있는 진행을 가능케해줄 것도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거 정말 또 '명작' 하나 나오는 거 아닌가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못해 입이 쭉 찢어질 정도로 헤벌쭉 하게 되는데, 게임을 진행하면 할 수록, 기대했던 가슴에 대못이 하나 둘 박히기 시작한다. 어! 푹! 어! 푹푹!! 하다 보면 어느새 가슴은 대못이 박혀서 구멍 투성이! 아니 뭐 이딴 쓰레기가 다 있어!! 라고 혼자 GR발광하고 있는 걸 저 뒤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나!를 인식하게 되는 쁘띠 유체이탈을 경험하기는 개뿔!! 그냥 막 화가나서 뒷목 부여잡고 쓰러지고 싶을 뿐이다.

이 게임이 쓰레기라고 불려도 실드 쳐주고 싶음 마음이 안드는 이유를 꼽자면,
첫째, 단서와 복선의 부족. 이 부분은 전작에서도 어느 정도 지적했던 부분인데, 이번에는 단점을 극복하기는 커녕, 대놓고 나 단서 없어~ 메롱~ 이 GR을 떨고 있다. 아, 뒷목.....트루 엔딩을 가려면 결정적단서를 포착해야하는데, 그 단서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냥 '운'이다. OTL 그래 인생은 운빨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거지?

둘째, 쓰잘데기 없는 심문 파트와 노트 기능. 대체 왜 넣은 걸까? 단서 자체 찾기가 힘드니 심문 할 건덕지도 없고 심문한다고 뭐 나오는 것도 없고, 막말로 거의 심문 없이도 트루엔딩 자체 보는 것도 가능할 정도이다. 왜 넣은 걸까? 노트 기능 역시 마찬가지. 깔끔하고 이쁘게 정리되면 좋기는 개뿔, 참고할 구석이 없다. 진행도 딱 사흘간이고, 등장하는 캐릭터도 몇 명 되지도 않는다. 노트 기능 자체가 필요없을 뿐더러, 마지막에 수록된 진행시간표는....대체 뭘 어쩌라고? 봐도 모른다. 내가 지금 어떤 루트로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그렇구나 할 뿐이다. 없으나 마나한 기능.

셋째, 존재감 없는 캐릭터들.
탑에 유폐되었다는 설정의 나나츠키 시온. 사라진 언니를 찾아 칠빙관에 메이드로 들어온 아카네. 수상쩍은 메이드 나루미. 나나츠키 가문의 장녀 아이, 차녀 베니오. 나나츠키 가문 전문주치의 미나가키 히로시. 시온과 결혼할 로쿠요 이사무.사실 다른 작품에서 나왔다면 다들 한 개성하는 - 장르 성격상 어느 정도는 고착화된 캐릭터들이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 녀석들이었겠지만,안타깝게도 이 게임 내에서는 다들 왜 태어났니?를 연발하고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ZERO!이다. 이건 그야말로 제로의 영역!아, 물론 여성캐릭터들은 의의가 있다. 이 게임은 추리물이면서 '성인용' 게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자들은 '에로' 담당이다. 이마저도 그냥 주인공한테 몸을 마구 던지는 싸구려들로 전락해서 또 '그냥 다들 죽어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가관인 점은 이동파트에서 헤로인들과 자주 만나서 점수를 쌓아야 한다는 점. 그래야 해당 캐릭터 엔딩 또는 무흣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단서도 없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단서 찾아야하는데 여자들 꽁무니도 같이 쫓아야 한다니....OTL
그나마 점수를 후하게 쳐줘서 약간이나마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은 베니오와 나루미 정도이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 허술한 시나리오!!!!!
이 게임에는 엔딩이 총 18개가 있다. 이 중에 트루 엔딩이라고 붙는 것은 3개 정도인데, 엔딩까지 가는 과정 내내 시나리오 기복이 심하다. 첫 살인이 일어나는데 바로 주인공 보고 니가 탐정해! 라니!! 이건 뭔 시추에이션? 난 이게 고도의 복선이자 트릭고 관련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서 나름 교묘하게 생각도 해보곤 했는데, 개뿔은 그냥 주인공이 탐정역을 맡아야할 당위성을 설명하는 게 귀찮아서 저렇게 처리한 것 뿐이었다. (또 뒷목;;;;) 이건 그나마 양반이다. 닫힌 공간에서 사람이 죽건 연쇄 살인이 일어나건 다들 따로 국밥 행동하는 거야 이 장르의 클리세 라고는 해도 <크로우카시스>는 정도가 심하다. 사람 죽고 얼마 안있어서 여자들과 피크닉 분위기로 주먹밥 먹으면서 노래부르고 기타치고 세세세하는 클로즈드 서클 물이라니!! (........)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만 심각하지 실제 게임내 캐릭터들은 다들 인생에 달관한 듯 보인다. 어차피 시나리오 작가의 농간에 움직이니까 뭘 해도 소용없다는 걸까? 긴장이 없다, 긴장감이.
때로는 시점 교환도 해가면서 진행해야하는데 그딴 것도 없다. 나중에 트루엔딩 루트에서나 시점교환이 나오지만 정말 쓸데없다.<껍질 속 소녀>는 피해자 소녀 시점의 시점교환 덕분에 그로테스크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감각을 보여주었는데, <크로우카시스>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아무래도 시나리오 작가 목을 치는 게 낫겠다.

사실 2009년도 초기대작이었다. 하지만 별 기대없던 <슈타인즈;게이트>는 초명작이었고, 초기대작이었던 <크로우카시스>는 초망작이었으니, 뒷태만 보고 속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OTL

미려한 그림과 음악이 아니었으면 0점이다.

평점 2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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